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
  • 4 무당굿놀이의 유형과 변화의 흐름
  • 03. 무당굿놀이 변화의 두 흐름
  • 놀이화·세속화의 방향
허용호

앞서 살펴본 제의화·신성화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놀이화·세속화라는 변화의 흐름이다. 무당굿놀이에서는 놀이성과 제의성 혹은 세속성과 신성성이 공존하기는 하지만, 점차 놀이적 요소 혹은 세속적 요소가 많아지거나 강조되는 경향을 말한다.

놀이화·세속화의 흐름을 보이는 무당굿놀이의 사례들은 많다. 이는 무당굿놀이가 굿의 문맥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재미를 추구 하고 극적이며 세속적인 것들을 함축한다는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애초에는 제의적 속성이 강한 굿거리였다가 점차 놀이적 속성을 확장시켜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을 보이는 무당굿놀이로는 평안도 자리곰방놀이, 황해도 도산말명방아찜굿, 평안도 제석굿 방아놀이, 영산대감·영산할아뱜·영산할먐굿, 황해도 중놀이, 동해안 중도둑잡이놀이, 남해안 복지깨할매놀이, 황해도 소당애기씨놀이, 황해도 만수대탁굿 사또놀이, 황해도 대동굿 사또놀이, 서울 사재삼성, 황해도 마당굿, 서울 성주받이 뒷전, 경기도 도당굿 뒷전, 동해안 거리굿, 진도 종천맥이, 삼설양굿, 동해안 말놀이, 제주도 영감놀이, 남해안 적덕이놀이굿, 제주도 세경놀이, 제주도 입춘굿놀이, 제주도 산신놀이, 제주도 용놀이 등이 있다. 사례가 적지 않은 수이므로 개별 무당굿놀이별로 그 놀이화·세속화의 흐름을 살피기보다는 유사한 유형이나 특성을 중심으로 묶어서 정리해 보기로 한다.

평안도 자리곰방놀이는 나라의 간신요귀를 쫓아내는 무당굿놀이이다. 서낭신이 자리곰방을 잡아들여 그 죄목을 나열하고 매를 때리고 나라 밖으로 내쫓는 것이 자리곰방놀이의 중심 내용이다. 이렇게 자리곰방놀이에서는 자연적인 재앙이나 병을 일으키는 어떤 초월적이거나 초자연적인 존재를 악귀나 재앙으로 설정하여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삶에서 나타나는 악을 드러내고 이를 퇴치하고 있다. 자연적 재앙이나 질병을 치유하는 제의에서 사회적이며 세속적인 재앙이나 질병을 퇴치하는 여흥적 놀이로 변화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평안도 자리곰방놀이와 유사하게 세속화의 도정에 완전히 들어선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황해도 대동굿 사또놀이이다. 황해도 대동굿 사또놀이에서는 구관 사또와 신관 사또의 알력이 다루어진다. 구관 사또는 신관 사또를 문밖에 세워둔 채 술판을 벌이며 꿈쩍 도 않는다. 결국 신관 사또가 몇 번이나 나졸을 보내어 재촉한 끝에 마지 못해 물러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신관 사또가 부패한 구관 사또를 문책하고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골격을 이루면서 백성들의 하소연, 나졸들의 나태함 등이 첨가된다. 황해도 만수대탁굿 사또놀이에서의 신들의 교체 혹은 구만신과 새만신의 교체라는 제의적이고 신성한 무당굿놀이와는 완전히 구분되는 세속적이고 놀이적인 무당굿놀이로 변화한 모습을 황해도 대동굿 사또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황해도 도산말명 방아찜굿과 평안도 제석굿 방아놀이는 농사 과정에서 마지막 단계인 수확 대목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방아놀이가 중심적 역할을 하기에 방아놀이류 무당굿놀이라 할 수 있다. 힘들었던 농사일이 끝나고 추수한 곡식을 가득 쌓아놓은 가운데 들리는 흥겨운 방아소리는 풍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황해도 도산말명 방아찜굿이나 평안도 제석굿 방아놀이는 풍요로운 수확을 바라는 무당굿놀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놀이화 세속화되어 있다. 도산말명, 지신집 큰애기, 살량집 며느리 등의 신성성과 제의성을 함축하는 인물들이기는 하지만 바람기 많고 게으르며, 음탕하기까지 한 인물들로 표현된다. 그들이 행하는 동작이나 재담 역시 골계적이다. 풍요를 기원하는 무당굿놀이에 이렇게 놀이적이며 세속적인 요소들이 덧붙여지면서 놀이화·세속화로의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방아놀이류 무당굿놀이의 신격들과 같이 세속화·놀이화되는 양상은 영산대감·영산할아뱜·영산할먐굿에서도 나타난다. 영산대감·영산할아뱜·영산할먐굿은 황해도 배연신굿의 뒷부분에 행해진다는 점과 영산이라는 명칭을 통해서 보았을 때, 재앙 구축 혹은 잡귀 구축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영산대감·영산할아뱜·영산할먐굿의 내용을 보면, 재앙 구축 혹은 잡귀 구축의 성격 보다는 풍어 기원의 성격이 강하다. 풍어에의 의지와 기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속적이고 놀이적 요소가 확장되어 있다. 오랫동안 헤어져 서로 찾는 과정과 만나서 기뻐하는 과정이 확장되고 골계적으로 표현되어 사람들을 웃긴다. 이렇게 본다면, 영산대감·영산할아뱜·영산할먐굿은 제액 축귀의 무당굿놀이에서 풍요 기원의 무당굿놀이를 거쳐 재미 추구의 무당굿놀이로 변화하는 흐름을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사례라 할 수 있다.

