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40권 사냥으로 본 삶과 문화
  • 5 사냥의 의례와 놀이
  • 03. 굿과 놀이에서의 모의 사냥
  • 황해도 굿의 사냥 놀이
  • 2. 황해도 대동굿의 사냥놀이
임장혁

사냥놀이는 타살군웅굿에 앞서 행해진다. 마당에 산 돼지를 묶어놓고 만신(무녀)과 사냥꾼으로 분장한 막둥이(상산막둥이)가 등장하여 장구잽이와 함께 사냥하는 과정을 골계와 재담으로 진행한다.

막둥이는 얼굴에 칠성별이라 하여 7군데 검댕 칠을 하고 활과 화살을 가지고 사냥꾼의 복장을 하며, ‘삼전불알’을 가졌다 하여 아랫도리를 유난히 불룩하게 나온 모습으로 등장한다. 막둥이의 역할이 지닌 의미는 높고 깊은 산속에 살면서 신의 부름으로 만신의 굿판에 나타난 총각으로, 그는 산길은 물론 짐승이 있는 곳을 잘 알기 때문에 만신이 사냥을 나갈 때 도와주는 인물이다.

현재 막둥이 역할은 무당이 하는데, 과거에 막둥이는 동네의 놀기 좋아하고 입심 있는 남자가 담당하였다고 하며, 몰이꾼으로 주민 여러 명이 이 놀이에 참여하여 실제 사냥하는 흉내를 모두 내었다고 한다.

사냥 놀이의 내용을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만신(무녀)이 막둥이 이름을 부르며 ‘갑오년에 잃어버린 아들 막둥이가 행여 왔나 하고 찾으러왔다.’고 하며 관중을 향해 막둥이를 못 봤느냐고 물어본다. 장구잽이가 막둥이 이름만 가지고는 어떻게 찾느냐고 생김새를 묻 자, ‘성은 맹가요, 이름은 꽁무니고 얼굴에 일곱 칠성별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막둥이가 삼정불알이라 침통으로 삼정불알을 고친다고 해서 친청에 데려다 놓았는데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바람에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한다.

만신이 관중을 향해 계속 막둥이를 부르자 여기저기서 “예”라고 대답을 하고, 만신은 소리 나는 곳을 향해 관중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왔다 갔다 하며 찾아다닌다.

한참을 찾아다니는데, 사타구니가 비정상적으로 불룩한 막둥이가 등장하여 자기도 막둥이라고 하며, 고향은 ‘어깨 너머 등창골’이고, 양반집 가문으로 ‘아바이는 사공을 하였고 오마니는 무당’인데 어머니를 찾아야 삼정불알이 낫는다고 하여, 이 고장에 만수대탁을 한다고 하니 혹시나 어머니가 왔을까 하고 어머니를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은 “임금 ‘맹’자에 나라님 ‘꽁무니’, 맹꽁무니인데, 막둥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장구잽이가 어떤 만신도 ‘맹꽁무니’라고 하는 막둥이를 찾는다고 일러주자 막둥이는 자기 어머니는 ‘키가 왜장다리처럼 크고 눈도 딱부리눈이고 코는 메부리코에 입은 메기입인데 황해도 고향에서 미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막둥이와 만신은 서로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니는데 동네 사람들도 함께 찾아 준다. 그러다가 모자가 상봉을 하게 되나, 서로 이리저리 훑어보고 살펴보더니 아니라고 한다. 막둥이는 만신을 보고 ‘키가 작고 눈도 작은 이렇게 쪼그만 늙은이는 자기 어머니가 아니라’고 하니, 장구잽이가 오랜만에 보니깐 다시 뜯어보라고 한다.

그래도 막둥이는 자기 어머니가 아니라고 우기다가 만신에게 기왕 만났으니 통성명이나 하자고 한다. 만신은 고향이 ‘어깨 너머 등창골’이라 하고 막둥이는 이름이 ‘맹꽁무니’라 하니 서로 찾는 사람이 같음을 알게 되고 더욱이 만신은 막둥이의 얼굴에 칠성별이 뚜 렷하고 남보다 큰 사타구니를 만져보니 아들임이 분명한 것 같은데 서로 너무 늙고 키가 쪼그라들어 미심쩍어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찾아보다가 결국 서로 모자임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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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막둥이와 어머니와의 만남546) 국립문화재연구소, 『중요무형문화재 제82-나호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화산문화, 2002, p.132.
상산막둥이와 어머니와의 만남546) 국립문화재연구소, 『중요무형문화재 제82-나호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화산문화, 2002,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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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는 어머니(만신)에게 그 동안 고생한 이야기를 하며, ‘봄이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이면 김을 매고. 가을이면 추수를 해서 겨울이면 사랑방에서 새끼 꼬아주면서 이렇게 해가지고 품삯 받아서 장가밑천께나 벌었다.’고 하며 장가를 보내달라고 한다.

