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40권 사냥으로 본 삶과 문화
  • 5 사냥의 의례와 놀이
  • 02. 사냥에서 행하는 산신제
  • 사냥을 떠나기 전의 의례
  • 2. 사냥을 떠나기 전의 산신제
임장혁

사냥에 나서기 전에 산신고사를 지내기도 하는데 떠나기 전날에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 지내거나 각자 지내기도 한다. 사냥 당일 이 른 새벽에 닭·새·개 따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서, 손이 없는 방향에526) 민속신앙에서 ‘손’은 날수에 따라 동서남북 4방위로 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사람에게 해코지한다는 발동신(귀신)을 부르는 말로 ‘손님’을 줄여 부르는 것이다. 이 발동신은 음력 끝자리 9, 0일이면 하늘로 올라가 쉬기 때문에 이들 날을 ‘손 없는 날’이라 부른다. 발동신은 음력 끝자리 1∼2일은 동쪽, 3∼4일은 남쪽, 5∼6일은 서쪽, 7∼8일은 북쪽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이들 날짜와 방향을 피해 개인에게 맞는 날짜에 이사를 하거나 행사를 열면 길하다고 한다. 제물을 차린다. 이 방향은 1∼2일은 동쪽, 3∼4일은 서쪽, 5∼6일은 남쪽, 그리고 7∼8일은 북쪽이다. 그리고 9∼10일은 손이 없는 날이므로,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제물은 삼색 과일·미역·사탕·술 등이며, 제사 그릇이나 도구는 언제나 새로 장만한다. 제사를 마치고 소지를 올릴 때는 “일장 소지라도 만장 소지로 알고 받으소서” 읊조린다.527) 김광언, 「사냥 및 채집」,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1 전라남도편,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69, p.51. 사냥을 떠나기 전에 고사는 지역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사냥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정성을 들여 희생을 마련하고 사냥터에서 제를 지내는데 이를 ‘사농코’라고 한다.528) 문무병 외, 「수렵기술」, 『제주의 민속』, 제주도 문화예술과, 1994, p.422. 제물로는 날 것을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에서는 오소리(‘지다리’라고 부른다)를 잡기 위해 굴을 파기 전에도 산신에게 고사를 올린다.529) 김광언, 『韓·日·東시베리아의 사냥-狩獵文化 比較誌』, 민속원, 2007, p.350.

강원도에서는 매사냥에 나서기 전에는 한지에 북어를 동여 서낭당에 걸어 놓고 신선한 과일을 깨끗한 종이에 놓고 “사냥이나 잘하게 해주소서. 수리와 저광이 되게 해주소서”하며 빈다. 매가 독수리나 말똥가리(저광수리)처럼 사나워져서 짐승을 많이 잡게 도와달라는 뜻이다.530) 김광언, 앞의 책,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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