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6권 한 해, 사계절에 담긴 우리 풍속
  • 4 세시 풍속과 종교
  • 01. 들어가는 말
진철승

종교와 세시 풍속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하다. 고대 신앙을 비롯하여 중세시기에 유입된 불교, 유교, 도교, 그리고 근대의 신흥 종교와 기독교 및 각종 외래 종교는 국가의 제도 및 민간의 풍속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이 땅에 정착해 왔다.

고대의 제천 의례와 자연 신앙은 역사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겪으면서도 오늘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불교의 연등회 및 각종 정기적 재공양과 우란분재, 예수재 등의 신앙 의례는 오늘날도 성행하고 있다. 유교의 국가 사전 체제 및 양반 사대부 의식은 조선조에 지배적 풍속으로 자리잡은 이래 오늘날까지 상제례 등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도교는 고려시기 국가적 의례로 성행하며 다양한 성수 신앙이나 민간 신앙에 영향을 주었고, 조선 중기 이래 관우 숭배 등으로 이어졌다. 조선말 신흥한 대종교 등의 신종교는 단군 신앙을 활성화시키며 해방 후 개천절의 국경일 제정에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후반 조선에 진출한 개신교는 주일(主日) 및 성탄절, 추수감사절 등 고유의 교회력에 따른 풍속에서 사회 일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역사 속에서 성쇠와 부침을 거듭한 여러 종교는 우리의 풍속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그 흔적을 강하게 남기고 있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새롭게 전래된 종교들은 기존 토착 신앙이나 풍속에 영향을 받으며 우리 사회에 적응해 가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호 영향의 과정에서 우리의 많은 세시 풍속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 장에서는 고대의 자연 신앙으로부터 근현대의 기독교까지 우리의 세시 풍속 형성에 영향을 미친 이들 여러 신앙, 종교 중에서 특히 불교와 기독교를 중심으로 세시 풍속과의 상호 영향과 아울러 신종교를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날 전 국민의 절반이 불교와 기독교의 종교력에 따라 신앙 생활을 하고 있다. 불교의 사월 초파일과 우란분재 등의 천도재, 기독교의 성탄절과 추수감사절 및 주일 등은 오늘날 가장 많은 대중이 참여하는 연중의 종교 세시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종교 세시의 기원과 역사적 변화, 그리고 오늘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불교의 경우 오랜 세월 한국 문화와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불교 고유의 불교 절기 외에도 한국의 세시 풍속 일반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정초부터 입춘, 단오, 칠석, 백중, 동지 등 세시 명절에 민속화된 불교 행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독교의 경우 대부분의 종교 절기가 한국 문화와 교류한 지 오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토착화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서구에서의 교회력의 성립과 변화에 대한 선이해가 필요하기에 그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 한국 기독교는 이러한 서구의 교회력에 따라 대부분의 신앙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성탄절, 미국의 추수감사절 등 한국에 정착한 대표적인 연중 교회 행사에 대해 살펴보았다.

신종교는 19세기 후반 성립한 이래 현재까지 성장, 소멸의 과정 을 겪고 있으나 특히 단군 신앙의 활성화에 기여하였으며, 대종교 등에서 개천절의 선의식을 해마다 거행하고 있다. 동학, 증산교, 원불교 등 여러 신종교는 절기 풍속 및 민간 의례와 제도 종교의 의식 절차를 혼합하여 나름의 의식 절차를 마련하고 연중 행사를 치르고 있다.

유교의 사전 체제나 도교 풍속은 2장에서 상술하였가에 따로 다루지 않았다. 또한, 고대의 민속, 무속이나 민간 신앙에서의 세시 풍속도 살펴보았으면 하였으나 이 글에서는 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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