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40권 사냥으로 본 삶과 문화
  • 5 사냥의 의례와 놀이
  • 03. 굿과 놀이에서의 모의 사냥
  • 제주도 굿의 산신놀이
  • 2. 산신놀이의 의미
임장혁

산신놀이는 ①사냥 전 날 밤의 잠-②꿈 이야기-③산신제-④사냥터 선정-⑤사냥 놀이-⑥싸움(=갈등)-⑦재판받음-⑧분육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과정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사냥 나가기 전날 밤에 두 포수가 엉켜 잠을 자는 것은 모의적으로 성행위를 연출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성행위는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이러한 의미로 산신놀이 뿐만 아니라, 줄다리기에서도 암줄, 숫줄이라고 하여 두 줄의 결합을 통한 그해의 풍년을 기원한다. 어떤 놀이판에서는 포수의 성별을 남, 녀로 설정하여 암포수, 수포수로 부르기도 한다. 사냥터의 행동반경을 동-서로 하는 점도 음양화합의 원리를 채택한 것이다. 두 포수가 잠을 자는 장면은 사냥에서의 사냥감을 많이 얻기를 기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어서 두 포수들은 꿈에 대해 얘기하는데 [꿈에서 죽은 시체를 산에 놓고 온다]는 것을 [현실에서는 노루를 죽여서 산에서 내려온다]는 것으로 풀이하며, [꿈에서 암퇘지가 새끼를 낳고 산으로 오른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새끼 친 암퇘지(사냥물)를 잡고 산에서 내려온다]는 풀이로 받아들인다. 전날 밤의 꿈을 오늘에 있을 현실로 환치시키는 것이다. 또한, 꿈 속에서 여성이 등장하는 것을 흉몽이라고 여기는데, 이것은 사냥꾼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피를 두려워하는 인식이 월경을 하는 여성 자체를 금기시하는 인식이 있었으며, 이것은 수렵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산신 놀이에서 간밤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만큼 여성에 대한 금기가 엄격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두 포수가 사냥터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그 활동 영역은 한라산을 전 무대로 한다. 사냥터를 가상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사냥터는 한라산을 기준으로 ‘동-서’로 나누며, 포수들은 이 방향에 따른다. 두 포수들은 가시적으로 사냥 현장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실제로 수렵이 행해졌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산신놀이는 신들을 놀리는 놀이굿이면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방식, 사냥이라는 노동의 한 형태를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어 두 포수가 사냥한 노획물을 놓고 싸우는데 산신놀이의 갈등 부분이다. 여기에는 두 포수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이 사냥을 하였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이것을 실제로 수렵민들이 하였던 사냥법이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수심방이 중재에 나서서 사냥감을 분육하는데, 사냥감을 분육하는 방법 또한 실제 제주도 수렵민이 하였던 방식이 반영되어 있다. 사냥감을 공동으로 분배하는 것은 산신을 모시며 사냥을 업으로 살아갔던 수렵민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배고픔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음을 보여준다.

제주도의 산신놀이는 굿놀이로써 실제로 산신을 모시며 사냥을 하였던 수렵민들의 생활과 공동체적 삶의 모습을 ‘놀이’로서 진행하면서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566) 문무병 외, 앞의 글, pp.42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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