신성한 신격이 세속화되고 놀이적인 내용이 확대되는 현상은, 제석신과 관련이 있는 황해도 중놀이나 동해안 중도둑잡이놀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황해도 중놀이의 중은 제석신이 세속화되고 놀이화된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염불에 뜻이 없고 세속을 탐하는 중을 풍자하는 파계승 풍자의 무당굿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락화·세속화되어 있다. 연행 내내 중은 도가 높은 승려로 자처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형편없는 난봉꾼이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중적인 모습이 놀림감이 되고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동해안 중도둑잡이놀이에서의 중은 황해도 중놀이에서처럼 놀림감이 되지는 않는다. 여기서의 중은 마을의 명과 복을 훔쳐간 존재이다. 이러한 중을 잡아내는 과정이 중도둑잡이놀이의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엄정하거나 제의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재미있게 놀이화되어 있다. 얼사촌들이 등장하여 재담을 하고, 잡으러 다니다가 병신이 되는 등의 소동을 피우며 중도둑을 잡고 있다.

황해도 소당애기씨놀이에서는 배를 지키는 처녀신의 형상이 놀이화된다. 배에서 심부름을 하는 총각인 화장을 처녀신, 곧 소당애기씨로 분장시키는 과정이 우스꽝스럽게 표현된다. 화장에게 치마저고리를 입히고, 연지 곤지를 찍고, 머리를 빗겨주기도 하면서 갖은 재담을 다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배안에서 벌어지는 삶의 다양성이 적나라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제주도 산신놀이에서 역시 신성한 존재가 세속화되고 웃음거리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냥을 하던 조상 또는 산신의 구체화된 것이라 할 수 있는 포수들의 모습이 세속화되고, 그들의 행동이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산신놀이에 등장하는 포수는 그 옛날 한라산을 무른 메주를 밟듯이 다니며 사냥하다가 마을에 좌정하여 주민들을 지켜주는 본향당신이거나 집안의 조상이다. 또한, 그들의 사냥 모습은 신성한 사냥이다. 하지만 산신놀이의 전개 과정을 보면, 포수 2명의 웃음을 유발시키는 대화와 동작이 두드러진다. 잠을 잘 때에도 서로 엎치락 뒤치락하며 발을 상대방의 가슴에까지 얹으며 웃음을 유발한다.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식으로 절을 하기도 한다. 사냥하는 모습을 연출할 때도 굿판을 뱅뱅 돌면서 일부러 관중들 틈에 엎어지기도 하고, 산 닭을 사람들 사이로 획 던졌다가 잡아채는 등 굿판 전체를 흥분과 웃음의 분위기로 출렁이게 한다.

서울 진오기굿의 사재삼성에서는 사재가 놀이화·세속화된다. 망자를 잡아가는 두려운 사재의 모습은 사재삼성거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망자를 잡아가는 역할은 남아있지만, 무당굿놀이에서 표현되는 사재의 모습은 심술 많고, 험담 잘하며, 어리숙하면서도, 골계적인 형상으로 표현된다. 사재삼성에서는 매우 슬픈 곡조로 죽은 사람이 저승에 끌려갈 때까지의 인생의 허무함에 대한 타령이 불려진다. 하지만 사재의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사재삼성거리는 다분히 놀이화되어 있다. 사재는 저승에서 인간을 잡으러 온 인물, 즉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대상이다. 사재의 괴기한 복장이나, 사재가 망자를 낚아채 저승으로 끌고 가려는 동작에서 이러한 양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사재삼성거리에서 표현되는 사재는 다분히 바보스럽고 웃음거리화되어 있다. 사재는 처음에 자신의 상이 초라하다고 불평하지만 관중들이 제일 좋다고 말해 주면, 이내 만족해 한다. 엉덩이와 성기로 조상(弔喪)한다고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눈물 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침을 찍어 발라 눈물을 흘리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재에 대해 사람들은 무서운 존재로 두려워하면서도 그 바보스러움에 대해 웃게 된다. 이렇게 사재삼성거리에서는 두려운 존재였던 사재가 놀이화·세속화되고 있다.

