• 한국문화사
  • 35권 ‘몸’으로 본 한국여성사
  • Ⅱ. 유순한 몸, 저항하는 몸-1 예와 수신으로 정의된 몸
  • 02. 여성 수신을 위한 기본 관점
  • 남녀유별(男女有別)
  • 1. 음양론(陰陽論)
김언순

유교는 “부부간의 위치가 음양의 나누어짐으로 인해 정해지며,187) 『禮記』 「禮器」, “陰陽之分 夫婦之位也.” 부부의 도는 음양의 원리에 부합”하는188) 『女誡』 「夫婦 第二」, “夫婦之道 參配陰陽 通達神明 信天地之弘義 人倫之大節也.” 것이라고 보았다. 남녀유별을 사상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음양론은 『주역』에서 비롯되었으며, 음양은 상반된 두 가지 원리로 해석되었다. 즉, 음양이 한편으로는 상호의존적인 공존의 원리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차별의 원리로 해석되었다.

음양은 본래 구체적인 실제 사물을 지칭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우주 변화의 주된 원인이 되는 구성 요소이다. 음양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운동 논리로서, 우주는 한번 음하고 한번 양(一陰一陽)하는 현상을 통해 끊임없이 생명의 순환 과정을 되풀이하며 생명질서를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음과 양은 각각 자신의 존재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를 필수적인 전제로서 요구하 는 관계, 즉 상호 대립적이면서 상호 의존적인 대대관계(對待關係)를 갖는다.

반면에 음양이 차별의 원리로 읽히는 것은 우주의 모든 현상을 상반된 개념으로 짝지어 설명하는 데서 비롯된다. 『주역』에서 “역(易)은 천지의 도를 본받는다.”고189) 『周易』 「繫辭上」, “易 與天地準 故 能彌綸天地之道.” 전제하고, 천지(天地)의 속성으로 건곤(乾坤), 존비(尊卑), 귀천(貴賤), 동정(動靜), 강유(剛柔)를 연결지었다.190) 『周易』 「繫辭上」, “天尊地卑 乾坤定矣 卑高以陳 貴賤位矣 動靜有常 剛柔斷矣” ; 『周易』 「繫辭下」, “乾 陽物也 坤 陰物也 陰陽合德 而剛柔有體.” 이로 인해 음양은 우주의 생성 및 변화 원리로서보다는 존비, 귀천, 강유 등의 사회적 신분가치를 규정하는 개념으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건도(乾道)는 남자가 되고, 곤도(坤道)는 여자가 된다.”고191) 『周易』 「繫辭上」, “乾道成男 坤道成女 乾知大始 坤作成物.” 함으로써, 양과 음이 남녀를 은유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따라서 남녀는 천지, 건곤, 존비, 귀천, 동정, 강유의 개념 틀 속에서 해석되었으며, 음양에 대한 차별적인 사유방식은 유교가 여성을 이해하는 근간을 이루었다. 반소는 『여계(女誡)』에서 음양론적 사유방식을 남녀의 본성으로 이해하고, 각자 본성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卑)·천(賤)·정(靜)·유(柔)는 여성성(女性性)의 주요 코드로 인식되었으며, 여성은 낮고 약한[卑弱] 존재로 규정되었다.192) 김언순, 앞의 글, 2005, p.78.

음양은 본성을 달리하고, 남녀는 행동을 달리한다. 양은 굳셈을 덕으로 삼고, 음은 부드러움을 쓰임으로 삼는다. 남자는 강함을 귀하게 여기고, 여자는 약함을 아름답게 여긴다. 그러므로 속담에 이르기를, ‘남아를 낳으면 이리와 같아도 오히려 약할까 걱정하고, 여아를 낳으면 쥐와 같아도 오히려 호랑이처럼 사나울까 걱정한다.’고 하였다.193) 『女誡』 「敬順 第三」, “陰陽殊性 男女異行 陽以剛爲德 陰以柔爲用 男以强爲貴 女以弱爲美 故鄙諺有云 生男如狼 猶恐其尫 生女女鼠 猶恐其虎.”

여성의 존재적 특성으로서 비약은 여성이 좇아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경순(敬順)을 도출하였다. “(여자의) 수신은 공경하는 것만한 게 없고, 강하게 되지 않으려면 순종하는 것만한 게 없다. 그래서 공 경하고 순종하는 도[敬順之道]를 부인의 중요한 예”라고194) 『女誡』 「敬順 第三」, “然則修身 莫如敬 避强 莫若順 故曰 敬順之道 爲婦之大禮也.” 하였다.

이러한 비약과 경순의 원리는 ‘삼종지도(三從之道)’와 ‘불경이부(不更二夫)’의 논리적 근거로 활용되어 여성을 남성에게 예속된 존재로 만들었다. 즉, 여성이 전제(專制)하는 예가 없고, “어릴 때는 부형을 좇고, 시집가면 남편을 좇으며,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좇는”195) 『禮記』 「郊特牲」, “幼從父兄 嫁從夫 夫死從子.” 것을 예로 여겼다. 또한, “남편은 하늘이므로, 하늘을 어길 수도 떠날 수도 없다.”고 하여196) 『女誡』 「專心」, “夫者天也 天固不可違 夫固不可離也.” 남편이 죽은 후에도 개가(改嫁)하지 않는 것을 예로 규정하였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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