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6권 한 해, 사계절에 담긴 우리 풍속
  • 4 세시 풍속과 종교
  • 04. 한국 신종교의 연중행사
  • 한국 신종교의 연중행사
  • 2. 증산교 의례
진철승

[증산교 의례134) 태극도 편찬위원회, 『修道要訣』, 태극도 본부, 1985와 문화체육부, 앞의 책의 ‘증산교의 의례편’을 참고로 하여 재정리한 것이다. ]

증산교(甑山敎)는 증산 강일순에 의해 1901년 전라도 모악산에서 성립되었다. 이 종교는 후천개벽(後天開闢), 천지공사(天地公事), 해원상생(解寃相生)을 주요 교리로 삼고 있다. 그 핵심 주문인 ‘태을주(太乙呪)’의 첫머리가 ‘훔치훔치’로 시작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훔치교로 불리기도 하였다. 증산교의 신앙 대상은 의례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나 기본적으로는 증산 상제(上帝)이다. 그럼에도 교파마다 증산에 대한 호칭은 서로 다양하다. 상제, 미륵불, 옥황상제, 천사, 강성 상제, 무극상제 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런 호칭들은 모두 강일순이 절대주, 하느님, 구세주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상제 이외 신앙 대상으로 환인, 환웅, 단군 등 우리나라의 시조신과 각 민족의 민족신, 그리고 공자, 석가, 예수 등 문명신, 모든 사람의 조상인 선령신, 그리고 최제우와 마테오 리치, 진묵대사 등을 숭배하고 있다. 이같은 숭배의 대상과 예배 의식도 종단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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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 영대 법종교(강증산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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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 영대 법종교
증산 영대 법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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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교인들은 증산 상제에게 날마다 시간을 정하여 일일 예경을 하고 중요 행사일에 집단적으로 치성을 드린다. 개인 기도가 주가 되는 일일 예경에는 대체로 특정 주문을 주송하며 청수만 봉정한다든가 일상적인 진지상을 그대로 올린다. 집단 의례에는 절후(節候) 치성이나 명절 치성이 있는데, 24절후의 시작 시간에 절후 치성, 설, 정월 보름, 추석의 3대 명절에 명절 치성을 드린다. 또한, 증산 상제 의 탄신기념일과 화천기념일, 도통을 이어 받은 교단 창시자의 탄신이나 화천기념일에도 치성 의식을 행하고 있다. 그외에 기복, 치병, 천도 등의 축원 치성, 시험 합격, 승급, 영전, 사업 번창 등 특별한 은혜을 입었을 때 사은 치성, 개인이 과오를 범하였을 사죄하기 위한 사죄 치성 등이 있다. 위와 같이 중요 행사일을 기리기 위하여 상제님과 천지신명께 자신의 정성을 다하는 치성의식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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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치성
동지 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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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성 의식의 순서는 먼저 청신 과정으로 정성스런 음식을 진설(陳設)하고 봉헌관이 분향(焚香)하며 배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음 본 과정으로 초헌관이 초헌정저(初獻正著)하고 일동배례하며, 아헌관이 다시 아헌정저(亞獻正著)하며, 개기삽시(開器揷匙)하며 일동배례한다. 다음 종헌관이 삼헌정저(三巘正著)하고 일동배례한 후 일동부복하여 구천상제나 천지신명에 고유(告諭)하고 태을주, 기도주, 도통주 등의 주문을 각 4번 주송한다. 그리고는 퇴갱반개정저(退羹半蓋正著)하고 유식(侑食)한다. 마지막 송신 과정으로 하시합개(下匙合蓋)하고 일동 배례한다. 이후 예필국궁(禮畢鞠躬)하고 퇴장한다. 여기서 주문 병송만 없다면 전통적으로 천지신명께 음식을 흠향시키는 제의 절차나 무속의 굿과정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교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치성을 드리는 장소는 구천상제를 모시는 영대(靈臺)가 있는 도장에서 이루어진다. 치성일은 모두 음력에 해당되며, 치성 시각은 축시(丑時) 정각에 거행한다. 단, 절후 치성의 경우에는 사입이지(四立二至)의135) 입춘, 입하, 하지, 입추, 입동, 동지를 말한다. 절후가 드는 시각에 맞추어 행한다. 증산교가 절후와 명절 치성 의례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은 후천선경의 도수가 운전됨을 감사하기 위해 행하는 또 다른 종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치성에 참가하는 도인 전원은 반드시 한복을 착용하여야 하며, 몸과 마음을 정갈히 숙연하게 하여야 한다. 치성 의식에는 반드시 이같은 신의 흠향(歆饗)을136) 흠향은 천지신명이 냄새로써 정성스러운 음식을 취하게 하는 것으로 생존해 있는 사람이 식사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중심으로 하며 주문을 봉송하는 기도 의식이 뒤따른다.

