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9권 삶의 공간과 흔적, 우리의 건축 문화
  • 2 모둠살이와 살림집: 전통마을과 한옥
  • 02. 한옥
  • 전통주택의 유형
한필원

주택의 물리적 유형은 여러 가지 관점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주로 건물 전체의 형상이나 내부공간의 구성을 분류의 기준으로 삼는다. 주택의 형태에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려왔다. 대표적인 학설이 기후가 주택형태를 결정한다는 기후결정론이다. 이는 건축과 문화지리학 분야에서 널리 인정되어왔다. 이 견해는 우리의 전통주택을 설명하는 데도 많이 이용되었는데, 온돌과 마루의 기원, 그리고 겹집과 홑집의 구성을 각각 한랭한 기후조건과 온화한 기후조건에 관련시키는 것이 그런 예이다. 전통주택은 일반적으로 기후조건에 적응하도록 고안되지만, 주택형태를 결정한 요인을 기후조건에만 국한시키는 기후결정론에는 적지 않은 반례들이 제시된다.78)아모스 라포포트(Amos Rapoport)는 그의 『주택형태와 문화(House Form and Culture)』, Prentice-Hall, 1969에서 여러 가지 반례를 들어 기후결정론을 비판했다. 그는 주택형태에 영향을 주는 일차적 요인은 기후 등의 물리적 요인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인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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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형의 분포와 기후 조건
주택형의 분포와 기후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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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주택은 주로 평면형을 기준으로 분류된다. 살림집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은 대청이 없이 부엌과 한 두 칸의 방이 나란히 배열된 3칸의 구성인데, 이를 흔히 오막살이집이라고 부른다. 우리 주택의 원형 또는 기본형으로 생각되는 오막살이집은 우리나라의 마을들에서 각 지역의 민가형과 공존하 고 있다.

전통주택의 평면형은 먼저 그 형상에 따라 一자형, ㄱ자형, ㄷ자형, 튼ㅁ자형, 그리고 ㅁ자형 등으로 나뉜다. ㄱ자형은 곱은자형 혹은 곱패집으로 불리는데, 부엌에서 꺾이는 부엌꺾음집과 웃방에서 꺾이는 웃방꺾음집으로 세분된다. 튼ㅁ자형이란 ㄷ자와 일자형, 또는 ㄱ자와 ㄴ자형이 결합되어 모서리가 터진 ㅁ자를 이룬 평면형을 말한다. ㅁ자형은 경상북도 지역에서 ‘뜰집’이라고도 불린다. 우리 전통주택의 평면형은 가장 간단하고 기본적인 일자형으로부터 ㄱ자형, 그리고 ㄷ자형이나 튼ㅁ자형·ㅁ자형으로 진화해 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주택의 평면형은 지역성을 반영한다고 생각되어 왔다. 이는 우리나라 민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곤 와지로(今和次郞), 이와츠키 요시유키(岩規善之) 등 일제강점기의 학자들로부터 시작된 가설이다. 지리학과 건축학 분야에서는 안채 평면형태의 지리적 분포를 연구해 왔으며 그것으로 문화의 전파경로를 추적하기도 한다. 나아가 안채의 평면형으로 주거문화권을 설정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한 예로 주남철은 안채의 평면형을 함경도지방형·평안도지방형·중부지방형·서울지방형·남부지방형·제주도지방형 등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평면형을 지역의 연평균 기온 및 강수량과 관련지음으로써 평면형의 분포를 기후적 특성에 따른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전통주택의 유형을 자세히 조사해 보면 인접한 마을들에서도 서로 다른 요소들이 나타나고, 심지어 한 마을에서도 서로 다른 주택유형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러한 광역적 지역을 기준으로 한 주택유형의 분류는 전통주택의 지역성을 대별해 주는 의미가 있으나, 주택유형의 분포를 의미있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지역적으로 좀 더 세분해서 고찰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주택유형의 세분화를 위해서는 기후 등 물리적인 요인 이외에 주택유형의 분포와 전파에 영향을 준 사회문화적·경제적 요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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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어명기 가옥 본채 평면도
고성 어명기 가옥 본채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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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택의 평면형은 또한 기둥이 두 줄로 배열되고 깊이 방향(보 방향)의 간살이가 한 줄로 설치된 홑집, 이에 툇간이 더해진 툇집, 그리고 간살이가 두 줄 이상으로 된 겹집으로 분류된다. 겹집을 둘러싼 용어의 사용은 연구자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김홍식·전봉희 등은 이 글에서 겹집으로 통칭하는 평면형을 공간의 발생적 측면에서 세분한다. 곧, 툇집의 툇간이 실로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확대되어 앞뒤의 공간이 모두 거주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는 형태를 겹집이라 하고, 기둥이 세 줄로 나란히 세워지고 앞뒤로 대등한 깊이의 실이 두 줄로 배열되는 형태를 양통집이라 한다. 양통집은 겹 집과 달리 간살이가 두 줄의 일정한 켜로 형성된다.

홑집과 겹집의 분포는 흔히 지역의 기후조건과 관계를 갖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한 견해에 따르면, 겹집은 열 손실이 적으므로 함경도와 강원도 등 산악지역에 많고, 열 손실이 상대적으로 큰 홑집은 그 밖의 비교적 온화한 지방에 분포한다. 그러나 근래에 여러 연구자들은 이런 평면형의 차이를 기후 이외의 다른 요인들, 곧 거주자의 사회·문화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예로, 김동욱은 겹집을 영세한 경제력 아래서 자연에 대처해 몸을 보호하고 작업공간을 실내에 확보할 수 있는 유용한 구조로 본다. 그리고 19세기로 접어들면서 서민들의 경제력이 향상되고 생활의 편의를 추구함에 따라 겹집은 통풍과 채광이 유리하고 외부와 연결이 쉬운 홑집으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홑집과 겹집의 역사적 발달 방향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택유형은 매우 완만히 변천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의 전통주택도 시기에 따른 양식적인 변화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사회·경제적·기술적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서 주거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은 발전과 변화를 끊임없이 겪어 왔다. 근대시기에 와서는 농업생산력의 확대와 새로이 형성되는 상품 경제구조를 이용하여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중농과 부농의 집들이 활발히 지어진다. 근래의 농가주택은 양반주택과 같이 안채와 사랑채, 별당채 등으로 채를 나누어 형식적·위계적으로 구성하기보다, 늘어나는 공간의 수요를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하나의 살림채와 안마당을 중심으로 주거공간을 통합해 구성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로써 안마당은 공적인 성격을 갖게 되며, 살림채는 보 방향으로 공간이 분화된 겹집의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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