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6권 한 해, 사계절에 담긴 우리 풍속
  • 4 세시 풍속과 종교
  • 04. 한국 신종교의 연중행사
  • 한국 신종교의 연중행사
  • 1. 천도교(동학) 의례
진철승

[천도교(동학) 의례133) 천도교 중앙총부, 『천도교 의절』, 천도교총부 출판부, 1994. ]

동학은 시천주(侍天主)라 하여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한 ‘한울님’을 모시는 것이 신앙의 핵심이다. 주문과 부적은 이 종교의 중요한 의례 수단이다. 여기에 청수 봉전(淸水奉奠)과 심고(心告)는 모든 동학 교 파에서 행하는 의례 형태이다. 주문의 주송(呪誦)과 부적의 소지(所持)와 소부(燒符)는 동학계뿐만 아니라 개항기 신종교에서도 핵심적인 의례 행위로 인식된다. 또한, 치성을 드리는 제단은 도장이나 가정의 특별한 장소에 설치되어 있지만 특별한 형식을 갖춘다거나 신위를 상정하지 않는다. 치제(致祭)에 임할 때는 깨끗한 옷을 단정히 입고 제수 역시 따로 준비할 것 없이 청수 한 그릇을 올린다. 이는 신종교의 인간주의적이고 현실적인 성향을 의례에서도 볼 수 있는 좋은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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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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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기도식
저녁 기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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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의 후신인 천도교는 개신(改新) 직후인 1906년에 교인의 생활 규범을 제정하였는데, 이 때 주문, 청수, 시일(侍日), 성미, 기도의 오관(五款)을 중심으로 정착하였다. 이에 따라 천도교인의 의례 생활이 점차 체계화되기 시작하였다. 먼저 일상 의례에는 심고와 개인기도가 있는데, 심고(心告)는 일상 생활 동정의 모든 일을 한울님께 고하여 감사와 축례를 고하는 기도를 드리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매일 기도와 시일날 밤 9시에 가정에서 개인 기도를 행한다. 특별 기도에는 7일, 21일, 49일, 105일 등 기간을 정하여 실행한다. 특별 기도의 장소로는 시교당이나 수도원, 그리고 개인 자택에도 청수예탁의 형태를 설치하여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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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일 기념식
지일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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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매 일요일에 특별히 교인들이 회집하여 집단 예배하고 기도를 올리는 정기 의례인 시일식과 매일 밤 9시에 21자 주문을 묵송하는 가정 기도가 신도의 의례 생활에서 중심이 되었다. 그 외에도 집단적인 기도 치성이나 기념 치성이 행해진다. 이 때는 안심가, 도수사, 검결 등의 노래를 불렀으며, 요즘은 현대식으로 만들어진 각종 성가들도 불리고 있다. 교단 의례이기도 하고, 종교력에 따른 기념의례이기도 한 의례에는 대신사의 득도일인 천일(天日)기념일(4월 15일 11시), 해월신사가 도통을 이어받은 지일(地日)기념일(8월 14일 11시), 의암성사가 도통을 이어받은 인일(人日)기념일(12월 24일 11시), 춘암성사가 도통을 이어받은 도일(道日)기념식(1월 8일 11시) 등이 있다. 또한, 동학에서 천도교로 대고천(對告天)한 현도기념식(12월 1일 11시)을 비롯하여 3·1기념식, 동학혁명기념식, 대신사, 해월신사, 의암, 춘암성사의 탄신일과 환원기도식이 행해진다.

시일식에는 집례자와 설교자, 경전 봉독자가 예복을 착용하고 단상에 올라 다음과 같은 절차로 예식을 행한다. 예식의 절차를 보면, 먼저 청수 봉전하고 한울님에 심고를 한다. 그런 다음에 3회의 주문을 병송하며, 시의에 맞는 경전 부분을 봉독하고 천덕송을 합창한다. 다시 설교자가 시의에 맞는 설교를 하고 다시 천덕송을 합창하고 마무리 심고식을 행하며 폐식하게 된다.

이 시일식에서 천도교 의례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모두 살펴볼 수있다. 먼저 한울님에 항시 모든 것을 고하는 심고법(心告法)인데, 이는 대신사께서 득도 후 교도들에게 신앙의 첫 조목으로 가르친 도법이다. 한울님을 높고 먼 데서 찾지 말고 내 몸에 모신 한울님을 부모님 모시듯 해야 한다는 정신에 의해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일의 시작과 끝을 한울님께 정성껏 마음으로 고하는 의례이다.

둘째, 주문(呪文) 병송인데, 이는 한울님을 지극히 위하는 글이며, 천인합일하게 하는 발원문으로서 한울님을 즐겁게 하고 한울님을 우러러 내 몸에 모시는 글이라고 한다. 주문에는 ‘초학주문’, ‘강령주문’, ‘본주문’의 세 가지가 있다. 초학주문은 ‘위천주고아정 영세불망만사의(爲天主顧我定 永世不忘萬事宜)’의 13자이고, 강령주문은 ‘지기금지 원위대강(至氣今至 願爲大降)’이다. 본주문은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이다. 이는 입교식, 시일식, 기념식, 영결식 등 각종 의식을 거행할 때 사용한다. 또한, 선생 주문은 강령 주문으로 ‘지기금지 사월래(至氣今至 四月來)’와 본주 문으로 ‘시천주영아장생 무궁무궁만사지(侍天主令我長生 無窮無窮萬事知)’가 있다. 강령 주문과 본 주문을 함께 지칭하여 ‘21자 주문’은 보통 수련 때와 특별 수련 때 현송과 묵송을 한다

셋째, 시일식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특별한 경우에 부적의 소부(燒符)의식을 행한다. 부적은 대신사가 한울님으로부터 받았다고 하는 궁을(弓乙)로 표상되는 그림을 한지에 그리고 이를 태워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면 치병과 주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믿어졌다.

넷째, 청수 봉전(淸水奉殿)은 대신사가 대구장대에서 처형당할 때 청수를 봉전하고 순도하였는데, 이를 기리기 위하여 시행한 것이다. 그 이후 기념식, 경축식, 혼례, 상례, 제례 등 각종 의식의 예탁에는 청수를 반드시 봉전하고 기도를 올리는 것이 상례화되었다.

천도교(동학)의 심고는 과거 사당을 모시고 있을 때 집안의 모든 일을 조상에게 고하는 것과 유사한 점이 많아 유교적 의례에서 차용하여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고, 주문과 부적, 청수 봉전은 과거 민중들에게 양재기복과 액막이에 활용되는 것으로서 전통적인 민간신앙의 의례 양식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리고 시일과 설교, 성가, 경전 봉독 등은 근대적 교단 종교로서 출발한 천도교가 기독교적 의례 양식에 영향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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