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5권 ‘몸’으로 본 한국여성사
  • Ⅱ. 유순한 몸, 저항하는 몸-1 예와 수신으로 정의된 몸
  • 02. 여성 수신을 위한 기본 관점
  • 남녀유별(男女有別)
  • 2. ‘내외(內外)’ 관념
김언순

남녀유별은 내외 관념을 통해 간명하게 해석된다. “여자는 안에서 위치를 바르게 하고, 남자는 밖에서 위치를 바르게 하니, 남녀가 바름이 천지(天地)의 대의(大義)이다.”197) 『周易』 「家人」, “女正位乎內 男正位乎外 男女正 天地之大義也.” 남녀를 안과 밖, 즉, 내외의 개념으로 파악한 것이다. 내외는 공간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내외의 명확한 구별을 예로 보았다.

내외관은 『예기』에서 구체화되었다. “예는 부부 사이를 삼가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집을 짓되 안과 밖을 구분하여 남자는 밖에 거처하고, 여자는 안에 거처한다.”198) 『禮記』 「內則」, “禮始於謹夫婦 爲宮室 辨外內 男子居外 女子居內.” 남성은 여성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고, 여성 역시 남성의 영역을 넘보지 말아야 하며, 상호 접촉과 교류 및 간섭도 경계하였다.

남자는 안의 일을 말하지 않으며, 여자는 밖의 일을 말하지 않는다. 제례와 상례가 아니면 그릇을 서로 주고 받지 않는다. 서로 주고 받을 때에는 여자가 광주리를 가지고 받는다. 광주리가 없으면 모두 꿇어 앉아서 그릇을 놓고 받는다. 남녀는 우물을 함께 쓰지 않고 욕실을 함께 쓰지 않으며, 침석을 서로 통하지 않고, 빌리는 것을 통하지 않으며, 의상을 통하지 않는다. 안의 말이 밖에 나가지 않게 하며, 밖의 말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 게 한다.199) 『禮記』 「內則」, “男不言內 女不言外 非祭非喪 不相授器 其相授則女受以筐 其無筐 則皆坐奠之而后取之 外內不共井 不共湢浴 不通寢席 不通乞假 男女不通衣裳 內言不出 外言不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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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안동 하회마을 류성룡 고택인 충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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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남녀의 세계는 고정 불변하는 관계로서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규제하였다. 이러한 내외 관념은 남녀의 교육과 직분에도 적용되어 남녀의 삶을 확연하게 구분하였다. 여성은 열 살이 되면 밖에 나가지 않고,200) 『禮記』 「內則」, “女子十年不出.” ‘안’에 머물며 여성의 일(음식과 의복 만들기)을 하는 반면, 남성은 집의 ‘바깥’ 영역에 머물며 남성의 일(독서와 정치)을 하였다. 내외의 엄격한 구분은 모든 신분에 적용되었으며, 교화의 근본이 되기도 하였다.

예(禮)에 의하면 천자(天子)는 양도(陽道)를 따라 나라의 바깥을 다스리고, 왕후는 음덕(陰德)을 따라 나라의 안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남자와 여자의 위치가 바로잡혀야 교화가 이루어지고 풍속이 아름다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질서가 흐트러지지 않으면서 나라의 모든 일이 다스려질 것이다.201) 『女誡』 「神宗皇帝御製女誡序」.

이와 같이 남녀유별은 삶의 공간과 직분 분리, 상호 불접촉 및 불간섭, 그리고 삶의 내용까지 달리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내외의 엄격한 구분과 상호 불간섭 원리는 집안 내에서 여성의 고유한 독자 영역을 확보해 준 반면, 여성의 삶을 집 안으로 한정시켰다. 반면, 남성은 집 밖 세상으로 삶의 영역이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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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안동 하회마을 북촌댁(화경당) 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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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외관은 여성의 삶을 집 안에 제한시키고, 바깥 세계에서는 배제하는 논리로 발전하였으며, 혼인 이후 여성의 삶을 남편과 시집에 국한시켰다. 또한, 남녀유별은 수동적인 여성 관념에 기초하고 있어, 여성을 남성에게 순종하는 존재로 규정하였다. 여성의 수신은 이러한 여성의 존재론적 특성을 수용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집안에 머물며 세상과 단절된 여성이 세상과 만나는 방법은 남편을 통해서였다. 앞서지 않으면서 남편에 대한 내조(內助)를 통해 여성은 세상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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