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
  • 3 무당의 생활과 유형
  • 05. 무당의 대외 활동과 전통 예술
  • 무속 집단과 전통 예술
  • 무계와 전통 예술 계보
이경엽

경기도나 동해안, 전라도의 세습무계를 통해 무계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배출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화순 능주의 조씨 가계를 예로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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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능주 조씨 가계도
화순 능주 조씨 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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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계보도와 같이 능주 조씨 가계에서는 많은 예술가가 배출되었다. 조도화가 소장하고 있는 <창녕 조씨 세계(世系)>에 의하면, 5대조인 조병필이 가선대부에 추증된 것으로 나오는데, 그 직이 명인 명창에게 주어지던 벼슬과 관련된 것 같다. 그리고 조씨의 조부 조종률은 능주 신청의 대방직을 지내고 줄타기 명인으로서 의관이라는 벼슬까지 제수받았다고 한다. 또한, 작은 할아버지인 조종언과 조종엽은 각각 줄타기와 대금 명인이었고, 숙부 조몽실과 형 조동선은 유명한 판소리 명창이었다.

무계는 곧 전통 예술 계보이기도 하며, 세습무는 동관끼리 혼인하고 그 관계의 재생산 위에서 무업을 이어간다. 이런 통혼 관계는 또한, 민속 예술의 전승 계보라고 할 만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능주 세습무 조도화는 명창 공창식의 사위이기도 하며 그의 가계는 사돈, 겹사돈 등의 관계에 의해 판소리 전승 계보를 형성하고 있다.

판소리를 중심으로 더 자세히 보기로 하자. 다음은 서편제 판소리의 한 계보이지만 무계의 통혼 관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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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판소리의 한 계보
서편제 판소리의 한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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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는 담양 출신으로 박유전의 법통을 물려받은 서편제 명창이다. 그의 소리는 능주의 김채만에게 이어지고, 김채만의 소리는 담양의 박동실과 능주의 공창식이 계승한 후 이어 능주의 조몽실, 공기남, 조동선이 물려 받게 된다. 이러한 전승 계보는 서편제의 가장 중요한 흐름이다. 이 계보 소리꾼들이 특장으로 부르는 바탕은 심청가인데, 서편제 심청가가 바로 이 계보를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다.

그런데 이 계보는 무계의 통혼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능주의 공씨 가계는 담양의 박씨 가계와 연결되어 있다. 박동실의 동생 박영실은 공창식의 딸과 결혼을 해서 사돈 관계가 된다. 그리고 공기남은 아버지 공창식뿐만 아니라 사돈인 박동실에게 소리를 배웠으며, 사상이 서로 통했던지 나중에 함께 월북을 하였다. 또한, 창 극 단체를 꾸려 다닐 때에도 이들은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박동실 등을 포함한 위의 계보가 모두 무계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이 계보의 심청가는 옥과 출신 한애순 명창에 의해 전승되고 있으며, 한애순의 가계와 박동실의 가계는 통혼으로 연결되어 있다. 박동실의 여동생이 한애순 오빠인 명무(名舞) 한진옥의 부인이다. 이렇게 볼 때 판소리의 전승 계보가 세습무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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