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
  • 3 무당의 생활과 유형
  • 01. 무당, 신과 인간을 잇는 중개자
  • 하늘과 땅 사이에서 춤추는 사람
이경엽

무당이란 무교(巫敎) 또는 무속(巫俗)의 사제자이며 길흉화복을 점치고 굿을 주관하는 사람을 말한다. 무당은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존재다. ‘무(巫)’라는 한자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춤을 추는 사람을 형상화한 글자라고 한다. 이 글자의 생김새처럼 무당은 신에게 인간의 소원을 고하고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무당은 곧 신과 인간을 잇는 중개자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무속의 역사를 탐구한 이능화는 무당의 기원이 가무(歌舞)와 강신(降神)에 있다고 했다. 무당이란 춤으로 신을 청하고 노래로 신을 즐겁게 하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여 재앙을 피하고 복을 받게 하는 제의를 주관하는 사람이므로 춤과 노래가 곧 무당의 기원이라고 한 것이다. 또한, 『설문해자』를 비롯한 문자학 책을 보면, 무란 ‘능히 신을 볼 수 있는 자’ 또는 ‘형체가 없는 신을 섬기고 춤으로 신을 내리게 하는 자’라고 하고서, ‘춤과 노래로 신을 섬기는 까닭에 춤과 노래를 무당의 풍속’이라고 한다고 적고 있다. 고대의 사 전적인 의미로 본다면 무당은 노래와 춤으로써 신과 소통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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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의 무당
경성의 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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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이란 말의 어원은 두 가지로 설명된다. 먼저 한자어라고 보는 관점에서는, ‘무당이 굿을 하는 장소’라는 뜻의 무당(巫堂)에서 그 용어가 유래되었다고 말한다. 여러 기록에서 신당(神堂)의 개념으로 사용된 사례가 많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든다. 그리고 고유어설에서는, 언어학적으로 무당이라는 용어는 북아시아, 중앙아시아 여러 종족에서 사용하는 샤만을 지칭하는 ‘Udagan’ 계통의 낱말과 관련이 있는 순 우리말이었는데, 나중에 중국의 영향으로 한자화되어 무당이라고 표기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문헌에 종교 직능자를 무당이라고 표현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그 근거로 꼽는다.

문헌에서 무당이란 말의 어원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찾을 수 없지만 무당이 고대부터 존재했던 것은 분명하다. 무당은 우리 역사 속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적 전통인 무교를 담당해 온 사람들이다. 무당은 의례를 주관하는 사제이고 예언자이며 또 치료사로서 역할을 해왔다. 불교나 도교, 유교, 기독교 등의 외래 종교가 유입 되기 훨씬 전부터 있던 종교적 전통이므로 더욱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상층 문화와 융화를 이루지 못하고 우여곡절의 사연을 겪어왔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문화로 지속되고 있다. 무속은 역사 속에서 당대의 지배이념과 대립하기도 하고 교섭하면서 변화를 겪고 지속되어 왔다. 무속은 화석화된 고대 종교가 아니다. 오래된 전통이면서 현재도 지속되는 민속 종교이므로 그 내력과 의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당은 종교 성직자로서 변함없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 무당을 대하는 시선은 한결 같지 않다. 긴 역사 속에서 다면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으므로 무당에 대해 한 가지로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여러 측면을 고루 헤아리는 데 인색한 편이다. 무당을 대하는 시선을 보면, 대체로 밝고 건강한 이미지보다는 상반되인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실상대로 이해하기보다는 굴절시켜 보는 데 익숙한 것 같다. 이런 상황이므로 굴절의 역사를 애써 설명해야 균형있는 시선을 확보할 수 있다.

무당은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존재라고 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무당을 순수한 사제자로 대하지 않는 걸까. 무당의 문화사를 파악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무당은 누구인가, 우리는 무당을 통해 무엇을 빌고 이루고자 하는가, 우리는 그들을 통해 어떤 역사적 사실과 만날 수 있는가, 무당이 일구어 온 문화적 전통은 무엇인가, 겉으로 규정된 무당의 모습이 아닌 그들의 진솔한 생활사는 무엇인가, 무당의 굴절된 삶의 내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들이 펼쳐온 활동은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의 문화사 속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는가 등이 그것이다. 무당의 역할을 애써 포장하고 미화할 필요는 없다. 무당의 내력을 실상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재구성하고 해석하면 될 일이다. 그 과정 속에서 오래되고 지속적인 전통을 일구어온 무당을 새롭게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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