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
  • 1 무속의 역사적 전개
  • 01. 머리말
서영대

한국의 무속을 이해하는 데에는 두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공시적 이해이고, 다른 하나는 통시적 이해이다. 전자가 현재라는 시점에서 전개되는 무속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려는 것(현재 진행형으로서의 무속 이해)이라면, 후자는 무속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그려내는 것(과거형으로서의 무속 이해)1)이미 사라져버린 과거완료형은 아니고, 현재와 연결되는 과거형이다.이라 할 수 있다.

한국 무속의 연구사를 되돌아보면,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는 통시적 이해가 우세했지만, 현재는 공시적 이해가 무속학계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다른 전통문화 현상들과 마찬가지로 현대로 오면서 무속도 변화·변질되고 있음을 생각할 때, 현존 무속의 자료화에 주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 무속의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양자의 종합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무속에 대한 역사적 연구가 도외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속사라는 말은 무속도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무속이 다르고, 과거의 무속 중에서도 먼 과거와 가까운 과거의 무속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속사 연구란 곧 무속에 대한 동태적 이해라 할 수 있다.

역사는 중단되는 것이 아니며, 연속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성격이 비슷한 시기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단계로 묶을 수 있다. 역사의 구획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구획화된 단계마다의 특성을 파악하고 다음 단계로 변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 이것을 역사학에서는 시대구분론(periodization)이라 한다. 그러니까 시대구분론은 역사의 동태적 이해는 물론, 잡다한 역사적 사실들의 체계적 이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무속사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무속사의 큰 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의 시대구분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대구분은 사실 인식의 수단인 동시에 사실 인식의 결과이기도 하다.2)차하순, 「시대구분의 이론과 실제」, 『한국사 시대구분론』, 소화, 1995, p.15. 따라서 시대구분이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으며, 연구의 진전과 더불어 끊임없이 수정되어야 한다.

한국 무속의 역사에 대해서는 기왕에도 상당한 연구가 있었고, 이를 통해 한국 무속사의 많은 부분이 밝혀졌다.3)한국 무속에 대한 통사적 서술로는 다음과 같은 업적이 대표적이다. 柳東植, 『한국巫敎의 構造와 역사』, 연세대 출판부, 1975 ; 趙興胤, 「巫敎思想史」, 『한국종교사상사』 Ⅳ, 연세대학교 출판부, 1986.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이 점에 소홀했던 감이 있다. 무속적 사실들의 나열을 곧 무속사 연구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무속사 전반의 체계적 이해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감이 있다. 따라서 한국 무속사의 체계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우선은 불완전하더라도 시대구분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 무속사를 시대구분하려면, 구분을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이 명확해야 시대구분이 일관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속사를 위한 시대구분의 기준으로는 신념체계(belief system)나 의례 같은 무속의 내용이 바람직할 것 같다. 그러나 한국 무속사의 경우 관련 자료도 부족한 데다가, 부족한 자료마저 무속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하는 바가 별로 없다. 따라서 한국 무속사의 시대구분을 위해서는 자료의 뒷받침이 가능한 다른 기준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전통시대의 무속 자료를 보면 무속의 작용이나 기능(주로 부정적인 것이지만)에 대한 것이 많다. 그렇다고 할 때 무속의 기능을 중심으로 시대구분이 가능할 수 있다.

무속의 기능이란 ‘무엇에 대한 무속의 작용’이다. 이때 ‘무엇’으로는 정치·사회·개인을 들 수 있다. 즉, 무속의 기능을 정치적 기능·사회적 기능·개인적 기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 정치적 기능이란 국가나 사회 전반에 대한 작용이며, 사회적 기능이란 지역 사회를 비롯한 사회 단위에 대한 작용이고, 개인적 기능이란 개인의 길흉화복에 대한 작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사실은 이러한 기능들이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즉, 3가지 기능 모두가 다 발휘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2가지 기능만 존재하던 시기도 있고, 한 가지 기능만 유지되는 시기도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기능을 중심으로 한 한국 무속사의 시대구분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시대 고대 중세 근대
범위 신석기∼삼국 통일신라∼조선 중기 조선 중기∼
기능 정치·사회·개인 사회·개인 개인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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