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
  • 4 무당굿놀이의 유형과 변화의 흐름
  • 01. 무당굿놀이에 주목하는 까닭과 전국적 분포 양상
허용호

무당굿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 인식은 제한적이다. 우리는 흔히 무당굿을 일반인과는 다른 무당이 주도하는 기이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연행이라 생각한다. 신을 모시는 제의이기에 엄숙하고, 쉽게 참여할 수 없는 낯설고 두려운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무당굿을 한번이라도 보거나 그 연행에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제한적이며 편견이었던 가를 인식할 수 있다. 무당굿은 이외로 흥겹고 재미있으며, 두렵고 신령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신격들이 희화화되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무당만이 연행의 주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굿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직접 연행자가 되기도 하는 것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무당굿에는 제의성과 신성성뿐만 아니라, 놀이성과 세속성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무당굿놀이는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한 개념이다. 달리 말한다면 무당굿에 대한 오해를 넘어서고자 만들어진 개념인 것이다. 무당굿놀이는 무당굿에 나타나는 극적인 속성, 놀이적인 속성, 재미를 추구하는 속성 등에 주목한다. 이 글에서의 무당굿놀이 영역에는 극 적인 것, 놀이적인 것, 재미를 추구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된다. 또한, 굿에서 독립적인 거리로 연행되는 것에서부터 부분적인 삽화로 존재하는 것까지 모두 포괄한다. 이러한 무당굿놀이 개념 정의는 그동안 무당굿놀이 연구 대상으로 삼아왔던 대부분의 것들을 포괄하는 열린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유연하고 넓게 개념을 설정하는 데에는, 그동안 무당굿놀이 관련 연구에서 논의되었던 대부분의 대상을 포괄하려는 지향이 담겨있다. 무당굿놀이는 말이나 몸짓 혹은 춤과 노래를 중심으로 해서 어떤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치병굿류나 악귀를 쫓아내는 제의 같은 재미없는 것을 배제하지도 않고, 단순한 춤이나 노래가 중심이 되어 극적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또한, 전체로서 굿에서부터 굿거리를 거쳐 삽화 수준에 이르는 다양한 무당굿놀이들을 포괄하려는 지향이 이 글에 있다.

이러한 시각은 그동안 학계에서 무당굿놀이와 관련하여 논의된 성과를 긍정적으로 계승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시각은 무당굿놀이에 주목하게 되었던 초기의 관심으로 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무당굿놀이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 무당굿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양상에 대한 주목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굿 연구에서 배제되고 소외되어 주변의 것으로 머물고 있었던 것에 대한 관심이 무당굿놀이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었고, 이 글이 이를 이어받는 것이다.

독립적인 거리로 존재하던지 아니면 삽화 수준으로 존재하던지 상관없이, 극적이거나 놀이적이거나 재미있는 속성을 갖고 있는 무당굿은 전국에 걸쳐 분포한다. 무당이 행하는 굿 가운데 말이나 몸짓 혹은 춤이나 노래를 중심으로 어떤 내용을 보여주는 대목이 전국에 걸쳐 분포하며 연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당굿놀이의 양상을 지역별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역 무당굿놀이
평안도 자리곰방놀이, 제석굿 방아놀이
황해도 영산대감 영산할아밤 영산할맘굿, 도산말명 부귀링방아찜굿, 사냥굿, 사또놀이, 평산 소놀음굿, 연백 소놀이굿, 소당애기씨놀이, 마당굿, 중놀이
서울·경기도 서울 성주받이 뒷전, 사재삼성, 경기도 도당굿 뒷전, 양주 소놀이굿
충청도 아산우환굿, 미친굿, 깨비잡이
동해안 거리굿, 도리강관원놀이, 중도둑잡이놀이, 호탈굿, 탈굿, 여처낭굿, 말놀이, 맹인놀이, 꽃노래굿, 뱃노래굿, 등노래굿, 부인곤반
전라도 중천멕이, 삼설양굿
경상도 남해안 탈놀이굿(해미광대놀이·판놀음·중광대놀이), 복지깨할매놀이, 적덕이놀이굿
제주도 전상놀이, 영감놀이, 세경놀이,꽃탐, 강태공 서목시놀이, 구삼성냄, 불찍앗음, 칠성새남 허맹이놀이, 산신놀이, 용놀이, 입춘굿놀이

위에서 정리된 것이 현재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무당굿놀이를 전부 포함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주요하게 그리고 많이 언급되는 무당굿놀이만을 정리한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당굿놀이의 분포는 평안도, 황해도, 경기도, 서울, 충청도, 동해안, 경상도 남해안, 전라도, 제주도 등에 걸쳐있다. 특히, 황해도와 동해안 지역 및 제주도에서 다양한 무당굿놀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표현 매체를 보아도 인간, 가면, 인형 등 우리 전통 연행의 핵심적인 표현 매체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 가면 연행의 모습은 황해도 영산대감 영산할아뱜 영산할먐굿, 동해안 탈굿, 동해안 호탈굿, 전라도 삼설양굿, 남해안 탈놀이굿, 영감놀이, 전상놀이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형 연행의 모습은 경기도 도당굿 뒷전, 동해안 여 처낭굿, 남해안 적덕이놀이굿, 제주도 칠성새남 허맹이놀림, 제주도 불찍앗음 등에서 확인된다. 또한, 인간 연행자가 중심이 되어 재담이나 판소리를 적극적이고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양상을 황해도 마당굿, 동해안 거리굿, 동해안 도리강관원놀이, 삼설양굿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을 통해 우리는 무당굿놀이가 우리의 전통연행 장르 전반과 상호 긴밀하게 연계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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