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9권 삶의 공간과 흔적, 우리의 건축 문화
  • 2 모둠살이와 살림집: 전통마을과 한옥
  • 02. 한옥
  • 한옥의 미학과 문화
  • 1. 한옥의 미학
한필원

한옥의 외관은 단순한 선들로 구성되며 한옥이 갖는 아름다움의 많은 부분은 선의 아름다움에 기인한다. 지붕(기와와 서까래), 외벽(인방과 기둥), 기단 등의 부위에서 곡선과 직선들이 조화롭게 구성되며 여기에 창호의 띠살이 더해져서 아름다운 한옥의 입면이 만들어진다. 특히, 한옥의 선을 이루는 부재들은 쓰임새에 부합되는 자연스런 형상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한옥은 부드럽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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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름 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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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외관은 내부의 용도와 논리적으로 대응한다. 부엌·마구간·창고와 같이 흙바닥인 공간, 또는 대청과 같이 마루바닥인 공간과 온돌방은 벽체 및 개구부의 재료가 서로 다르다. 전자에는 대개 널빤지를 사용한 판벽(板壁)이나 판문이 설치되고 후자에는 토벽과 창호지를 바른 띠살문이 설치된다. 또한, 전자에는 천장에 반자가 설치되지 않고 후자에는 반자가 설치된다. 이같이 한옥은 공간 의 기능을 외관으로 드러냄으로써 대칭성과 같은 형식미를 갖기보다는 합목적적이고 변화있는 외관을 갖는다.

개구부 처리에서도 합목적성이 아름답게 드러난다. 주택에서 개구부는 조망, 채광 그리고 통풍을 위한 창과 출입을 위한 문으로 나뉘는데, 한옥에서 이러한 창과 문의 구별은 개구부와 바닥 사이에 설치된 머름의 존재로 판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머름이 설치되어 있으면 창이고, 머름이 없이 개구부가 바닥까지 내려오면 문이다. 머름은 외기의 침투를 막고, 실내의 온기가 외벽으로 방출되는 것을 억제하며, 내부 공간을 시각적으로 어느 정도 가려주는 등 복합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머름으로 인해 시각적으로 짜임새 있는 한옥의 입면이 만들어진다. 이같이 고유의 기능과 미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머름은 한옥에서 독특하게 발달된 요소의 하나이다.79)신영훈, 『한국의 살림집』, 열화당, 1983, pp.291∼292.

이렇게 한옥의 아름다움은 선험적이고 절대적 미보다는 공간구성과 구조가 갖는 합목적성이 꾸밈없이 드러남으로써 느껴지는 체험적 미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곧, 한옥은 합목적적인 미학을 갖는다. 또한, 한옥에는 불필요한 장식이 없는 절제의 미학이 있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은 치장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실용적 또는 상징적 기능을 가진 구성 요소들의 합리적 구성이다.

이러한 한옥의 미학은 당시 사회를 지배했던 성리학적 가치관에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외양의 꾸밈을 싫어하고 내용과 실질을 숭상하는 것은 성리학 이전부터 존재해 온 유가미학(儒家美學)의 오랜 전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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