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
  • 2 역사에 나타난 무속의례
  • 05. 맺음말
이용범

한국사의 각 시기별로 행해진 무속의례를 살펴보면 후대로 내려올수록 의례의 유형이 다양해진다. 무속의례의 유형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무속의례가 한국인의 삶에 폭넓게 관여한다는 의미이다. 가장 다양한 무속의례가 행해진 조선시대에는 무속의례가 가정, 지역사회, 왕실과 국가 등 조선시대 모든 삶의 주체를 단위로 실천되었다. 이는 조선시대 이후 무속의례가 한국인의 삶의 영역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전승되어 왔고, 이는 그만큼 한국인의 삶에서 무속의례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말해 준다. 아울러 그것은 무속이 한국인의 삶에사 가장 가깝고 친숙한 종교의 하나였음을 반증한다.

근대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무속의례의 위상과 역할이 축소되기 시작한다. 한국 사회에서 무속과 관련된 주요한 삶의 영역은 가정(개인), 지역(마을), 국가(왕실)이다. 시기별로 상대적 차이가 있으나 조선시대까지 무속의례는 이 세 영역과 관련을 맺고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오면서 국가(왕실)와의 관계는 완전히 사라지고, 가정(개인), 지역(마을)과의 관련 속에서 존재를 지속한 다. 지역과의 관계도 점차로 지역사회와 문화가 해체되면서 지역이 더 이상 무속의례의 기반이 되지 못하게 되고, 가정(개인)과의 관계가 중심이 된다. 현재 무속의례는 지역과의 관계 및 관련 역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현저하게 약화된 상태이다. 개인 및 가정과의 관계 역시 이전처럼 단단한 연결고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의 삶에 대한 무속의례의 영향력과 역할이 축소된 것은 근대 이후이다. 앞에서 현재 무속의례의 많은 모습이 조선시대에 형성되었음을 밝혔다. 그것은 의례형식 자체에서는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큰 변화는 없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무속의례의 가장 극적인 변화는 사회·문화적 역할의 범위가 근본적으로 축소되는 근대에 나타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속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출현한 12세기 초반 이래로 무속의례 나아가 무속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일반적 인식은 한국인의 삶에서 무속이 차지하는 실제적인 위상과 역할을 객관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채 부정적인 시각 일변도였다. 근대에 들어오면서 부정적인 성격의 한국 사회의 일반인식과 무관하게 한국인의 삶에서 종교의례 가운데 하나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해오던 무속의례가 그 실질적 역할마저도 상실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국인의 삶과 가장 가깝고 친숙했던 무속의례가 한국인의 삶과 거리가 있는 낯선 현상이 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물론 이는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무속의례가 인간 삶의 근본적인 문제를 담당하는 한국 사회의 종교의례의 하나로 지금껏 생명력을 유지해 왔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무속의 적응력을 생각한다면 무속의례의 앞날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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