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섭

식육류의 동물들은 이 시기의 동굴 벽화에서 중요한 소재는 못되었다. 다른 초식 동물들이나 털코끼리, 털코뿔이와 같은 대형 동물들에 비해 그려지는 수도 많지 않다. 또한, 당시 다양하게 존재하였던 것으로 알려지는 여러 종류의 식육류에 속하는 짐승들과 눈에 띠게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뚜렷하게 표현한 것들도 드물다.

다음의 그림은 라스코 동굴에서 한 무리의 짐승들 가운데 두 마 리의 식육류 그림을 발췌한 것이다. 이 장면에서는 표범 혹은 사자로 판단되는 두 마리의 맹수가 등에는 나란히 창을 맞은 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특히, 오른쪽 짐승은 코와 입에서 마치 흐르는 피를 연상시키는 가느다란 줄이 여러 개 표현되고 있어 다친 짐승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과연 이 장면을 통해 옛사람들이 이 사나운 맹수를 사냥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이러한 식으로 이 짐승들을 사냥하고 싶은 의지를 표현한 것인지 여러 가지 시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동굴 벽화는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예가 조각품으로도 존재한다. 프랑스의 이스츄리츠(Isturitz) 동굴 유적에서 발견된 동물의 조각상은 크기가 9㎝밖에 안되는 작은 크기로, 머리와 발 등의 자세한 묘사는 없지만 아마도 표범과 같은 맹수를 표현하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모두 4개의 구멍을 뚫어 목이나 가슴에 매달고 다니는 장식품으로 쓰여 졌을 것으로 보이는 이 조각품에서 우리는 두 개의 창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앞다리와 뒷다리에 비스듬히 나있는 이 창의 모습은 당시 사람들의 이 짐승을 사냥하고 싶은 욕망을 표현하였던 것으로 가늠되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