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6권 한 해, 사계절에 담긴 우리 풍속
  • 4 세시 풍속과 종교
  • 02. 불교와 세시 풍속
  • 불교의 주요 월별 풍속
  • 5. 윤달의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
진철승

윤달에 지내는 생전예수재는 예수시왕생칠재(豫修十王生七齋)라고도 하는데, 흔히 줄여서 예수재라고 한다. 예수재는 죽은 후에 행할 불사를 생전에 미리 닦는 것으로, 사부 대중들이 이 몸의 무상함을 알고 부지런히 닦아 보리과를 행하려면 죽기 전에 삼칠(三七)일을 미리 닦되 등을 켜고 번(幡)을 달아 승려들을 청하여 공양의 복업을 지음으로써 무량한 복을 얻고 소원대로 불과(佛果)를 얻는다고 하여 지내는 재공양이다. 이 예수재의 설단(設壇)은 기본적으로 아홉단이다. 일반적으로 전각의 구성이나 의식 시의 설단은 상(佛菩薩), 중(神衆), 하(靈駕) 삼단으로 각각 불보살상과 후불탱화, 신중탱화, 감로탱(甘露幢) 및 위패 등으로 장엄된다. 그러나 예수재의 설단은 이와 달리 상중하 삼단을 또 다시 각각 상상단, 상중단, 상하단 하는 식으로 세분하여 모두 아홉단(혹은 여덟단)을 설치한다.

예수재에서 가장 핵심적인 신앙 대상은 지장보살과 열시왕님이다. 물론 비로자나불이 상상단에 자리하여 예수재의 모든 과정을 증명하면서 공양을 받지만 가장 지성으로 공양드리는 대상은 지장과 열시왕이다. 지장의 대원과 대비는 지옥고에 빠진 중생의 구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 이로 인하여 대중의 참회와 수행 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측면도 있다. 열시왕은 초강대왕에서 다섯번째의 염라대왕을 거쳐 열번째의 오도전륜대왕에 이르기까지 모두 열명인데, 이들은 죽은 이의 내생을 결정짓는 심판관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들은 각각 초칠에서부터 칠칠일을 거쳐 백일, 소상, 대상에 영가의 내생을 결정짓는 판단을 내린다.

예수재에서 모셔지는 각종 신앙 대상 중에는 지장과 열시왕 외에도 예수재 관련 경전에서 설명되고 있는 명부의 각종 판관(判官)과 권속(眷屬)들이 있다. 이들은 신앙 대상이라기보다 명부와 지옥계의 실상을 보다 생생하게 증명해 주는 보조적 장치로서 묘사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수재는 관련 경전이나 설재(設齋)의 목적으로 보아 비불교적이라는 일부의 비판이 있기는 하나 현재 한국 불교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고 대중의 호응을 받는 불교 행사로 전승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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