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6권 한 해, 사계절에 담긴 우리 풍속
  • 4 세시 풍속과 종교
  • 03 기독교의 연중 행사
  • 초대 교회 이후 교회력의 형성
진철승

기독교 교회력은 예수의 강림, 탄생, 시험, 고난, 십자가, 죽음, 부활, 승천, 성령 강림 등 예수의 생애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예수도 생존시에는 유월절, 오순절 등 유대력을 따랐다는 기록이 복음서에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이 예수를 중보자(仲保者)로 하여 새롭게 전개된 이후 교회력은 유대력과 유대 민족의 풍습을 포용하면서도 예수의 생애를 중심으로 하여 재편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13년 신앙 자유령이 선포되고 기독교가 공인되기 이전에는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파스카(Pascha)절, 성령 강림을 기념하는 현현절, 순교자들을 기리는 기념일, 예수가 주간 첫 날(일요일)에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한 이유로 확립된 주일(主日), 금요일과 수요일의 금식일 등이 교회력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313년 이후 수 세기에 걸쳐 교회력은 유대력, 예수의 생애, 동서방의 이교도 풍습과 혼합되면서 새롭게 분화, 재편되었다. 이와 같이 재편된 이후 오늘날까지 전승되어오는 교회력은 크게 강림절, 성탄절, 현현절, 수난절, 부활절, 오순절, 왕국절로 나누어진다. 로마 가톨릭의 경우 성 모 마리아 축제, 천사와 성자의 축제, 성 금요일 등 더 세분되지만 이 글에서는 약한다.

강림절(降臨節)은 교회력의 시작으로 그리스도의 강림을 기다리는 절기다. 따라서 대림절, 대강절로도 불린다. 강림절은 성 안드레 기념일인 11월 30일에 가까운 주일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강림절은 11월 27일에서 12월 3일 사이에 시작된다. 이 절기는 4주간을 지키는데 이는 590년 경 교황 그레고리 1세 때 정해졌다.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이는 구약의 율법과 예언의 완성이 그리스도의 오심에 의하여 이루어졌음을 기뻐하며 감사드리는 축제의 날이다. 그러나 이 성탄절이 12월 25일로 결정된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예수의 탄생 년, 월, 일이 분명치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동방 교회에서는 2세기부터 1월 6일을 성탄절로 지켜왔고, 서방 교회에서는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켜왔다.

서방 교회에서 이 날을 성탄절로 지킨 것은 로마 지역의 이교적 풍습에 기독교적 내용을 가미시킨 때문이었다. 즉, 로마 지역에서는 12월 25일 동지(이날 이후 낮의 길이가 다시 길어져, 이날을 새 해로 삼는 민속은 세계 도처에서 발견된다)에 태양신 미도라의 복귀를 축하하며 축제를 벌이는 풍속이 있었는데, 교황청에서 이 날은 미도라 대신 ‘의(義)의 태양’이신 그리스도의 생일로 정한 것이다. 동방 교회에서는 이집트의 신인 오시리스의 제일이 1월 6일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항하기 위하여 이 날을 예수의 세례일로 정하였고, 이후 이 날을 예수의 탄생과 결부시켜왔다. 그러나 4세기 말엽부터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가 서로 축제일을 교환한 결과 12월 25일이 성탄절로, 1월 6일은 현현절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 날의 축제는 지역마다의 고유한 풍습과 결부되어 진행되었는데, 프랑스의 태양신 예배인 노엘, 영국의 율의 축연, 독일의 민속인 즐거운 날, 덴마크의 겨울 시작과 신년 율의 축제 등이 그것이다. 또 성탄절 트리는 북유럽 삼림 지역 튜튼족의 성수(聖樹) 신앙과 고대 로마의 풍습이 혼합된 것이다.

교회력에서는 ‘새해 첫 날’도 매우 의미깊은 날로 지켜진다. 즉, 이날은 성탄절로부터 8일째 되는 날로서 구약의 율법대로 예수가 할례를 받은 날이고, 또 예수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날이 교회력에 포함된 것은 6세기 경 갈리아 지방의 교회에서 이 지역 이교도들의 신년 의례에 대항하기 위해 이 날을 예수의 할례일로 정한 이후 9세기 경에 이루어졌다.