무당굿놀이 중에는 뒷전형이라 불리기도 하는 유형의 것들이 있다. 굿의 맨 마지막에 연행되는 것으로 황해도 마당굿, 서울 성주받이 뒷전, 경기도 도당굿 뒷전, 동해안 거리굿, 진도 종천맥이, 삼설양굿 등이 있다. 이들 뒷전형 무당굿놀이들은 일부 재담과 동작에서의 세속화·놀이화의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부터, 사실상 재미 추구의 무당굿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세속화·놀이화가 극대화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진도 종천맥이의 경우, 집안의 잡귀 잡신을 앞장서서 데리고 갈 존재인 허생원과 악사가 다양한 재담을 하며 놀이적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 성주받이 뒷전의 경우 잡귀 잡신을 풀어먹여서 이후 발생할지도 모를 재앙을 막는 성격에서, 풍요 기원의 성격이 첨가되고, 여기에 세속적이고 놀이적인 외부 연행의 영향이 덧붙여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신 할머니 대목이나 맹인 대목에서 나타나는 풍요 기원의 성격과 봉산탈춤이나 심청가와의 유사성이 그 근거가 된다. 아마 잡귀 잡신의 재앙을 막는 일반적 뒷전에서 지신 할머니 대목과 맹인 대목이 첨가·확장되면서, 외부 오락적 연행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도당굿 뒷전의 경우는 정업이를 치죄하는 대목을 통해 인형 연행적 양상을 보이고, 동시에 판소리를 차용함으로써 그 놀이화의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다. 삼설양굿과 황해도 마당굿에서는 잡귀 잡신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표현된다. 삼설양굿의 경우 가면과 인형 그리고 인간이 모두 표현 매체가 되어 잡귀 잡신들을 형상화한다. 잡귀 잡신들의 원한을 해소하고 배불리 먹이는 과정이 재담 과 춤 그리고 노래를 통해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황해도 마당굿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주로 장애인으로 형상화된 잡귀 잡신들이 자신들의 원한을 풀고, 배불리 먹으며,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다가, 마침내는 장애가 풀리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잡귀 잡신들의 신명풀이를 하는 장이, 곧 황해도 마당굿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잡귀 잡신들을 위한 무당굿놀이의 세속화·놀이화 양상이 극대화된 모습은 동해안 별신굿의 거리굿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해안 별신굿의 거리굿은 사실상 놀이적이고 세속적인 무당굿놀이 혹은 재미 추구의 무당굿놀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거리굿을 연행하는 이유는 여러 굿거리에서 청배한 신들을 따라온 수비들을 먹여 보내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거리굿의 내용을 보면 인간 생활의 여러 면모를 다양하게 그것도 재미있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난다. 생활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문제들을 과장되고도 골계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거리굿을 연행하는 화랭이들은 성과 관련된 생활 모습을 과감하게 노출하고, 온갖 재담과 소리를 동원하여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성격으로 인하여 동해안 별신굿의 거리굿은 세속화·놀이화가 극대화된 무당굿놀이라 할 수 있게 된다.