만신은 ‘오늘만큼은 녹용 사냥을 하여(김금화네) 만 단골에 수영자손들에게 보약으로 푹 안겨놓으면 여기에 예쁜 아가씨들이 많으니 장가갈 수 있다.’고 막둥이를 구슬려 사냥을 나간다. 막둥이는 활을 메고 화살을 들고 굿판 주위를 돌며 사냥을 하는데 ‘똥이 많다.’고 하며 자기 몸과 어머니 몸에서 나는 것 같으니 목욕재계를 하자고 한다. 굿당에 징을 놓고 만신과 막둥이가 세수를 하고 물을 끼얹는 시늉을 하며 목욕재계를 한 뒤 그런데도 막둥이가 자꾸 냄새가 난다고 하니 구경꾼이 ‘똥물에다 목욕을 했나보다.’고 하니. 막둥이와 만신은 서로의 탓을 하며 다시 산신 기도를 드린다.

막둥이는 아무데나 절을 하면서 만신과 엉덩이를 서로 부딪치는데, 장구잽이가 그렇게 하면 사냥을 못한다고 나무란다.

만신: 녹음메(제단에 올리는 밥)를 온갖 정성드리고 다녀 봐도 없음네

장구: 무슨 정성을 어드렇게 했길래 그럽니까

만신: 정성을 잘 드렸담네

장구: 어디 얘기를 해보쇼

만신: 오줌국에 머리감고 똥국에 미역감고 궁둥이로 절하였음네

장구: 그렇게 하니 되겠시까 부정해 안됩니다

만신: 궁둥이 가지고 안되는 일이 없담네

임금님도 낳고 또 나 같은 나라만신 우리 막둥이 같은 아들도 생기고

장구: 어서 다시 정성이나 잘 들보시오

(만신 앞에 가서 떡을 놓고 절을 하고 한 바퀴 돌아 다시 장구 앞에 와서)

장구산에서 징산으로 와서 멍석산에 공을 드렸드니

각령 까치산에 가보니 너럭바위 밑에서

녹용이 잠이 들어서 명석산으로 내려 좇았읍네.547) 홍태한, 『한국의 무가 6: 황해도 무가』, 민속원, 2006, p.137.

만신은 막둥이에게 ‘장구산이 명산’이라고 하며 장구 쪽을 향해 아들 막둥이와 함께 똑바로 절을 올리고 사냥을 나간다.

두 사람은 사냥을 하러 산에 올라가는데, 장구잽이가 사냥을 가려면 몰이꾼을 찾아오라고 한다. ‘몰이꾼도 열다섯, 사냥꾼도 열다섯, 모두 거느리고 사냥을 가야 한다고 하자 무녀들이 <사냥타령>을 한다.

<사냥타령>

사냥을 가세 사냥을 가세 인삼녹용에 사냥을 가세

에헤 에헤야 인삼녹용에 사냥가세

내 잘 맡는 사냥개야 사냥 잘하는 보라매야

에헤 에헤야 사냥 잘하는 보라매야

몰이꾼도 열다섯이요 포수도 열다섯

에헤 에헤야 포수도 열다섯

화약에 전대를 둘러치고 야산도립을 하실 적에

에헤 에헤야 야산도립을 하실 적에

산지조종은 곤륜산이요 수지조종은 황해도라

에헤 에헤야 수지조종은 황해도라

황해도라 구월산이요 평양하구는 대동강에

에헤 에헤야 평양하구는 대동강에

평양하구 똑바로 가니 모란봉을 치토파서

에헤 에헤야 모란봉을 치토파서

경기도는 삼각산이요 충청도는 계룡산에

에헤 에헤야 충청도 계룡산에 경상도는 태백산이요 전라도 지리산에

에헤 에헤야 전라도 지리산에

제주도를 썩 건너가서 한라산을 돌아보고

에헤 에헤야 한라산을 돌아보고

돌돌 말아 멍석산이요 설설히 내려가서

에헤 에헤야 설설히 내려가서.

이때 막둥이가 한참 꿈에 취해 곤히 자고 있고 만신은 막둥이를 깨운다. 막둥이는 장가가는 꿈을 꾸면서 ‘한참 좋은 판에 좋다가 말았다.’고 만신에게 투정을 하고, 만신은 빨리 사냥해야 장가를 간다고 다그친다.

막둥이가 앞장서서 사냥을 하는데 똥을 찾아야 된다고 ‘녹용 똥’을 찾아다니다가 드디어 녹용 똥을 발견한다. 막둥이가 조심조심 활을 들고 다가가서 마당에 묶어놓은 산돼지를 쏘아 맞힌다.

