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7권 한국 서예문화의 역사
  • 5 한글 서예의 변천
  • 03. 언문 전기: 1500년∼1600년대
  • 언문 전기의 필사체
  • 2. 언문 전기 필사체의 서체적 특징
박병천

1536년에 건립한 최초의 한글 금석문인 영비의 서체적 특징을 살펴본다. 이 비의 내용을 짓고, 글씨를 쓰고, 글자를 새기는 일은 정언 벼슬을 지낸 문인이며 명필인 이문건이 하였다. 비의 측면 상단 가운데에 ‘영비(靈碑)’라고 한자 해서체로 크게 새기고, 아래에 두 줄로 ‘녕비라거운사화니브리라-이글모사려알위노라’라고 한글 정자 서체로 음각을 하였다. 이러한 정자체는 1525년도에 나온 판본체 『간이벽온방(簡易辟瘟方, 언해)』 서체 중 모음의 짧은 획을 둥근 점으로 나타낸 서체와 비슷하다.

1603년(선조 36) 나온 선조의 언간서체는 1590년에 선조의 명에 의하여 활자본으로 간행한 판본체 『대학언해』의 서체와 우연하게 자형이 비슷하다. 이 서간의 한글서체는 한자 해서체와 혼합하여 썼는데 한글보다 한자를 더 크게 썼다. 이 한글서체는 문자의 세로선은 수직으로 나타냈고, 가로서선은 오른쪽을 수평보다 위로 약간 올라가는 방향으로 나타냈다. 세로서선의 입필부분은 왼쪽으로 약간 구부려 나타냈고, 가로선은 입필부분을 뾰족하게, 송필부분은 가늘게, 수필부분은 둥근 획형으로 굵게 나타냈다.

1660년에 인선왕후(효종비)가 넷째 공주 숙휘에게 보낸 언간은 11행으로 이루어진 순수 한글편지이다. 문자 사이에 연결선이 있는 흘림체로 가는 서선으로 세로방향으로 운필한 이 편지에서 강하고 싸늘한 느낌을 풍긴다. 자형이 세로로 길고, 세로선은 입필부분을 가로로 자른 모양으로 굵게 나타냈고, 아래부분으로 내려 갈수록 점점 가늘어지게 쐐기형으로 강하게 나타냈다. 그리고 가로서선은 길고 가는 직선으로 강하게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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