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6권 한 해, 사계절에 담긴 우리 풍속
  • 4 세시 풍속과 종교
  • 04. 한국 신종교의 연중행사
  • 한국 신종교의 연중행사
  • 3. 대종교 의례
진철승

[대종교 의례141) 대종교전범실, 『대종교 규례 규범』, 대종교출판사, 1975.]

단군계 신종교는 대부분 개항기에 성립된 백봉의 단군교(檀君敎), 김염백의 신교운동(神敎運動)으로부터 연원을 두고 있다. 이는 동학 창도 이후 20여 년, 대종교 개창보다 20년 전인 1880년대의 일이다. 종단의 창교를 스스로 ‘중광(重光)’, 또는 중창이라고 표현하고 있듯이 단군계 종교 모두 뿌리를 단군의 개국에 두고 있다. 대표적인 단군계 종교인 대종교(大倧敎)는 홍암 나철에 의해서 단군신화의 모티프를 근간으로 1909년에 성립되었다.

대종교의 의례는 매주 일요일에 거행하는 경일 경배식, 매달 초하루, 보름으로 드리는 치성 등 정기 의례와 여러 기념 의례, 제천의례인 선의식(䄠儀式), 그리고 개인적으로 행해지는 독송수행(讀誦修 行), 특유한 선도적인 삼법수련(三法修練)이라는 수련 의례가 있다. 경일 경배식은 대종교의 정기적인 집단 의례로서 주 1회 일요일 오전 11시에 드린다. 대부분 지방 시교단에서는 음력 초하루 보름에도 경일경배식과 같은 의식을 행하고 있다. 그리고 가정에서는 천단을 쌓고 일년에 한두 차례씩 특별한 경우 가정의 평안을 비는 특별 경배식을 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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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배식-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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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 경배식의 절차를 보면, 먼저 예원이 천진(天眞, 단군 초상)을 향하여 읍하고 천북을 세 번 울리며 개회를 한다. 세 번 북을 울린다는 것은 삼신의 은혜에 감사하고 삼망(三妄)의 가달을 벗는다는 뜻이다. 다음 총전교나 선도사가 경배식을 주관하는 분향을 올리고, 천진을 향하여 다같이 네 번 절을 하는 참알(參謁)을 행한다. 다음은 각사 봉독이라 하여 깨닫는 말씀을 세 번 아뢴다. ‘세검 한몸이신 우리 한배검이시여 가만히 위에 계시사 한으로 듣고 보시며 낳아 살리시고 늘 내려 주소서.’라고 봉독한다. 그리고 예원이 소원하는 기원을 아뢰고, 다같이 한얼노래를 부른다. 다음은 신고 봉독이라 하여 예원이 천진에 읍례하고 북을 치면 다같이 북소리에 맞추어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아뢴다. 또 다시 다같이 한얼노래를 부르고, 시 교사, 선도사가 교우들에게 신앙적 교훈을 가르치는 한얼말씀(講道)을 행한다. 그리고는 부루성금이라 하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얼노래를 부르며 성금을 바친다. 각 교단이나 교우들의 소식을 알리고, 송도(頌禱)라고 하여 예원이 감사 기원을 아뢴다. 마지막으로 다같이 천진을 향하여 읍례하고 폐회를 한다. 이때 천진(天眞)에는 천수 외에 제물을 올리지 않는다. 여기서는 천도교나 증산교와는 달리 주문이나 부적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천진에 참알하고 신고 봉독하는 것으로 보아 현대적인 의식 형태를 많이 도입하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단지 모든 의례의 진행이 북소리에 맞춰 진행한다는 것이 좀 이채로운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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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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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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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종교의 의례가 이같이 현대성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화된 이러한 정기 의례외에 특별한 전통 의례들이 계승되고 있다. 고대 제천 의식인 선의식과 개인의 수련을 위한 삼법 수련이 그것이다.

