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

서원은 16세기 중엽에 처음 등장한 조선조 최고의 사학기관이다. 서원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오늘날 대학에 해당하는 고급 아카데미였다. 1868년 대원군의 서원훼철령으로 시대적 운명을 겪기도 했지만 3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성리학적 인재를 배출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인 당쟁의 장으로도 변신하여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맨 처음 설립된 서원은 경상도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1495∼1554)이 1543년(중종 38)에 고려 문신 안향(1243∼1306)의 고향에 그를 사모하기 위해 사당을 건립하고 아울러 교육을 위한 학사를 마련한 백운동(白雲洞) 서원이다. 즉, 사묘(祠廟)와 서재(書齋)가 하나의 경내에 공존하는 것이 서원인데 이곳이 우리나라의 처음 사례가 된 것이다.

이 서원은 설립 7년 후인 1550년(명종 5)에 새로운 발전의 계기 가 마련되었다. 바로 후임으로 온 풍기군수 퇴계 이황에 의해 사액(賜額)⁸⁸⁾사액이란 국가에서 교육기관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면제 토지의 급여, 노역이 면제되는 노비급여, 서적 배급 등 다양한 혜택을 받으므로 격이 높아진다.서원이 된 것이다. 이황은 계속해서 서원 창설 운동에 적극성을 띠었고, 서원을 통한 성리학의 토착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명종조까지만도 20여 개의 서원이 창설되었고 선조 이후 사림의 시대를 맞아 더욱 많은 서원이 전국적으로 설립되었다. 이 무렵에 건립된 남계서원(1552)·옥산서원(1572)·도산서원(1574)·필암서원(1590)·도동서원(1605)·병산서원(1613) 등은 순수한 도학서원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크고 아울러 건축적으로도 완성도가 매우 높은 서원들이다.

대체적으로 17세기 중엽부터는 서원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사대부 간의 붕당이 심화되면서 서원의 본래 기능인 강학보다는 선현에 대한 제향 위주로 변했고, 이는 결국 사우(祠宇)⁸⁹⁾사우는 문중의 선현을 모신 사당으로 교육보다는 향사의 기능이 주였다. 사우는 17세기 후반부터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 문중의 결속을 다지는 전진 기지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사우의 건축 구성은 일반적으로 앞쪽에 대문과 강당을 두고 그 뒤쪽에 사당이 위치한다. 와 구별이 안되는 서원의 남·첩설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서원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을 초래하였고 결국은 1868년에 대원군에 의해 문묘 종향인을 중심으로 한 전국의 47개 서원·사우만 남기고 모두 훼철되었다. 당시 천여 개의 서원·사우 중 95% 정도가 강제로 훼철 당했다는 사실은 건축사적인 면에서 엄청난 사건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