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붉은 색으로 때로는 검은 색으로 그려진 기하학적인 도형들도 여러 동굴유적에서 발견된다. 점으로 이어 그리거나 사각형의 상자모습들을 한 그림들이 무리를 이루어 표현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스페인의 알타미라(Altamira) 동굴과 엘 카스티요(El Castillo) 동굴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사실 동굴 벽화에 표현된 여러 가지 기하학적인 모양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더욱이 닮은꼴의 도형이라도 어떤 동굴에서는 검은 색으로(엘 카스티요 동굴), 그리고 또 다른 동굴에서는 붉은 색으로(알타미라 동굴) 그렸는지에서부터 점선과 실선의 차이, 네모꼴과 일직선상의 비교 등등 많은 것들이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개념을 파악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선사예술에 대한 해석과 이해는 지극히 어려운 신화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대표적으로 이 두 유적에서 발견되는 기하학적 도형을 해석할 수 있는 그림이 발견된 곳이 스페인의 지중해 연안의 해안지대에 속하는 산탄도르 지방에 자리한 파시에가(La Pasiega) 동굴 유적이다. 이 장면에서 보듯이 한 마리의 짐승이, 아마도 초식 짐승으로 보이지만 정확히 어떤 종류의 동물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운데, 목 부분에 그물이 걸린 채로 있다. 여기에서 탈출하려는 듯 목을 길게 위로 치켜 올리면서 달아나고자 하는 몸짓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그림은 앞에서 살펴본 기하학적 도형하고 상태가 아주 유사하여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두 그림사이의 연관성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