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9권 삶의 공간과 흔적, 우리의 건축 문화
  • 1 한국 건축의 변화 양상
  • 04. 한국 전통 건축의 현대적 계승
  • 전통건축 어휘와 전개과정의 현대적 응용
천득염

전통건축의 전개과정에서 적용된 의미, 사상, 방법과 그 배경의 분석을 통해 이를 현대적 한국건축에 적용하는 것으로서 아직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널리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현대적 한국 건축 언어를 정립해 간다면 좋은 전통수용 방법론이 될 가능성이 있다.

① 도시적 맥락 속에서 전통건축 이미지를 현대적 기능과 재구성: 전주시청사-전주시의 랜드마크인 풍남문의 이미지를 시청 건물에 도입

② 역사적 사건과 장소성의 고려: 순교자 기념 성당-천주교 박해가 행해진 곳에 그 계기가 된 프랑스 함선의 이미지

③ 한 도시의 역사적 의미와 대표적 유물에 담긴 의미를 현대건축에 도입: 국립공주박물관-백제 고도 공주와 무녕왕릉의 의미를 부각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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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두산 순교자 기념성당
절두산 순교자 기념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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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예로 든 바와 같이 전통건축에서 나타난 한국적인 특질을 계승 발전시키는 시도에 대한 평가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나 결국 교과서적인 해답을 쉽게 얻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아직 미해결의 장으로 남게 되나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할 수 있다.

즉, ‘전통은 형식이 아니라 민족의 생명력의 발산인 까닭에 유산 중에서 형태를 고집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지나간 문화의 형상을 그대로 모방한다는 것은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파괴하는 길이다.”라는, 논의 등으로 전통을 계승하는 방법을 미흡하게나마 표현하고 있다. 이 방법은 형태에 의한 것과 내용에 의한 것으로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으며, 이를 다시 형태의 모방에 의한 방법과 형태의 분석에 의한 방법 및 형태의 내용인 건축사상에서 출발하는 방법, 그리고 공간기능의 구성을 파악하는 방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방법 중에는 어느 것만이 최선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최적을 향해 접근을 시도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통의 계승이라는 명제에서는 내재적인 것이 외형적인 것보다 오히려 강조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우리의 것에 눈을 돌리고 이를 살피는데 정성을 보다 많이 기울이지 못한 데에 있다고 하겠다. 조급한 시도와 결과보다는 꾸준한 고찰과 연구로 우리의 것을 탐구하고 이를 사랑하며 아낄줄 아는 태도와 이러한 것들을 하나의 전통으로 후손에 물려줄 수 있는 지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근년에 들어 포스트 모던 등의 건축운동에 지역성이나 풍토성을 강조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에 대한 이해와 응용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결국 우리가 우리임을 포기한다면 우리의 존재가치가 상실되며 우리로서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것을 이해하고 즐긴다는 것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없다. 국가 간에 문화적 우월성을 경쟁하고 있고 국경과 영토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대 건축문화가 뽐내고 있는 무국적성에 식상해 있다. 기능을 중심으로 높이만 올라가려 하는 현대건축은 서울과 뉴욕, 동경에서 별로 다를 게 없다. 자신의 고유한 모습, 자신의 고유한 색깔, 자신의 고유한 체취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과 문화적 정체성의 확보, 정보와 문화의 시대, 지속가능한 생태환경을 추구하는 세계인으로서 우리는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 것인가? 바로 우리의 것에서부터이다. 우리문화에 대한 자기비하나 자기도취는 옳지 못하다. 극단적 사고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다만, 있는 현상 그 자체로서 우리의 것을 알고 우리다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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