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9권 삶의 공간과 흔적, 우리의 건축 문화
  • 3 정신세계의 통합공간 불교건축
  • 02. 가람제도라는 최초의 건축 형식
  • 평지 1탑식 가람의 히에로파니
서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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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적인 공간에서 히에로파니의 구심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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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세계는 즉세간(卽世間)에서 벗어난 이세간(離世間)이다. 이세간은 불·법·승이라는 삼보 또는 삼요체로 구성된다. 불은 교조인 부처(Buddha), 법은 부처의 가르침인 불법(Darma), 승은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승단(Sangha)이다. 가람에서는 진신사리(Sarira, 靈骨)를 모신 탑과 불상을 모신 불전, 경전을 봉안하는 경루와 법을 설하는 강당, 수행공간인 승방이 각기 불· 법·승을 상징한다. 부처 생존 시에는 사리나 불상이 없었으므로 인도의 가람이란 죽림정사와 같은 수행공간을 지칭했다. 부처 입멸 후에는 그의 사리를 모신 스투파(塔婆, Stupa)와 불상을 모신 불전, 승려의 수행처가 합쳐진 당탑식(堂塔式) 가람으로 만들어졌다. 이것이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의 가람제도의 기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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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라의 시텐노지
일본 나라의 시텐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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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산치 대탑
인도의 산치 대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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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 1탑식 가람은 중앙의 높은 1탑이 중심이다. 높이 솟은 형태로는 오벨리스크나 지규라트·플레췌·모스크 등 무척 다양한데, 어느 것이나 세계의 중심을 상징한다. 탑도 그 상륜부가 세계의 중심에 선 우주목(Cosmos Tree)을 상징하듯이 1탑은 가람에서 가장 높은 히에로파니는 갖는다. 기원전 3세기 아쇼카왕이 세운 산치 스투파(Great Stupa at Sanchi)는 이러한 히에로파니 구조를 잘 보여준다. 이 스투파는 낮은 원통형 기단 위에 직경 36.5m, 높이 16.4m의 복발형 탑신과 꼭대기의 산개 및 산간으로 구성된다. 높이와 거리, 중심, 정형성을 모두 갖춘 형상을 통해서 이례적이고 차별적인 부처의 신성 을 표상한다.

스투파는 중국을 거치면서 다층의 목조건축으로 만들어진 탓에 이전부터 있던 중국의 망루를 다층 목탑의 모본으로 보기도 한다. 어떻든 만다라를 표상하는 가람 일곽의 중심에는 세계의 중심으로서 1탑이 높이 솟는다. 주변 세속과 경계를 이루는 4면은 회랑이 둘러싸서 정형적인 공간을 이룬다. 회랑 내부로는 목탑을 중심으로 중문 → 탑 → 금당 → 강당이 일렬로 서서 좌우대칭의 구도를 이룬다. 주변 세계에 대해서 이례적이고 차별적이며, 강한 구심력이 작용하는 귀의적 공간이 만들어진다. 평지 1탑식 배치는 높이, 거리, 중심, 정형성의 조합을 통해서 강력한 히에로파니를 보여준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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