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9권 삶의 공간과 흔적, 우리의 건축 문화
  • 2 모둠살이와 살림집: 전통마을과 한옥
  • 02. 한옥
  • 한옥의 미학과 문화
  • 2. 한옥의 생활과 주거문화
  • 생애주기(life cycle)와 주거공간의 대응
한필원

부계의 확대가족을 이루는 많은 구성원들이 여러 채에 나뉘어 거 주한 한옥에서는 거주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사용하는 방의 위치가 달라진다. 한옥의 각 실은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생애주기와 가족 내에서의 위상에 대응한다. 남녀별로 생애주기에 따라 사용하는 방이 바뀌는 전형적인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남자의 경우를 보면, 안방에서 태어나서 웃방에서 소년시절을 보낸다. 장성해서 결혼을 하면 작은사랑에 거처하며 부친이 작고하고 명실상부한 가장이 되면 큰사랑방으로 옮겨 기거한다. 곧, 남자는 생애주기에 따라 ‘안방 → 웃방 → 작은사랑 → 큰사랑’의 순서를 거치며 일생을 보낸다.

여자 역시 안방에서 태어나서 웃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결혼을 하면 집을 떠나 시댁의 건넌방에 거처를 정한다. 그 뒤 시모가 작고하거나 생활의 일선에서 물러나면 그 집의 안방을 차지한다. 이때 장독대 등 재산의 관리권을 행사하게 되며 명실상부한 안주인이 된다. 그리고 한 집의 생활을 관리할 기력을 잃으면 며느리에게 안방을 내주고 다시 건넌방으로 거처를 옮긴다. 곧, 여자는 생애주기에 따라 ‘안방 → 웃방 → (시댁의) 건넌방 → 안방 → 건넌방’의 순서를 거친다. 이와 같이 한옥은 전통적인 생활의 규범과 논리에 잘 대응하는 공간체계를 갖춤으로써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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