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40권 사냥으로 본 삶과 문화
  • 1 선사시대사냥의 문화-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 02. 초기 인류의 삶과 사냥
  • 초기 인류의 삶 - 사냥꾼인가? 사냥감인가?
조태섭

레이몽드 다트의 주도 아래 이루어졌던 초기 인류의 도구의 사용과 사냥 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에 결정적으로 제동을 건 연구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화석환경학(Taphonomy)이라는 분야로 이루어지는 이 연구는 유적에서 출토되는 동물 화석의 변화 과정을 유적이 형성되었을 당시부터 오랜 기간 변화 과정을 거쳐 발굴되기까지 작용된 모든 원인을 분석하고 연구하고 재구성하는 새로운 학문으로, 현재 많은 각광을 받는 고고학의 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중요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이 1981년으로 브레인에 의해 이루어졌다.(Brain, 1981) 그는 아프리카의 여러 동굴들, 특 히 사람이 살지 않고 동물들에 의해 점유되었던 동굴들에서 출토된 동물뼈 화석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깨어진 동물뼈들의 원인이 반드시 인간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육식동물들에 의해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점은 앞서 살펴본 다트의 초기 인류의 동물뼈 사용과 사냥이라는 가설을 부정하는 객관적인 자료로 이용되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당시의 초기 인류가 짐승을 사냥하고 적극적인 삶을 유지하였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브레인은 다트가 연구하였던 초기 인류가 나타나는 동굴의 지형과 지세를 관찰하고 출토되는 동물 뼈 유물들을 고찰한 후, 이들을 하이에나, 올빼미 등의 짐승들이 점유하였던 동굴들에서 나온 자료들과 면밀한 비교·검토를 하였다. 이러한 세밀한 작업으로 초기 인류화석이 나온 각각의 동굴이 인류 활동의 증거가 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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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에 잡혀 먹힌 어린 초기 인류의 머리뼈
표범에 잡혀 먹힌 어린 초기 인류의 머리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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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에 잡혀 먹힌 어린 초기 인류의 머리뼈
표범에 잡혀 먹힌 어린 초기 인류의 머리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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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와르트그란스(Swartcrans)에서 발견된 초기 인류의 머리뼈 화석은 당시에 살았던 초기 인류가 생태계에서 차지하던 위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종종 인용된다. 이 유적에서 발견된 어린아이의 머리뼈에는 두 개의 커다란 굼이 있으며 이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나 있었는데 이 자국을 낸 것은 바로 표범이었음이 밝혀 진 것이다.

이것은 초기 인류 자연계에서의 위치를 상징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곧, 당시 사람들은 자연을 호령하고 짐승사냥을 능동적으로 하며 지금과 같은 자연을 지배하는 삶을 영위하였던 사람들이 아니라 수동적인 동물의 한 종으로 때로는 사나운 맹수에게 잡혀 먹히기도 하면서 종족을 보존하여 왔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즉, 초기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여러 짐승을 잡아 생활하는 사냥꾼이 아니라 때로는 사나운 맹수들에게 잡아먹히는 사냥감이 되기도 하면서도 꾸준히 삶을 유지하여 온 우리의 먼 조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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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인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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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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