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건축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1900년대 초 세키노 타다시(關野 貞)를 비롯한 일본인들의 시도로부터 시작되었으며,9)세키노 타다시는 1902년(明治 35) 여름 동경제국대학의 명을 받아 조선건축의 전문적 조사를 실시하여 大學紀要에 「한국건축조사보고」를 발표하였다. 1909년부터 3년간 3회에 걸쳐 조사하였으며 이들이 조선건축사대계의 바탕이 되었다. 그는 또 1916년에 ‘古蹟及遺物保存規則’이라는 조선총독부령을 발령하였으며 古蹟委員調査會를 조선총독부에 설치하였다. 1940년대까지는 일본학자들의 한국 전통건축분야에 대한 조사와 건조물의 수리 및 보수, 그리고 논문과 저서들이 발표되어 건축사의 기초를 잡기 시작한 시기이다. 이 시기는 대략 제1기(1903∼1915), 제2기(1916∼1930), 제3기(1931∼1945)로 구분할 수 있고10)김동현, 『한국건축연구의 족적』, 건축사, 1983년 10월호, p.26. 해방 이후를 다시 나눈다면 해방(1945)에서 1965년까지를 4기로 하고, 1965년부터 1990년까지를 제5기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11)배병선, 「한국사찰건축 구성요소의 비교연구」,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6.
제1기의 연구는 왕도인 평양·공주·부여·경주를 중심으로 지표조사 위주로 행해졌으며, 제2기에는 건물 개체에 대한 연구가 중심이 되었다. 제3기에는 많은 건조물의 문화재 지정과 보수가 행해진 시기로 특징지어진다.12)이 시기에 지정된 문화재는 근자에 재평가되어 문화재의 등급을 조정하였다.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한국인의 전통건축 연구가 일제하 경성제국대학에서 ‘미학(美學)’을 전공한 고유섭 선생의 「한국 건축미술사 초고」가 효시라는 점이다. 이는 일제하에 자주적이고 민족적인 여과없이 무분별하게 도입된 외래 문화에 젖어있던 우리 학계로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13)백기수, 「체계적 한국미학의 정립을 위한 과제」, 『고고미술』 통권 130호, p.45. 이는 어쩌면 식민사관에 입각한 축소지향적인 한국건축이라는 이해에서 벗어나 우리의 참된 면모를 찾고자 한 객관적인 시도로서 한국 문화 전반에 걸쳐 이루어졌다 할 것이다. 따라서 고유섭의 연구 는 건축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와 탐구의 출발이었다 할 것이다.
이어서 해방 이후 1965년까지는 제4기에 해당되며 일본인 학자의 작업을 반추하거나 발전기를 지향한 과도기로 생각된다.14)김동현, 앞의 글, p.27. 1966년 이후의 시기는 제5기라 할 수 있으며, 이는 발전기의 초기단계로서 전통건축에 대한 본격적인 결과물들15)윤일주, 『한국·양식건축80년사』 ; 윤장섭,『한국건축사』 ; 정인국, 『한국건축양식론』 ; 주남철, 『한국 건축 의장』 ; 안영배, 『한국건축의 외부공간』 ; 김홍식, 『실학건축사상연구』 ; 김동현·신영훈, 『한국고건축단장』 ; 신영훈, 『한옥과 그 역사』 등의 저술이 1970년대에 발표되었다.이 나오기 시작하여 최근 1990년대에 들어 한국건축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는 저술들16)박언곤, 『한국건축사강론』, 문운당, 1988 ; 강영환, 『집의 사회사』, 1989 ; 장경호, 『한국의 전통건축, 문예출판사, 1992 ; 김홍식, 『한국의 민가』, 열화당, 1992 ; 김동욱, 『한국건축공장사연구』, 기문당, 1993 ; 김동욱, 『한국건축의 역사』, 기문당, 1997 ; 윤장섭, 『한국의 건축』,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6 ; 주남철, 『한국의 목조건축』,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9 ; 주남철, 『한국건축사』, 고려대학교 출판부, 2000 ; 대한건축학회, 『한국건축사』, 기문당, 2000 ; 한국건축역사학회, 『한국 건축사 연구』, 2002.이 발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저술 이외에도 한국건축사 전반에 관한 연구논문과 조사보고서들이 수없이 발간되어 이제는 모름지기 한국건축의 원리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민족문화의 창달이라는 명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민족적 주체성의 발양과 외래문화의 수용에 대한 상대적 연구와 평가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의 건축을 소개하는 문헌17)리화선, 『조선건축사』, 과학백과사전출판사, 1989 ; 이왕기, 『북한에서 건축사 연구, 발언』, 1994 ;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북한문화재도록』, 1994.이 출판되고 중국과 일본의 건축을 비교·고찰하는 관점이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는 동양 삼국의 문화현상을 총체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