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학

공민왕부터 공양왕 사이에 궁궐이나 주변 지역에 출몰한 짐승들이 보인다. 이것은 당시 짐승의 종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궁궐에 나타난 짐승들을 보면 호랑이(9회)·표범(1회)·노루(21회)·사슴(2회)·여우(15회)·삵(2회)·승냥이(3회) 등 다양하다. 특히, 노루가 많이 출몰하였는데, 일관(日官)이 공민왕에게 “노루가 성안으로 들어오면 그 나라가 망한다.”라고 하여 매사에 조심하고 수렵을 금하기를 권하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⁹²⁾ 『고려사』 공양왕 임신 4년.

우리 속신에 ‘노루를 잡으면 재수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노루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산천신이나 종묘에 바친 영험한 제물이다. 따라서 ‘노루를 잡으면 재수가 없다.’라는 말은 성에 노루가 나타나는 것을 불길하게 여긴데서 그러한 말이 생긴 것 같다.

그 다음으로 고려 궁궐에 많이 나타난 동물로는 호랑이·표범·여우·승냥이 등 맹수를 들 수 있다. 특히, 호랑이는 인명을 해치기 때문에 공양왕 때 백악산(白岳山), 목멱(木覓), 성황(城隍) 등지에서 액막이제를 지내기도 하였다.⁹³⁾ 『고려사』 공양왕 2년 9월 갑인일.

<표> 고려 궁궐에 나타난 동물들⁹⁴⁾ 『고려사』 공양왕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