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
  • 2 역사에 나타난 무속의례
  • 01. 들어가는 말
이용범

이 글은 한국사의 각 시기에 행해진 한국 무속의례를 살펴본다. 각 시기에 어떤 무속의례들이 행해졌으며, 그러한 무속의례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그것의 사회문화적 위상과 기능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 무속의 의례가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자리잡게 되었는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속은 종교적 사상이나 이념이 정리된 경전 같은 문자화된 텍스트가 없는 종교이다. 무속은 행위체계인 의례 중심의 종교이다. 무속은 한국의 어떤 종교보다 가장 오랫동안 한국인의 삶의 자리에서 실천되어 왔다. 따라서 무속의례의 유형과 형식에 대한 서술은 무속이 얼마나 한국인의 삶과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는가를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서 차지해 온 무속의 사회문화적 위상과 기능을 보여줄 것이다. 또한, 무속의례에 대한 시기별 서술은 한국 무속의례에서 지속되는 부분과 아울러 시대에 따라 변화된 부분을 확인해 줄 것이다.

서술 시기는 무속 의례 관련 자료의 상황에 따라 고려 이전, 고 려, 조선으로 나눈다. 무속 일반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무속의례와 관련된 자료의 양은 시대적으로 편차가 크다. 직간접적으로 무속의례를 살필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한 시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다. 선사시대부터 통일 신라에 이르는 시기의 무속의례 관련 자료는 매우 소략하다. 이런 이유로 시기를 세분해서 서술하기 어려워 한 시기로 묶었다. 고려와 조선시기는 한 시기로 묶을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무속의례 자료가 확인된다.

이 글은 무속의례를 크게 점복(占卜), 기양(祈禳)의례, 기복(祈福)의례로 유형화하여 서술하였다. 이는 인간 삶에서의 무속의 기능에 초점을 맞춰 무속의례를 유형화한 것이다. 점복은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불확실한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무속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점복은 비록 단순하지만 일정한 점복행위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의례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기양의례는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나, 질병·출산·결혼·죽음 등 삶에 어떤 문제나 변화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행해지는 의례이다. 포괄적인 의미의 위기상황에서 행해지는 의례인 점에서 위기의례라 할 수 있다. 삶의 문제나 위기는 갑작스럽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기양의례는 임시의례의 성격을 갖는다.

기복의례는 삶의 문제나 위기와 무관하게 인간 삶의 안녕과 번영, 생산의 풍요 등 조화롭고 복된 인간 삶을 기원하는 의례를 말한다. 기복의례는 한해의 삶의 리듬에 대응하여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정기제의 성격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서 무속의례를 실천한 주체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있지만, 크게 개인을 포함한 가정, 마을과 지역사회, 왕실과 국가이다. 이러한 무속의례의 실천 주체는 한국 사회의 기본 삶의 단위이자 주체이기도 하다. 무속의례를 크게 점복, 기양의례, 기복 의례로 나눠 살펴봄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무속의례가 이러한 삶의 단위이자 주체들과 어떻게 관련되면서 기능해 왔는가를 알 수 있다. 나아가 그것은 한국 사회에서 한국 무속의례와 무속의 사회문화적 위상과 기능을 알려 보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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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 굿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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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의례에 대한 서술의 범위는 어떤 무속 개념을 전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논자에 따라서 한국 무속은 한국의 고유한 종교 전반을 가리키는 폭넓은 것이 되기도 한다. 이 글은 가장 좁은 의미의 무속 개념을 전제한다. 그리고 이 글에서 말하는 무속의례는 무당에 의한 종교적 행위를 의미한다. 무당은 일어서서 춤과 노래로 굿을 진행시키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무당과, 또한, 앉아서 독경을 위주로 굿을 진행하는 독경무(讀經巫)를 다 포함할 수 있다. 이 글은 독경무보다 일어서서 춤과 노래로 굿을 진행하는 무당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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