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9권 삶의 공간과 흔적, 우리의 건축 문화
  • 1 한국 건축의 변화 양상
  • 03.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
  • 공간이 분화와 개방적
천득염

우리의 전통 건축은 사는 사람들의 성별이나 신분, 기능에 따라 공간이 채와 채로서 분리되고 채 안에서는 다시 여러 개의 칸(間)으로 분화되는 특성을 갖는다. 주거 건축에 있어 안채·사랑채·행랑채·별당 등으로 나누어지고 이들이 다시 모여 하나의 커다란 주거를 이룬다. 궁궐·향교·서원 등에서도 공간이 위계에 따른 질서와 쓰임새에 적합한 기능에 맞추어 나름대로 잘 분화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주거에 있어서는 『주자가례(朱子家禮)』에 따라 사대부가 지켜야할 여러 가지 유교적인 법도를 엄격히 지키도록 하였다.

한국의 기후는 사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무덥고, 겨울에는 추워 대청과 온돌방이 공존하고 있다. 온돌방은 폐쇄성이 강한 성격을 지니나 대청마루는 기둥과 기둥 사이가 벽체보다는 창호들로 구성되어 개방성을 지닌다. 때문에 개방성과 폐쇄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중국의 사합원이나 일본의 닫혀진 주거보다 훨씬 개방성이 강함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는 엄격한 신분제를 형성하여 이것이 주택 건축에 큰 영향을 주었다. 즉, 양반계급·중인계급·평민계급·천인계급으로 나누어짐으로써 이에 따라 한양 천도와 더불어 집터의 분배에서 집 크기의 규제에까지 여러모로 많은 제약을 받았다. 집의 크기는 대군이 60칸으로 제일 컸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넘어서는 사례가 빈번하였다. 그리하여 종국에는 민간에서의 집 크기가 99칸을 넘지 못하게 하였던 것이다. 장식적 제한으로는 초석 이외에 다듬은 돌을 쓰지 못하고 공포를 짜지 못하게 하였으며, 단청을 금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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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운조루 전경
구례 운조루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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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한 가부장적인 대가족제도의 형성으로 한 주거 내에 가장을 중심으로 여러 세대가 공동으로 생활하게 되었다. 따라서 주택의 규모도 커지고 가장의 공간과 장자의 공간으로 나누어지고, 산 사람의 공간과 죽은 사람의 공간, 남·여 공간이 구분되며, 양반과 하인의 공간이 분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택의 평면은 한반도가 다양한 기후지역을 이루기 때문에 각 지방 마다 서로 다른 형태를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제주도지방형, 남부지방형·중부지방형·서울지방형·평안도지방형·함경도지방형 등으로 구분되어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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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향교
나주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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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화엄사 배치도
구례 화엄사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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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이나 서원, 향교 등 종교 건축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아주 잘 나타난다. 진입과정과 이동에 따라 공간들이 분화되고 하나씩 전개되어 나타나 결국 주공간에 이르게 된다. 또한, 건축의 위계에 따라 주된 공간과 부속 공간이 달리 조성되었으며 기능에 따라 적절히 공간을 분리하고 나름대로 질서를 준다. 사찰에서 일주문을 지나 주요 공간인 주불전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여러 공간이 적절히 분절되고 구분된다. 진입공간, 과정적공간, 주공간, 부공간 등 각각이 질서를 갖고 있다. 향교와 서원에 있어서도 제향공간과 교육공간이 앞과 뒤에서 각기 축선과 지형에 따라 알맞게 배치되는 현명함을 보여준다.

한편, 도시의 가로구성은 중국과 같이 바둑판 형상을 따라서 일률적으로 형성한 것이 아니고 자연지세를 활용하여 계획된 것으로 중국의 도성제도를 모방한 고구려시대의 기자정전(箕子井田)이 현재 평양 서남부에 그 흔적을 남기도 있다. 한양도성도 배치에 있어서 『주례(周禮)』 <고공기(考工記)>에 기록되어 있는 궁성의 왼쪽에 조상의 묘를, 오른쪽에 사직단을, 앞쪽에 조정의 관서를 배치하는 원칙을 따랐으나 당의 장안성(長安城)과는 시가지의 가로 형상이 판이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도시와 건축공간의 구성은 비대칭적인 얼개 속에서 대칭적인 변화를 보이며, 또한 대칭적인 구성안에서 비대칭성을 나타내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처럼 좌우가 대칭을 이루는 배치이면서도 내부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않은50)주남철 교수는 이를 좌우대칭 균형배치와 비좌우대칭 균형배치의 공존체계라고 하며 이를 한국 건축 문화의 특성 중의 하나라고 하였다. 경우는 주택, 사찰 건축 등 일반 건축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우리 건축의 특징이기도 하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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