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
  • 5 서구인 굿을 보다
  • 02. 서구인이 본 무속과 굿
  • 서구인이 본 무속과 굿
  • 알렌의 무당 관찰
홍태한

19세기 후반 조선에 들어온 알렌은 이후 20여 년간 조선에 있으면서 우리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알렌의 조선의 문화에 대한 여러 기록을 정리하여 책으로 간행하였는데, 그 중 널리 알려진 것이 『조선체류기(Things Korean)』이다. 의사인 알렌은 특히 보건 의료 분야에서 조선을 관찰하고 자신의 시각을 드러내었다. 조선의 다양한 관습을 정리하여 놓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그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구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조선인이나 조선의 문화를 왜곡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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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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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 알렌은 무당을 치료사로 간주했던 것 같다. 물론 이것이 무당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무당이 가지고 있는 여러 기능 중 치료사로서의 기능에 주목했다는 의미이다. 그는 몇 가지 질병은 악귀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이 악귀들을 내모는 것은 정상적인 일로 이를 장님이나 무당이 맡는다고 보고 있다.

음식과 돈이 제물로 바쳐지고 주술을 행하는 사람들이 모여 꽹과리와 장구를 두드리며 기이한 춤과 노래로 된 주문을 왼다. 이러한 푸닥거리는 병든 환자 옆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산자락에 있는 무당의 작 은 집에서 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환자를 옆에 데려다 놓지 않고 치료하는 경우이다. 때때로 업무상 밤에 밖에 나갈 때, 거리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집에서 들여오는 북소리를 자주 듣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약으로 치료될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 그럴 경우, 나는 조선인들이 도와달라고 나를 찾아오는 것을 방해하는 저들의 정신적 믿음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동료 의사들이 주문을 잘 외우기를 바랐다.

알렌은 철저하게 무당을 의료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알렌은 악귀 탓으로 천연두에 걸리게 되면 무당이 치료하여 악귀를 쫓는다며, 약으로 치료될 수 없다면 무당의 이러한 행위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무속이 가진 정신 치료의 기능을 강조한 것이지만, 무속의 본질적인 특징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동료 의사들이 주문을 잘 외우기를 바란다는 말에서 알렌이 조선인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알렌이 굿을 할 때 꽹과리를 두들긴다고 한 것은 서울 무속의 양상이 매우 복합적이었음을 알려준다. 왜냐하면 꽹과리를 치는 것은 서울굿에서 보기 어려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굿을 할 때 사용하는 도구로 바구니가 있다고 기록하면서 이를 긁어서 굿을 했다 하는데, 일제시대에 공출을 통해 금속 악기가 사라지자 고리짝을 긁으며 굿을 했다는 일부의 상식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준다. 진작부터 고리짝을 긁으며 굿을 하기도 했음이 이 기록에 의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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