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40권 사냥으로 본 삶과 문화
  • 2 왕조의 중요한 국책사업, 사냥
  • 01. 머리말
정연학

사냥은 수렵채취 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생활방식이었고, 정치적으로는 사냥을 잘하는 사람은 사회의 우두머리로 인정받았다. 수렵을 위한 도구인 화살촉·창 등이 신석기와 청동기시대 유적지에서 발견되고, 어느 박물관을 가더라도 이들 도구를 손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광역이 전국적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화살촉과 창이 발견되는 것은 짐승에 따라 다른 사냥도구를 사용하였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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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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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사냥 모습은 울산 언양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남포시 강서구역 약수리 무덤 등의 고구려 벽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대곡리 반구대는 높이 3m, 너비 10m의 절벽 암반으로 호랑이·멧돼지·사슴·고래 등 육지와 바다 동물들이 묘사되어 있다. 호랑이는 함정에 빠진 모습으로, 멧돼지는 교미하는 모습을, 사슴은 새끼를 거느리거나 밴 모습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고래는 작살에 맞은 모습이고 그밖에도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과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어부 등의 모습이 보여, 청동기시대의 주요 생활 방식이 수렵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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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반구대 암각화 탁본
울주 반구대 암각화 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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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분벽화의 수렵도는 고구려인의 생동감 있는 수렵 모습을 볼 수 있다. 약수리 무덤(4∼5세기) 벽화의 수렵도에는 말을 타고 곰·호랑이·사슴 등을 집단적으로 사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1)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 『고구려 문화』, 사회과학출판사, 1975 ; 朝鮮畵報社, 『高句麗古墳壁畵』, 講談社, 1985. 사냥터로 달려가는 사냥꾼, 산악에서 짐승을 몰아내는 몰이꾼, 말을 타고 활을 당기며 짐승을 쫓는 수렵꾼 등이 협동으로 수렵을 하고 있다. 화살을 맞고 산으로 도망가는 호랑이와 사슴을 향하여 말 달리며 활을 겨누고 있는 그림 등은 당시의 사냥기술과 사냥감에 따라 말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하나의 화살로 세 마리 사슴의 목을 관통시킨 그림은 우수한 사냥꾼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수렵꾼은 모두 검은 수건을 쓰고 팔자수염을 기른 무사들로 수렵도의 모습은 수렵을 통한 군사 훈련인 교렵(校獵)을 묘사한 것이다. 활은 맥궁으로 짧고 구부러진 고구려 의 전통 활이며, 화살은 소리화살로 호랑이와 같은 맹수를 잡는데 주로 사용되었다. 화살촉의 모양도 차이가 있는 것을 보면, 고구려인들이 사냥감의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화살촉을 쓸 줄 알았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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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흥리 무덤벽화 수렵도
덕흥리 무덤벽화 수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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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천 제1호무덤 수렵도
장천 제1호무덤 수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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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흥리 무덤(5세기 초) 벽화의 수렵도는 사냥꾼들이 말을 타고 달리면서 호랑이, 산돼지, 꿩 등을 수렵하는 모습을 표현하였고, 장천 제1호무덤(4∼5세기)의 수렵도는 화살을 맞은 호랑이·멧돼지·노루 등이 혼비백산으로 도망가는 모습을 그렸다. 무용총(4∼5세기)의 수렵도는 고구려 무사들이 호랑이와 사슴, 노루 등을 수렵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그렸다. 특히, 말을 탄 채 몸을 뒤로 하여 사슴을 향해 활을 쏘는 무사의 그림은 말 타는 기술과 활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나타낸다. 한편, 고구려 수렵도에는 호랑이 사냥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용감하고 지혜로운 무사를 평가하는 잣대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삼국사기』·『삼국유사』·『고려사』·『조선왕조실록』 등에 수렵 관련 내용 분석을 통하여 당시의 사냥문화를 살펴보았다. 또한, 조선시대의 문집과 국역총서 등의 문헌과 수렵도를 참고하여 정사에서 빠진 내용을 보충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왕과 종친, 귀족 등 상류층 중심의 수렵에 대한 언급이 주류를 이루고, 일반 백성들의 수렵 관련 풍속과 신앙 등에 대한 기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2) 수렵문화와 관련해서는 김광언의 『한·일·동시베리아의 사냥』, 민속원, 2007이 괄목할 만하다. 이 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웃나라의 수렵문화를 정리하고, 수렵문화가 한 줄기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재래 사냥구와 사냥법」, 『생활문물』 18, 국립민속박물관, 2006에서는 한국 현지의 다양한 사냥도구와 사냥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각 시대 왕 등의 지배층 중심의 사냥 문화를 살펴보는데 주안점을 두었다.3) 이 글은 필자가 발표한 「역사 문헌을 통해 본 수렵 문화」, 『생활문물』 18, 국립민속박물관, 2006의 내용을 주로 참고하였으며, 일부 내용을 수정·보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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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총 수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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