막둥이는 ‘잡았다.’고 기뻐하며 만신에게 장가를 보내달라고 한다. 만신은 “녹용이란 놈이 꼬리가 닷 발이나 되는 거를 겨우 잡았으니 아, 김씨(김금화) 가중에 수영자손들 동네간 조카 아들 손주들 다 건강하라구 본향으로 앵기구 넌 장가가야지.” 하며 막둥이에게 색시감을 고르라고 한다.

막둥이는 색시감(박수, 남자무당) 한 사람을 지목하는데, 만신은 하구 많은 가운데 뻣뻣한 걸 골라왔다고 타박한다. 그래도 막둥이는 맘에 든다고 하자 혼례를 올린다. 막둥이는 원삼 입은 색시를 보고 이쁘다고 좋아하며 앉아서 색시의 절을 받기도 하고 색시보고 앉아서 자기 절을 받으라고 하기도 하다가 시키는 대로 맞절을 한다.

이어 만신에게 막둥이 부부가 함께 절을 올리고 만신은 며느리에게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라’ 하며 밤과 대추를 던져준다. 만신은 막둥이에게도 밤과 대추를 주며 나눠 먹으라고 한다. 막둥이는 녹용 사냥을 하여주고 장가를 듦으로써 삼전불알을 고치게 된다.548) 다음 문화원형 백과사전 ‘사냥굿놀이’(http://culturedic.daum.net).

이어서 타살군웅굿이 행해진다. 타살군웅굿은549) 타살군웅굿이라는 용어는 제수를 마련하는 데 있어 ‘他殺’이라는 행위가 이루어지기에 유래된 것이다. 동물을 죽여서 신에게 바치는 굿거리이다. 타살군웅굿은 피를 흘리며 죽어간 여러 군웅신들을 대접하고 우환, 질병, 사고 등을 막아달라고 기원하는 굿이다. 타살군웅굿은 생타살거리와 익은타살거리로 구분된다. 생타살거리는 산 돼지를 놓고 ‘생타살굿’을 한다. 익은타살거리는 생타살거리에서 잡은 생고기를 몫을 지어 두었다가 삶아서 신령에게 바친다. 고기를 바친 후에는 사슬을 세운다. 사슬에 돼지를 통으로 올려놓기도 하며, 팔각으로 해체된 여러 부위를 사슬에 꽂아 올리기도 한다. 이 때 사슬이 잘 세워지면 신이 흔쾌히 잘 받았다는 의미이다. 황해도의 타살·군웅굿은 제물이 타살되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군웅의 원한을 풀어주고 제물을 바침으로써 액을 막아내 는 굿이다. 군웅상에는 사냥을 나갈 때 쓰기 위해 상 위에 활과 화살이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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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상550) 국립문화재연구소,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 황해도 평산소놀음굿』, 대흥문화사, 1998, p.81.
군웅상550) 국립문화재연구소,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 황해도 평산소놀음굿』, 대흥문화사, 1998,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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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551) 앞의 책, p.83.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551) 앞의 책,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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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거리에서 목을 재는 모습552) 앞의 책, p.84.
군웅거리에서 목을 재는 모습552) 앞의 책,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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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거리에서 돼지를 얼르는 모습553) 앞의 책, p.85.
군웅거리에서 돼지를 얼르는 모습553) 앞의 책,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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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대의 피를 빨아 먹고 있는 모습554) 위와 같음.
군웅대의 피를 빨아 먹고 있는 모습554) 위와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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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거리에서 청배를 하고 있는 모습555) 앞의 책, p.93.
타살거리에서 청배를 하고 있는 모습555) 앞의 책,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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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거리에서 삶은 돼지를 얼르는 모습556) 앞의 책, p.94.
타살거리에서 삶은 돼지를 얼르는 모습556) 앞의 책,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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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풍대를 도는 모습557) 앞의 책, p.95.
연풍대를 도는 모습557) 앞의 책,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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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거리에서 삶은 돼지에다 삼지창을 꽂고 있는 모습 ①558) 앞의 책, p.96.
타살거리에서 삶은 돼지에다 삼지창을 꽂고 있는 모습 ①558) 앞의 책,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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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거리에서 삶은 돼지에다 삼지창을 꽂고 있는 모습 ②559) 앞의 책, p.121.
타살거리에서 삶은 돼지에다 삼지창을 꽂고 있는 모습 ②559) 앞의 책,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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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세우기 ①560) 앞의 책,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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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세우기 ②561) 위와 같음.
사슬세우기 ②561) 위와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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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거리에서 군웅베를 찢는 모습562) 앞의 책, p.125.
타살거리에서 군웅베를 찢는 모습562) 앞의 책,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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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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