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40권 사냥으로 본 삶과 문화
  • 5 사냥의 의례와 놀이
  • 03. 굿과 놀이에서의 모의 사냥
  • 황병산 사냥놀이
  • 1. 황병산 사냥놀이의 절차와 내용
임장혁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차항리 일대에 전승되는 사냥놀이이다. 이 놀이는 정초에 신성한 마을 제사인 서낭제에 쓸 제물을 위해 멧돼지 사냥을 한 것에서 유래한다. 또한, 겨울철에는 산짐승이 먹이를 구하기 위하여 마을로 내려와 가축과 곡식을 해치므로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창을 들고 곰이나 멧돼지를 사냥하였다.

사냥은 보통 나이가 45에서 55세 이상 되어야 사냥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5∼6명의 조를 짜서 상쇠가 있어서 첫 번에 돼지가 있으면 상쇠가 “돼지 보았다.” 하고 찌르면 부쇠가 다음에 찌른다. 제일 먼저 찌른 사람은 토시목(돼지 목)을 갖는다. 그리고 남은 것은 동네에 가지고 와서 잔치를 하였다. 사냥을 나갈 때 엿을 주루막에 넣어 간다. 사냥을 하다가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엿을 먹었다. 왜냐하면 사냥을 가서 자고 올 수도 있고, 길을 잃을 수도 있어서 항상 지니고 다녔다. 창 상쇠는 “선창이다.” 하고 소리를 지르며 찌르는데 제일 먼저 찌르면 뒤에 재창, 삼창 사람이 찌른다.

창은 쇠창으로 길이가 50㎝ 정도이다. 그리고 창의 자루는 고로쇠나무, 물푸레나무 등으로 만드는데, 총 길이는 2m 이상이다. 돼지를 잡으면 여럿이 둘러 메고 온다. 창 이외에는 칼을 들고 가는데 칼은 산에 갈 때 필수적인 도구로 사냥하고 그 자리에서 사냥감을 해체하여 구워 먹기도 하므로 작은 칼은 필수이다.

사냥은 남자들만 가며 사냥을 하고 나면 바로 산신제를 지내는데 황병산을 보고 지낸다. 다른 음식을 진설하지 않으며 술 한 잔 부어 놓는다. 산에서 내려와서는 동네마다 서낭이 있는데 거기다 사냥한 짐승을 놓고 집에서 막걸리를 가지고 와서 간단한 감사의 예를 올린다. 이후 서낭제는 좋은 날을 택일하여 지내며 사냥을 가서 산신제를 지내기도 한다.

사냥할 때의 금기는 부정한 사람들은 사냥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창은 반드시 앞쪽을 향하도록 한다. 보통 아침을 먹고 사냥을 나가는데 짐승을 많이 잡을 경우 눈에 묻어놓고 또 잡거나 아니면 운반해서 마을에 내려놓고 다시 사냥을 하기도 한다.

놀이 방법은 크게 4가지 과정으로 나뉜다.

① 제1과정

사냥을 하기 위해 창대를 비롯한 사냥 도구를 갖추어 서낭당에 모여 술 한 잔을 따라 놓고 간단한 비손으로 사냥 성공을 기원하는 고사를 올린다. 그리고 각 마을별로 조를 짜서 마을 사냥 공간인 황병산으로 향한다.

② 제2과정

사냥을 위해 먼저 동물들의 발자국을 따라 몰이꾼들을 끈질기게 추격한다. 추격의 시간은 동물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된다. 사냥몰이에도 여러 가지 몰이가 있다. 계곡에서 산 정상으로 몰이를 하는 것을 ‘치떨이’ 또는 ‘치몰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와 반대인 산의 정상에서 계곡으로 몰이 하는 것을 ‘산떨이’ 또는 ‘내리몰기’를 할 때는 썰매를 타고 기동력 있게 추격이 계속된다.

③ 제3과정

사냥몰이에서 창수들이 지키는 길목에 멧돼지와 같은 동물들이 다다르면 창질을 한다. 창질도 동물들의 크기, 동물이 달려오는 방향, 지형 등에 따라 그 방법도 다양하다. 창질법의 종류에는 바로찌르기·가로찌르기·올려찌르기·막찌르기·던짐창·치받이찌르기 등의 창질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는 사냥몰이에서 지친 멧돼지를 창질법으로 잡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④ 제4과정

사냥이 끝나면 사냥꾼들은 사냥감을 가지고 마을로 올라온다. 그리고 공과를 따져 골고루 사냥감을 분배한다. 이 때 마을 서낭 제사를 올리고 고기를 따로 보관하여 두었다 서낭제에 올린다. 그리고 서낭 제의와 함께 남녀노소가 횃불을 들고 한데 어울려 마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축제 마당을 펼친다.567) 황병산사냥놀이보존회(www.hbs327.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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