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6권 한 해, 사계절에 담긴 우리 풍속
  • 2 세시 풍속과 사회·문화
  • 02. 세시 풍속의 계급적 성격
  • 민간의 세시 문화
  • 2. 봄철 세시 풍속
정승모

정동유의 『주영편』을 보면 2월 초하루를 소민(小民)들은 절일(節日)로 여겨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천한 자를 위하거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절일의 이름도 없다고 하였다. 그는 『고려사』 기록을 들어 고려 때 이날을 신일(愼日)로 여겼는데 이것과 서로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확대보기
영등굿
영등굿
팝업창 닫기

음력 2월, 양력으로 3월경에는 일년 농사를 준비할 시점인데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분다. 그래서 풍신(風神)을 모시는 풍속이 있었던 것 같다. 주로 경상도 및 제주도 일대에서 영등할머니라고 부르는 신이 이에 해당하는데 2월 초하루에 천계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20일에 다시 올라간다는 신이어서 그 기간에 관련 행사가 벌어진다.

유하원(柳河源, 1747∼?)이 1785년(정조 9) 4월 9일에 올린 상소문에 “영남 지방의 영동(靈童)에 대한 말이 50년 전부터 바닷가 한 고을에서 시작되었는데, 상주·선산 등의 고을에 이르기까지 집집마다 그것을 받들고 제사를 지내며, 2월부터 월 말에 이르기까지 농사를 폐지하고 사람과 손님을 드나들지 못하게 하니, 요사스럽고 황당하기가 무당(巫覡)보다 더 심합니다. 또한, 도신(道臣)으로 하여금 효유(曉諭)하여 중단하여야 할 것입니다(嶺南 靈童之說 自五十年前 始於沿海一邑).”(『정조실록』 권19, 정조 9년 4월 9일)라고 하여 그 유래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 때 연등제가 2월 보름에 행해졌던 것을 참고한다면 ‘영동’에 관한 현상들은 이의 변형이라고도 할 수 있어 그 유래 또한 깊을 수도 있다.

앞서 소개되었던 『울산읍지』 풍속조에도 영동제(榮童祭)라는 것이 있어 매년 2월 첫 번째 길일에 집집마다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기양(祈禳)을 한다고 하였다. 이를 풍신제라고도 하는데 영등제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농촌에서는 또 2월에 못자리 고사를 지내는데, 집집마다 팥시루떡을 해서 가을 고사 때와 마찬가지로 늘 놓는 자리에 제물을 놓고 지낸다. 산간 지방에서는 마을 전체가 산치성을 지내고 나서 각자 집고사를 지내는 곳이 많았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10월 상달에 고사를 지내지만 정월이나 2월에 고사를 지내는 집도 있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