증산교의 치성 의식에서 배례(拜禮)는 그 방법과 의미에서 독특한 면이 있다. 그 배례는 우보상최(禹步相摧)의 형태를137) 禹步는 먼저 숨을 죽이고 왼발을 내민 다음에 오른발을 앞에 내어 왼쪽 발과 나란히 하는 것을 말한다. 相催는 발을 서로 꺾어서 움직인다는 뜻이다. 우보의 제2보에서는 오른발을 먼저 움직이고 왼발을 움직여 나란히 한다. 제 삼보는 제 일보와 같다. 이렇게 반복해서 법 4배를하고, 기도를 올리면 만사에 형통한다고 한다. 취하며, 반천무지식(攀天撫地式)이라고 하는138) 하늘의 정기를 몸에 실어 上通天文한다는 뜻으로 두 손을 위로 올려 주먹을 쥔 다음 내려서 어깨 위에서 펴고, 다시 땅의 정기를 몸에 실어 下達地理하고 자신의 마음을 집중하여 中通人義한다는 뜻으로 손을 내려서 주먹을 쥔 다음 가슴 앞으로 올려 주먹을 펴서 合掌하였다가 손을 내려 땅을 집고 엎드렸다 일어나는 배례이다. 법배(法拜)를 드린다. 먼저 법배 4번를 구천상제께 올린 다음 우진 1보(右進一步)하여 옥황상제께 법배 4번을 올린다. 다시 좌진 2보(左進二步)하여 평배(平拜)를 석가여래께 3번 올리고, 다시 갱진 1보(更進一步)하여 평배를 명부시왕, 오악산왕, 사해용왕, 사시토왕께 2번 올린다. 다시 우진 4보하여 평배를 관성제군, 칠성대제, 직선조, 외선조께 2번 배례한다. 모두 15배한 다음 좌진 2보하여 원위치로 돌아와서 향남읍(向南揖)이라 하여139) 상체를 남쪽으로 향하게 하여 손을 가슴에 올려 합장하고 머리를 숙여서 올리는 반절을 말한다. 칠성, 우직, 좌직, 명부사자께 드리는 읍을 올린다. 이 치성 의식의 배례에서 나타나는 신앙 대상을 고려해 보면, 증산교가 다른 어떤 종교보다도 한국의 종교 유산을 총집결시키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소부(燒符)는 증산교 어느 종파에서나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기본적인 의례 요소이다. 태을주와 동학의 시천주를 비롯해서 칠성주, 오주, 진법주, 도통주, 갱생주, 절후주, 개벽주 등 많은 종류의 주문들은 의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즉, 주문을 기원문으로, 축문으로, 그리고 수련을 위한 방법으로 다양하 게 사용한다. 그리고 증산교에서 사용하는 부적 가운데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현무경(玄武經)과 병세문(病勢文)이다.140) 김홍철, 「한국신종교의 부적신앙연구」 『한국종교』 16, 1991, pp.38∼51 참고.

증산교 의례를 보면, 주문과 부적을 통해 의례의 종교성과 구복성을 잘 조화시키고 있으며, 그것에 수련성까지 결합하여 여러 가지 독특한 의례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증산이 행하였다는 천지공사와 의통(醫統)이라는 치병 의례는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같이 구제 의례나 교단 의례는 잘 정리되어 있으나 그것을 제외한 개인의 평생 의례들은 그리 발전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증산교의 의례들은 이전의 동학 의례나 민간 도교나 무속 전통 등의 민중 의례 양식들을 많이 수용하고 있다. 즉, 한국의 민중적인 전통 의례를 대폭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치성 의식에서 상제뿐 아니라 여러 신명들을 함께 경배를 드리고, 수련 의례에서도 전통적인 좌선법에 의한 단전호흡을 행하며, 주문을 염송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증산교가 무속과 선도, 비기 등 민중 종교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의례에서도 그러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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