현현절(顯現節, Epiphang)은 1월 6일로 그리스도가 이 땅에 나타나신 것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원래 이 날은 이집트의 신 오시리스의 제일이었던 바, 이집트 교회가 이에 대항하기 위해 이 날을 예수의 세례일로 정하고, 이후 예수의 탄생과 결부시킨 데서 유래한다. 그러나 4세기 말엽 동서방 교회의 축제일 교환으로 12월 25일은 성탄절로, 1월 6일은 현현절로 정해졌고, 현현절은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께 경배드린 날로 이해되어졌다.

수난절(受難節)은 사순절(四旬節), 또는 대제(大祭)라고도 불리며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며 그 수난을 기억하고 그에 참여하는 절기다. 수난절은 성회 수요일로부터 시작하여 4주, 고난 주일, 종려 주일, 세족 목요일, 성 금요일에 이르는 46일간 지키는 절기이다. 초대 교회에서는 유월절에 이어 니산월(양력 4월) 17일부터 ‘유월절 양, 그리스도의 희생’을 찬송하며 예배드리는 파스카를 지냈다. 이 파스카는 주일과 더불어, 최초의 기독교 절기였으며, 혹독한 박해를 견디며 불타는 신앙을 지키던 때의 예배요 미사였다. 그러나 교회 공인 이후 신앙이 약화되고 타락되자, 이것을 바로 잡기 위해 부활을 앞둔 46일을 수난절로 정하고 금식, 절제, 기도, 공동 예배를 하면서 부활절의 성례를 준비하게 되었던 것이다.

부활절(復活節)은 한 해의 일요일이자, 큰 날이며, 기독교 절기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교회력에서는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부활절은 니케아 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춘분을 지난 만월 다음의 일요일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부활절은 3월 21일부터 4월 25일 사이의 해당되는 일요일로 정해지며, 해마다 달라진다.

초대 교회에서는 본디 이 부활과 고난을 함께 파스카절로 기념하였다. 예수는 체포당하기 전날 마지막 만찬을 베풀었는데, 그것은 유대 민족의 유월절과 시기적으로 일치하였다. 이 만찬에서 예수는 빵을 자신의 몸이라 하였고, 포도주를 자신의 피라고 말하였다. 이는 예수가 자신이 유월절의 어린 양임을 보여 준 것이며,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것이 유월절에 양을 희생하는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로써 새로운 교회, 즉 신약 중심의 기독교의 중심 예식으로 성만찬(예수의 피와 살을 먹음으로써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구원에 들어간다는 상징적 의식)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초대 교회에서는 이러한 예수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파스카절로 기념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4세기 이후 이 파스카절은 부활절과 성 금요일로 분리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오순절(五旬節)은 본디 유대 민족의 농경 의례이자 모세가 율법을 받은 날로 기념되었다. 그러나 부활, 승천한 예수의 명령에 따라 기다리던 제자 120명이 오순절 날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성령의 충만함을 받았기 때문에 성령 강림절로 재탄생되었다. 이후 제자들은 세계 도처에 복음을 전도하는 전도사의 길을 걸음으로써 이 날에 교회 설립일의 의미를 더하게 하였다.

후대 교회는 예수님 부활 후 50일 되는 날을 오순절로 지키고, 전도와 해외 선교에 주력하였으며, 세례를 베푸는 성례를 행하게 되었다. 오순절로 교회력의 전반부가 끝난다.

삼위일체(三位一體) 주일은 오순절 다음 주일이다. 이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름 아래 신앙 생활을 해나가게 되는 첫날을 의미한다. 이 삼위일체 주일은 10세기 전후하여 생겼으며, 때로는 왕국절(王國節)과 구분하기도 한다. 이는 대강절 전까지 지속되며, 신앙 생활과 사회적 책임의 의미가 강조된다. 이 기간에는 별다른 행사가 없기 때문에 무제기(無祭期)라고 불리운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