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9권 삶의 공간과 흔적, 우리의 건축 문화
  • 2 모둠살이와 살림집: 전통마을과 한옥
  • 02. 한옥
  • 한옥의 미학과 문화
  • 2. 한옥의 생활과 주거문화
  • 한옥 공간이용의 특성
한필원

[위계성] 조선시대 중기 이후 확고히 자리 잡은 성리학적 윤리 규범에 따라 주거공간의 이용에도 신분과 성(性), 그리고 세대(世代)에 따른 명료한 위계질서가 있다.

먼저 신분에 따른 공간의 분리는 엄격한 채의 분리로 나타난다.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사당은 주인의 영역이고, 문간채나 행랑채는 하인들의 영역이다. 이들 영역의 위계는 채의 상대적 규모와 여러 가지의 건축적 처리의 차이로 나타난다.

한옥의 강력한 공간구성 원리 중 하나는 성에 따른 공간의 분리이다. 여성은 안채를 중심으로, 그리고 남성은 사랑채를 중심으로 생활한다. 이렇게 성별로 공간의 영역이 분명히 나뉘며 그 영역의 출입구도 분리된다. 이러한 사용 공간의 성별 분리는 모든 주거 공간에 적용되며, 심지어는 변소의 사용에도 나타난다. 한옥에서는 변소가 남자가 사용하는 외측(外厠)과 여자가 사용하는 내측(內厠)으로 나뉘어 설치된다. 이같이 성별로 사용하는 공간이 뚜렷이 분별되는 것은 한옥이 갖는 두드러진 특성 가운데 하나이다.80)같은 유교문화권인 중국의 전통주택을 보면, 결혼 전에는 공간의 성별 분리가 엄격히 지켜지나 결혼 후에는 그리 중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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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연경당 들어열개문
창덕궁 연경당 들어열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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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이상이 같이 거주하는 한옥에서는 사용 공간을 세대별로 적절히 분절시킴으로써 가족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세대별 공간의 분리는 안채에서 안방과 건넌방, 사랑채에서는 큰사랑과 작은사랑의 구성으로 나타난다. 안방과 큰사랑은 부모 세대의 중심 공간이고 건넌방과 작은사랑은 자녀 세대의 중심 공간이다. 세대별 공간의 사이에는 대청이 위치해 두 공간을 연결하면서 분절한다.

[융통성과 확장성] 건물의 외벽을 경계로 내·외부 공간이 뚜렷이 나뉘는 현대건축과 달리, 한옥은 실내·외 공간이 연계되어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이용된다. 실내 공간은 툇마루를 통해 마당과 연결되는데, 실내와 마루 사이에는 들어열개문이 설치된다. 밖으로 열고 들어올려 들쇠에 매달 수 있는 들어열개문을 설치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또는 공간 이용의 필요에 따라 방을 완전히 개방할 수 있다.

또한, 전면이 개방된 대청과 안마당은 제사 등의 의식(儀式)을 행할 때 서로 연결되어 같은 활동에 사용된다. 이같이 한옥에서는 가변성 있게 구성된 벽체 또는 개구부를 통해 실내외 공간이 긴밀히 연계되어 사용됨으로써 주거 공간의 이용에 융통성과 확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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