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9권 삶의 공간과 흔적, 우리의 건축 문화
  • 1 한국 건축의 변화 양상
  • 01. 한국 건축사의 연구동향과 시대구분
  • 한국 건축사에 있어서 시대구분
  • 1. 양식적 발전양상에 의한 구분(세키노 타다시·신영훈·정인국)
천득염

신영훈은 건축의 발전양상을 정치체제와는 무관하게 전대(前代)의 양식이 후대의 상당기간 동안까지 존속되어 오다가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문화의 추이와 건축경제의 취향, 혹은 종교, 사상의 변천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여 갔다고 보고 있다. 그는 유사 이래의 한국건축사를 원시건축시대, 제1기-제4기로 4분19)신영훈, 『한국미술사』 2, 건축사 ; 『한국미술대계』 8권, p.1131에서 ① 원시건축시대(발생-정리기) ② 제1기(유사 이래-신라 무열왕) ③ 제2기(신라 문무왕-고려 원종, 1274년) ④ 제3기(고려 충렬왕-임진왜란) ⑤ 제4기(임진왜란-대한제국 말)로 나누었다. 특히, 제2기 말은 몽고군이 침입하여 강화도로 천도하고 환도하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시기이다.하였는데, 이는 세키노 타다시의 『조선의 건축과 예술』에서 발생시대(삼국시대), 극성시대(통일신라시대), 여성시대(고려시대), 쇠퇴시대(조선시대)로 구분한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이러한 구분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 은 당시 유럽 건축사의 일반적인 분석기준이며 가치론적 양식발전법칙이다.

다만, 세키노 타다시는 우리나라의 미술은 중국의 식민지인 낙랑에서부터 시작해서 통일신라 때에 극성을 이루다가 고려 때에는 여성을 누리고 조선시기에 쇠퇴해서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점점 쇠퇴해 가는 역사로 보려는 논리이며20)김홍식, 『민족건축론』, 한길사, 1991, p.91. 그 바탕에는 일본의 대동아 지배논리의 정당성을 인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정인국은 한 시기 내에서 고전고양기, 쇠퇴기, 변질기 등의 법칙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여 그의 저서 『한국건축양식론』에서 시기구분의 입장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21)정인국, 『한국건축양식론』, 일지사, 1974, p.13.

한국건축사 서술에 있어서는, 여러 다른 양식기의 파상성이나 조기성을 찾는 일은 여러 가지로 불필요하다. 즉, 정치적 시대구분으로는 … 있으나, 예술양식을 결정짓는 그 사회나 시대의 예술의지의 형성요소로 되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여건이 그 예술의지를 변혁시킬 만큼 큰 영향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반곡점 형성이 없는 일관된 한 시기의 예술발전양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

또한, 실례분석에 있어서는 주심포 전기양식·중기양식·후기양식·다포 전기양식·중기양식·후기양식 등의 6항으로 구분하고 왕조사적 시대구분을 피하였다. 그의 이러한 입장은 전통 건축 양식에 대한 구체적이고, 학술적인 시도였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법칙발견에 지나치게 얽매인 감이 있으며 건축에 대한 사회·문화적 영향으로서 왕조의 교체를 고려하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22)배병선, 앞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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