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40권 사냥으로 본 삶과 문화
  • 1 선사시대사냥의 문화-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 01. 머리말
조태섭

사냥(hunting)은 시기에 따라 사회구성, 무리규칙, 사냥감, 무기(석기)와 같은 다양한 요소가 합쳐진 복합적인 전략으로 이러한 사냥에 대한 연구는 오랜 기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특정한 짐승의 영양적 가치에 대해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도 있으며, 또한 여성들은 전혀 짐승을 죽이지 않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모형을 제시하면서 사냥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의들은 아직 가설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당시 옛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해석하는 데 좋은 다양성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한 가지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1970년대 후반에 활발히 논의되었던 인구고고학(Demography)상의 접근방법을 볼 수 있다. 유적에서 발견된 동물 뼈를 바탕으로 한 동물의 단백질의 양과 옛사람들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열량을 구하여 당시 사람들의 무리가 몇 명이나 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유적에 머물렀는지에 대한 분석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이 이론은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과연 옛사람들이 섭취하였던 동물성 자원과 식물성 자원의 구성비를 일률적으 로 산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었으며, 사람의 경우 나이·활동정도·노동강도·온도 등의 수많은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필요열량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물의 경우 많이 발견되는 큰 젖먹이 짐승들로 제한하여 계산하는 먹을거리의 재구성도 사실은 추론에 불과한 것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로는 아주 이른 시기의 사람들이 큰 젖먹이 짐승들보다는 작은 종류의 짐승을 더 자주 사냥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러한 작은 짐승의 뼈들은 상대적으로 약해서 잘 보존되지 않아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이 때문에 선사시대 사람들의 사냥 활동에 관한 연구는 주로 사슴·순록·들소·말·첫소·코끼리·산양 등의 큰 젖먹이 짐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옛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운용한 사냥은 중기구석기시대부터 있었던 것이 확인되고 있다. 유럽의 중기구석기시대 사람들은 다량의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사슴, 말, 들소나 야생 염소를 주로 사냥하였다. 들판 유적이나 동굴 가까운 지역에 있는 유적에서 이들 동물들의 뼈가 발견되고 있으며, 절벽이나 틈새 같은 자연히 만들어진 함정으로 동물을 몰아가는 무리 사냥이 가장 널리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모랑(Moran) 유적에서처럼 수 백마리의 들소 뼈가 나온 유적들이 있는 것으로 보면, 네안데르탈 사람들부터 특정한 동물을 사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생 인류는 기술 발달과 더불어서 뛰어난 사냥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돌날떼기, 창던지개의 발명, 작살이나 창처럼 획기적인 도구의 제작이 이 시기에 있었다. 고기먹이 경제가 자리를 잡았는데, 이들은 사냥감이 되는 짐승들의 습관이나 생태에 대해서 완전히 파악하고 본격적인 사냥이 이루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2만5천년 동안 여러 문화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동물 자원의 이용 측면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쳐 나갔다. 사냥감은 기후 조건에 따라서 다양하며 사람들이 떼를 지어 조직을 갖추어서 먹을거리를 찾아 나섰던 것을 보여준다.

사냥감인 구석기시대의 동물들은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었다. 이들을 쫓기 위해서 사람들은 떠돌이 생활을 하였다. 사냥감인 순록의 이동, 연어 또는 철새들이 회귀하는 계절적 이동에 따라 사람들의 움직임의 흐름이 정해졌다. 더 강력한 창던지개가 나오고 사냥용 그물을 제조하면서 물가에 잠복하기, 몰이사냥, 함정 등의 사냥 기술은 한층 다양해졌다.

이러한 사냥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연모의 제작 등을 통해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확대시켜갔으며, 이를 통해 얻게 된 짐승고기 먹기는 결국은 인류진화 과정에서 사람의 생물학상, 사회문화적 특질의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인류와 사냥과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옛사람들의 사냥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데 목적이 있다. 크게 3장으로 나누어 이루어진 이 글의 전개는 아래와 같다.

먼저, 제1장에서는 인류의 등장과 당시 사람들의 삶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만물의 영장이라고 논의되지만 처음으로 인간화의 길을 걸었던 초기 인류의 경우에 사정이 달랐을 것이다. 도구도 없고 특별한 신체적인 장점도 없이 살아왔던 이 초기 인류는 과연 사나운 짐승을 사냥하고 동물의 살코기를 즐겨먹었던 사냥꾼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형태의 삶을 유지하였을까? 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제2장에서는 인류문화의 첫 단계인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약 250만 년 동안 계속되는 이 구석기시대에 연모인 도구를 만들고 슬기롭게 삶을 영위해가는 당시 사람들의 짐승 사냥에 관한 여러 사항은 늘 일정하고 같은 것이 아니었다. 사냥의 방법, 사냥의 기술, 그리고 사냥감이 되었던 동물 등 시기마다 달리 나타나는 특징들은 구석기시대의 문화의 발전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항들을 살펴보면서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사냥 문화를 알아보기로 한다.

마지막 3장에서는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남긴 동굴의 벽화와 짐승의 뼈에 새긴 그림들 가운데 사냥과 관계된 자료들을 고찰해보면서 당시 사람들의 사냥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로 한다. 이러한 동굴 벽화나 새겨진 뼈들은 단지 아름답게 만든 예술품으로만 볼 수는 없다. 장면, 장면 힘들게 그려내는 벽화나 갖은 정성을 다해 새겨낸 뼈에 나타난 흔적들은 당시 사람들의 분명한 삶의 기록인 것이다. 비록 당시 사람들이 표출해 낸 이러한 자료들을 온전히 해석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가 있지만, 동굴 벽에 그려낸 옛사람들의 사냥의 방법과 기술, 그리고 상처입은 짐승들을 그려 사냥에 대한 의지의 표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선사시대 사람들, 특히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사냥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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