남해안 적덕이놀이굿 역시 뒷전형 무당굿놀이와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분란을 일으키는 존재인 적덕이와 적귀를 몰아내는 것이 이 무당굿놀이의 목적이다. 경기도 도당굿 뒷전의 정업이와 유사한 존재가 적덕이와 적귀인 것이다. 이러한 적덕이와 적귀를 몰아내는 과정이 인형 연행의 형태로 나타난다. 여자인 적귀가 관중에게 다가가 뺨을 부비며 유혹을 하고 돈을 뜯어내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부정적인 존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양상은 제주도 용놀이에서도 나타난다. 신성한 공간인 굿판의 부정적 존재인 청룡과 황룡을 없애는 것이 용놀이의 핵심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연행자인 심방은 우스꽝스러운 동작과 재담으로 구경꾼들을 웃기며 청룡과 황룡을 없앤다. 희극적인 분위기 속에서 부정적 존재인 구렁이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사람의 병을 일으키는 존재를 몰아내는 치병굿의 무당굿놀이에서도 놀이화·세속화로의 변화 양상이 나타난다. 동해안 지역의 말놀이와 제주도 영감놀이가 이에 해당한다. 말놀이는 동해안 별신굿의 손님굿 끝 부분에서 행해진다. 본래 말놀이는 천연두 치료를 위한 치병굿인 손님 배송굿 혹은 마마 배송굿에서 행해졌다. 천연두에 걸렸다가 다행히 죽지 않으면 발병된 지 열사흘 만에 천연두신을 돌려보내는 마마배송굿을 크게 했는데, 그 마지막 대목에서 손님네를 말에 태워 돌려보내는 말놀이를 했던 것이다. 손님네를 말에 태워 돌려보는 내용의 연행을 직접 행하는 것은, 이 대목이 손님굿의 핵심적 목적에 해당하고 그만큼 강한 주술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보여줌으로써 훨씬 강렬한 효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제의적 의미가 강한 대목이기 때문에 원래는 손님네를 태우고 갈 말을 짚으로 만들어 그 머리가 하늘로 향하도록 나무에 매달아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짚말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냥 말치레 사설을 주고받는 정도로 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옛날에는 실제로 손님 배송굿을 했고, 그 굿에서 손님신을 말에 태워 보내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에 말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손님 배송굿이 없어진 오늘날에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말을 만들지 않게 된 것이다. 대신 사람이 말 역할을 한다. 그리고 손님을 태워 보낸다는 제의적 의미보다는 말 역할을 하는 사람을 놀리고 별비를 받아내는 놀이적이고 세속적인 무당굿놀이로 변화했다. 본래의 치병굿 문맥에서 벗어나 마을 공동체굿의 한 대목으로 자리하여, 치병굿에서의 제의성을 상실하고 놀이화·세속화되는 현상은 제주도 영감놀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강력한 제의성을 가지고 있었던 치병굿이 그 존재 의의를 상실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말놀이와 영감놀이는 공유하고 있다.

제주도 세경놀이는 농사의 신인 세경에게 풍요를 기원하는 무당굿놀이이다. 세경본풀이를 구송한 이후에 연행되어 세경신에 대한 제의적이고 신성한 이야기가 중심이 될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 그 내용을 보면, 남편과 시부모의 학대에서 도망쳐 나온 여인이 들판에서 건달 총각을 만나 임신을 해서 출산까지 한다. 낳은 아이를 팽돌이라 이름짓고 키우는데, 아이는 공부는 전혀 못하고 농사일에 소질을 보인다. 이에 차라리 농사일이나 시키자고 하여 아이와 함께 농사짓는 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그 내용을 보면,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적 의미나 세경신과 관련된 신성성은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신 시집살이의 어려움,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 등의 모습이 외설적인 대화 속에서 두드러진다. 세속화·놀이화의 방향으로 변화되어 간 것이다. 세경놀이와 유사한 풍요 기원의 무당굿놀이인 입춘굿놀이 역시 세속화·놀이화로의 변화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적인 성격에서 처첩이 싸우는 내용이 곁들여지는 세속화·놀이화의 양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놀이화·세속화의 방향으로 변화를 보이는 사례들은 대체로 제의적 문맥에서 형성된 것으로 그 전승의 과정에서 판소리나 가면극과 같은 외부 연행 장르의 영향을 받으며 나름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모두 풍요 기원의 무당굿놀이와 제액 축귀의 무당굿놀이에 해당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제액 축귀의 무당굿놀이에서 뒷전형인 경우 대체적으로 확장되면서 오락화·세속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치병굿형의 경우 그 제의적 믿 음이나 효과가 상실되었을 때 오락화·세속화가 이루어지고 있음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제의적 문맥에서 형성되어 전승되는 과정에서 외부의 영향으로 놀이화·세속화라는 변화를 모색하는 정도는 사례에 따라 다르다. 그 제의성이나 신성성을 완전히 탈각하여 세속적인 무당굿놀이 또는 재미 추구의 무당굿놀이라 할만한 것에서부터 아직도 제의적이고 신성한 속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까지 다양하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이 놀이화·세속화의 정도를 어떤 단계론적 발전이나 진화론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놀이화·세속화의 정도와 가치 평가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도 안된다. 앞서 제의화·신성화의 양상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저 다양함 그 자체로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적절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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