선의(䄠儀)라는 말은 한얼님께 제사를 드린다는 의미로 대종교의 제천 행사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10월이면 나라 사람들이 크게 모여서 노래와 춤으로 한얼께 제사를 드리는 의식을 행하여 경축하는 것이 우리의 풍속이었다. 특히, 조선조에서는 평양의 숭령전(崇靈殿)과 구월산의 삼성사에서 봄 가을에 제사를 지내게 하였고, 여러 관청에는 부군당(府君堂)이, 모든 고을에는 성황당(城皇堂)이 있어 관리들이 제사(祭祀)를 지냈다. 이러한 전례에 따라 대종교에서는 홀기(笏記)의 순서에 따라 질서있고 엄숙하게 이 선의식을 행한다. 이 때는 영을 부르는 참령식(參靈式), 천향(天香)을 봉향하고 세 가지 제폐(祭幣)인 곡지(穀贄, 곡식), 사지(絲贄, 비단), 화지(貨贄, 화폐)를 올리는 전폐식(奠幣式), 일반 제물인 천수(天水), 천래(天來), 천과(天果)와 천반(天飯), 천탕(天湯)을 드리는 진찬식(進饌式), 한울님께 고하는 주유식(奏由式), 령을 돌려보내는 사령식(辭令式)으로 이어진다. 절은 4배한다. 한배검에 올리는 제물에는 주육이나 어포 등을 쓰지 않으며, 제향시에는 대개 백의를 입는다. 전통적인 제천 의례 형식은 유교적인 제(祭)의 형식을 결합하여 형성하고 있으나, 북을 사용한다든가 폐백을 바치는 것은 고유 의례의 전통을 계승한 요소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선의식은 4대 경절인 개천절(음력 10월 3일), 어천절(음력 3월 15일), 중광절(음력 1월 15일), 가경절(음력 8월 15일)에 천전 내의 단군상 앞에서 거행된다.

또한, 한얼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자성 또는 영성을 돌이켜 천지와 더불어 하나가 되려는 수련법이 필요한데, 이것이 삼법(三法)수련이다. 한얼님께서 사람과 만물에게 선천적으로 성품, 목숨, 정기의 삼진(三眞)을 주시되 사람은 완전하게, 만물은 불완전하게 주시었다고 한다. 마음은 성품에 의지하여 착하고 악한 갈래가 생기고, 김은 목숨에 의지하여 맑고 흐린 갈래가 생기고, 몸은 정기에 의지하여 후하고 박한 갈래가 생기게 되므로 이 삼망을 가달이라 한다. 이 삼진과 삼망이 서로 대치되는 사이에 느낌과 숨쉼과 부딪히는 세 길이 생기고 이 길도 다시 18경계로 나타나는데, 이 고통의 갈래를 삼법, 즉 지감(止感), 조식(調息), 금촉(禁觸)으로 다스려 반진귀일(返眞歸一)하여 성통공완(性通功完)한다. 이는 수련도교적인 전통을 이어받아 체계화한 고유한 민족적인 수도법이라고 평가된다.

대종교에서는 오계, 구서, 팔관 등의 고유한 전통 계율을 중시하 며 수도법이 발달해 왔으나 개항기 종교로서 주문과 주송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대종교 의례의 특징이다. 예와 윤리는 유교적인 권선징악을 추구하면서도 천국과 지옥에 관련한 설명과 계율의 수용 등에서는 불교적 요소가 많이 내재되어 있다고 하겠다. 의례에서는 전통성과 현대성을 조율하면서도 한국의 종교 의례의 전통성을 계승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편, 개천절은 국가의 공식 국경절로는 양력 10월 3일에 기념식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단군 관련 단체에서는 음력 10월 3일에 치제한다. 개천절은 서기전 2333년(戊辰年), 즉 단군기원 원년 음력 10월 3일에 국조 단군이 최초의 민족 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하였음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단군 단체에서는 개천절은 ‘개천(開天)’의 본래의 뜻을 엄밀히 따질 때 단군조선의 건국일을 뜻한다기보다도, 이보다 124년을 소급하여 천신(天神)인 환인의 뜻을 받아 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어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의 대업을 시작한 날인 상원 갑자년(上元甲子年, 서기전 2457) 음력 10월 3일을 뜻한다고 보고 있다. 대종교에서는 양력 개천절의 기념식에도 참석하고는 있지만, 음력 10월 3일의 본디 개천절에 강화도 마니산 천단에서 선의식을 봉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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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철
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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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명절을 개천절이라 이름짓고 시작한 것은 대종교에서 비롯한다. 즉, 1900년 1월 15일 서울에서 나철(羅喆, 弘巖大宗師)을 중심으로 대종교가 중광(重光)되자, 개천절을 경축일로 제정하고 매년 행사를 거행하였다. 그리하여 일제강점기를 통하여, 개천절 행사는 민족 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하였으며, 특히 상해임시정부는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하여 경하식을 행하였고, 충칭(重慶) 등지에서도 대종교와 합동으로 경축행사를 거행하였다.

광복 후 대한민국에서는 이를 계승하여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식 제정하고, 그때까지 경축식전에서 부르던 대종교의 ‘개천절 노래’를 현행의 노래로 바꾸었다. 개천절은 원래 음력 10월 3일이므로 대한민국 수립 후까지도 음력으로 지켜왔는데, 1949년에 문교부가 위촉한 ‘개천절 음, 양력 환용(換用) 심의회’의 심의 결과 음, 양력 환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와 ‘10월 3일’이라는 기록이 소중하다는 의견에 따라, 1949년 10월 1일에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음력 10월 3일을 양력 10월 3일로 바꾸어 거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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