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
  • 4 무당굿놀이의 유형과 변화의 흐름
  • 02. 무당굿놀이의 세 유형과 내용
  • 제액 축귀의 무당굿놀이
  • ●동해안 호탈굿
허용호

동해안 별신굿에서 제일 마지막 거리인 거리굿 직전에 연행되는 무당굿놀이이다. 옛날 호환(虎患)을 입었던 마을에서만 호탈굿이 연 행된다. 따라서 동해안 별신굿이 행해지는 전지역에서 호탈굿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략 경상북도 영덕군 일대에서 주로 호탈굿이 연행된다.

호탈굿에는 포수와 호랑이가 등장한다. 포수는 화랭이가 역할을 맡는다. 호랑이 역시 화랭이 한 사람이 분장한다. 호랑이는 한지에다 물감으로 얼굴과 몸뚱이를 그려서 뒤집어쓴다. 꼬리는 짚으로 형태를 만들고 한지를 두른다. 호탈굿에 등장하는 호랑이의 모습은 일종의 전신가면을 쓴 모습이다. 이 점에서 호탈굿은 가면 무당굿놀이라 할 수 있다. 호탈굿에서는 간단하지만, 일종의 무대장치도 이루어진다. 굿청 앞에는 소나무를 베어 세워놓아 숲을 만들어 놓기도 하는 것이다.

호탈굿의 내용은 호랑이의 등장, 포수의 등장, 호랑이 사냥, 호랑이 가죽 팔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먼저 호랑이가 등장하여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닭을 높이 올렸다가 받는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이어 포수가 등장하여 자신이 호랑이를 잡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된 과정을 노래한다. 포수는 총을 여기저기 겨누면서 호랑이를 찾는다. 뒹굴고 엎어지며 한동안 호랑이를 추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마침내 호랑이를 발견하고는 총을 쏘아 잡는다. 그리고 가죽을 벗겨 마을 사람들에게 판다. 호랑이 가죽을 산 마을 사람들이 호랑이 가죽을 불태우는 것으로 호탈굿은 마무리 된다.

호탈굿의 연행 이유는 호환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화랭이가 역할을 맡은 포수가 호랑이를 직접 쏘아 잡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호랑이에 대한 공포와 재앙에서 벗어나려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 점에서 호탈굿은 자연적 재앙인 호환에 맞서는 무당굿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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