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철승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신종교의 대표 주자는 불교 전통을 가진 원불교이다. 소태산 박중빈이 26세 되던 1916년 4월 28일에 자수자각(自修自覺)을 통한 대각을 이루고 전라남도 영광에서 창설한 종교이다. 그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선언하여 불교 교리의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를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원불교의 신앙 대상과 수행의 표본을 불상을 신앙 대상으로 하지 않고 ‘○’으로 표상되는 법신불 일원상(法身佛 一圓相)으로 하고, 일원상 앞에서 시주, 불공을 폐지하고 자성(自性)부처에게 심고하고 참회하며 서원한다. 이러한 원불교의 정신을 의례에서도 잘 구현되고 있다. 다른 신종교와는 달리 원불교는 관련 의례들을 의식집인 예전(禮典)에¹⁴²⁾ 원불교중앙총부, 『원불교 예전』, 1977년 5판. 항목별로 수록하고 있다. 인사와 식사와 같은 일상예절을 담은 통례편, 신도의 평생 의례를 담은 가례편, 교당에서 행하는 의식을 담은 교례편 등으로 구분하여 정리하고 체계화하고 있다.

주요 의례는 월례, 연례의 정례 법회와 수시 법회가 있다. 일요일 혹은 삼육일(매월 6, 16, 26일)을 예회라 하여 월례 법회일로 삼았다. 기본 의례인 법회는 정례 법회와 수시 법회가 있으며, 정례 법회에는 월례 법회와 연례 법회가 있고, 월례 법회에는 예회와 양회가 있으며, 연례 법회에는 동선(冬禪)과 하선(夏禪), 특별 강습회가 있다. 예 회는 매 일요일마다 또는 적당한 날에 실시한다. 신도들의 아침은 수양정진 시간으로 아침 일찍 심고를 올리고 좌선과 독경을 한 후 하루 일과를 진행한다. 심고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일정한 장소와 의례가 없이 올리는 것이나 기도는 일정한 장소에서 매월 초하루 보름이나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행한다. 원불교는 4축(祝) 2재(齋)라 하여 4대 경축일과 두 개 대재가 있다. 경축일은 신정절(1월 1일), 대각개교절(4월 28일), 석존성탄절(음력 4월 8일), 법인절(8월 21일)이고, 대재에는 대종사 이하 원불교의 모든 조상에 추모하는 것으로 육일대재(6월 1일)와 명절대재(12월 1일)가 있다.

예회는 사회자가 죽비를 세 번 울려 시작을 알리는 개회를 한다. 다음 사회의 안내에 따라 경건한 마음으로 법신불 사은전에 대례로 4배를 올리는 불전헌배, 복잡하고 산란한 마음을 통일하여 선정(禪定)에 들어가는 입정, 다음 사회자가 경종과 목탁을 울려 일원상 서원문을 인도하면 대중은 따라서 암송한다. 원불교 교가를 다함께 부르고, 설명 기도 및 심고가 있으며, 설명 기도 및 심고가 끝나면 ‘서원을 이루어 주소서’ 원불교 성가 128장 1절을 부른다. 다음 법어 봉독과 원불교 성가를 부른다. 그 다음 경강 또는 설교가 있고 일상 수행의 요법을 외우면서 매일 매일의 일상생활 속에서 원불교의 교리를 실천할 것을 다짐하고 반성한다. 마지막으로 묵상 심고를 마치고 산회가를 부르고 폐회하고 해산한다.

여기서 입정(入定)은 선정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불교적인 것이다. 심고는 천도교, 증산교 등에서 교인들이 모든 일을 할 때에 먼저 한울님께 마음을 고한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법어 봉독과 설교는 기독교 계통의 예배에서 성경을 봉독하고 설교하는 형식과 매우 유사한 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성가는 기독교계의 찬송가와 매우 유사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일상수행의 요법, 경강, 법의문답 등은 마음공부를 통한 인격 훈련에 중심을 둔 원불교의 독특한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교가와 산회가를 앞 뒤 순서에 두어 부르는 것은 당시 사회의 공공행사 때 국가나 기념가의 식순이 앞뒤에 있었던 형식과 일치한다. 이와 같이 법회를 살펴보면, 천도교, 유교, 기독교 등 주변의 타종교로부터의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례도 참고하여 새로운 종교로서의 창조적 연구와 노력이 병행되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¹⁴³⁾ 김성장, 「원불교 의례 성격」, 『숭산 박길진박사 고희기념 한국근대종교사상사』, 원광대 출판부, 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