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
  • 4 무당굿놀이의 유형과 변화의 흐름
  • 02. 무당굿놀이의 세 유형과 내용
  • 제액 축귀의 무당굿놀이
  • ●제주도 칠성새남굿 허맹이놀림
허용호

제주도에서는 뱀과 관련되어 병이 생긴 것으로 판단될 때, 이를 고치기 위한 치병굿으로 칠성새남굿을 한다. 뱀을 직접 죽였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뱀을 죽인 것을 보아 그 죄를 뒤집어 쓴 경우에 병이 생긴다고 여기고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칠성새남굿을 하는 것이다. 허맹이놀림은 이 칠성새남굿에서 하는 무당굿놀이이다.

칠성새남굿에서 환자의 병은, 다른 사람이 죽인 뱀을 처음 보고 그 뱀을 죽인 죄를 뒤집어썼기 때문에 걸린 것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굿을 통해서 뱀을 죽인 자를 찾아 그 죄를 다스리고 칠성신, 곧 뱀을 살려내어, 점을 쳐서 신의 좌정처를 정하고 고팡이나 뒤뜰에 다시 모시면, 신의 노여움이 풀리고 환자의 병이 낫는다고 믿는 것이다. 칠성새남굿의 목적이 병이 걸린 사람을 낫게 하는 데 있으며 병에 걸린 사람을 낫게 하는 방안은 그 병의 원흉을 몰아내는 것에 있는 것이기에, 병의 원흉인 허맹이는 반드시 쫓아내야 할 대상이다. 이 허맹이를 쫓아내는 과정이 허맹이놀림을 통해 표현된다. 뱀을 죽인 자를 찾아내어 그 죄를 다스리는 과정이 허맹이놀림의 중심 내용인 것이다. 허맹이놀림에서는 뱀을 죽인 자를 교만한 악신 허맹이라 단정한다. 이에 허맹이를 호출해다가 그가 뱀을 죽였다는 자백을 받는다. 이어 허맹이를 가다귀섬으로 귀양보내고 죽은 뱀을 되살려내는 행위를 보여준다.

칠성새남굿 허맹이놀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심방, 소미 2인, 허맹이 등이다. 심방은 굿을 집행하며, 환자의 무죄를 입증하고 칠성신을 죽인 자가 허맹이임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 굿을 집행하는 역할과 재판관의 역할을 겸하는 것이다. 소미들은 굿의 진행을 도우면서 급장의 역할과 허맹이의 역할을 함께 한다. 허맹이는 짚으로 만들어진 인형으로 하늘은 보고 땅은 못 본 교만한 악신이다. 칠성을 죽게한 원흉이자 환자에게 병을 뒤집어 씌운 장본인이 바로 허맹이 이다. 허맹이를 놀리는 역할은 소미가 하는데, 허맹이의 움직임과 대사를 모두 맡아서 한다.

칠성새남굿 허맹이놀림은 쌀을 담은 주발 위에 한지로 뱀의 형상을 접어 올려 놓은 칠성신상(七星神像)과 허맹이를 만들어 놓고 시작한다. 전체 제의 순서는 초감제→일월맞이→초공본풀이→초공맞이→초곱매김→산받음→푸다시→메어들어 석살림→이공맞이→이곱매김→시왕맞이→삼대김→시왕질치기→본향리→칠성본풀이 순으로 진행된다. 칠성새남굿에서 허맹이는 연행 초반부터 곧바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허맹이는 굿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만들어져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초곱매김부터이다. 초감제에서 초곱매김까지 칠성[蛇神]에 걸려 병든 사유가 말해지고 그 원흉이 허맹이라는 악신임이 드러난 이후에야 허맹이가 등장하는 것이다. 허맹이 등장 이후의 연행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① 허맹이가 급장에 의해 끌려 들어와 댓돌 밑에 엎드린다.

② 허맹이가 심방 심문에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을 받겠다고 한다.

③ 허맹이가 형틀 위에 엎드린 채로 급장에게 곤장을 맞는다.

④ 허맹이는 큰 칼을 쓰고 옥에 갇힌다.

⑤ 옥 안에 갇혀있던 허맹이가 다시 끌려 나온다.

⑥ 허맹이가 심방 심문에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을 받겠다고 한다.

⑦ 허맹이가 형틀 위에 엎드린 채로 급장에게 곤장을 맞는다.

⑧ 허맹이가 다시 옥에 갇힌다.

⑨ 옥에 갇힌 허맹이가 다시 끌려 나온다.

⑩ 허맹이가 심방 심문에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을 받겠다고 한다.

⑪ 허맹이가 형틀 위에 엎드린 채로 급장에게 곤장을 맞는다.

⑫ 허맹이가 다시는 인간세상에서 작폐 짓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 귀양을 가겠다고 한다.

⑬ 허맹이가 다시 옥에 갇힌다.

⑭ 허맹이는 구경꾼들에게 인정을 받고 인가에서 떨어진 곳에 버려진다.

이렇게 연행 속에서의 허맹이는 줄곧 죄를 짓고 그 벌을 달게 받는 존재로 나타나고 있다. 허맹이는 자신의 죄에 대하여 일체의 변명도 없이 인정하고, 가해지는 벌을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대상으로 나타난다. ①에서 ④까지가 초공맞이의 초곱 매김 절차에서 행해지는 첫 번째 치죄 과정이고, ⑤에서 ⑧까지가 이공맞이에서 행해지는 두 번째 치죄 과정이다. 그리고 ⑨에서 ⑬까지 세 번째 치죄 과정이다. 허맹이는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치죄를 당하고는 쫓겨나가게 된다. 그리고 수심방이 굿을 하여 죽은 뱀, 곧 칠성신을 되살려 제단에 다시 모시는 것으로 칠성새남굿은 끝이 난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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