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총설
  • 01권 한국사의 전개
  • Ⅰ. 자연환경
  • 2. 지리학적 특성
  • 1)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

1)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

 고대에는 만주의 넓은 벌판도 우리 선조들의 활동무대였지만 지금은 산이 많은 한반도와 그 주변의 섬에 국토가 한정되어 있다. 한반도는 아시아대륙의 동쪽 중심부에서 태평양 연변의 일본열도를 향해 남쪽으로 뻗어 내렸다. 우리는 백두산과 여기에서 발원하는 압록강 및 두만강을 한반도와 아시아대륙의 경계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010)1933년에 우리 나라를 광범하게 답사하고 1945년에 KOREA를 펴낸 독일 지리학자 H. Lautensach는 대륙과의 지질·지형적 관계를 고려하여 한반도가 서한만과 영흥만 사이의 홀쭉한 부분부터 시작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우리의 국토가 한반도로 정해진 것은 조선 초였다. 한반도의 모양은 대륙으로 뛰어오르려고 웅크린 호랑이에 비유된다. 영일만의 장기반도는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며, 1903년에 세워진 이곳의 등대는 ‘虎尾燈臺’라고 불린다.

 우리 나라의 면적은 22.1만㎢이다. 국토가 넓지 않지만 그리 좁은 것도 아니다. 우리 나라와 면적이 비슷한 나라로는 영국·루마니아·시리아·우루과이·뉴질랜드 등이 있다. 경도와 위도의 범위는 동경 124°∼132°, 북위 33°∼43°이다. 섬을 제외한 반도부의 경우 남북간의 최장거리는 함북 온성에서 전남 해남까지 1,012km, 동서간의 최단거리는 서한만에서 영흥만까지 164km이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대륙과 접한 부분은 이들 하천이 구불구불 흐르기 때문에 약 1,300km에 이르는데, 거의 전부 만주와 접해 있고 러시아의 연해주와 접한 부분은 두만강 하류의 17km에 불과하다. 한반도의 동남단에서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의 쓰시마섬(對馬島)까지는 약 50km, 큐슈(九州)까지는 약 200km이다. 부산의 태종대에서는 쓰시마섬이 보인다.

 우리 나라는 중위도에 자리하여 기후가 대체로 온난하다. 4계절이 뚜렷한 것도 우리 나라 기후의 두드러진 특색이다. 우리 나라와 위도가 비슷한 온대지방에 속한 나라로는 일본·터키·이탈리아·스페인 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이들 나라보다 여름과 겨울간의 기온차가 크며, 따라서 봄과 가을이 확연하게 구별된다. 기후의 이러한 특색은 아시아대륙과 태평양 사이에 자리한 우리 나라의 위치에 기인한다. 한민족은 계절의 변화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고 다채로운 歲時風俗을 이어가고 있다. 계절의 변화는 우리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한반도는 아시아대륙과 일본열도를 잇는 陸橋의 구실을 해왔다. 이와 같은 위치의 특수성으로 인해 한민족은 일찍부터 중국에서 각종 문물을 받아들이고 또 그것을 일본으로 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양쪽에서 압력과 도전을 끊임없이 받았다. 근세의 예를 들면, 19세기 말에는 일본과 러시아가 한반도를 발판으로 하여 각각 아시아대륙과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각축을 벌였고, 결국 일본은 우리 나라를 강점했다. 1945년의 광복 후에는 다시 외세에 의해 북위 38°선을 경계로 국토가 분단되는 비운을 맞았고, 곧 6·25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그리고 1953년의 휴전 이후에는 남한과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대치하게 되었다. 공산권이 붕괴된 후에도 남한과 북한간에는 긴장이 계속되다가 21세기에 들어서야 화해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한민족은 역사적으로 많은 수난을 겪는 가운데서도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켜 왔다. 한반도는 中原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산이 많다. 한민족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지켜올 수 있었던 까닭은 일찍이 이러한 한반도를 차지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실 한민족의 정체성과 잠재력은 한반도에서 형성되었다. 남한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西洋文物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었지만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지리적 이점을 살려서 해양으로 진출, 세계 유수의 교역대국으로 성장했다. 짧은 기간에 이룩한 이와 같은 성장은 흔히 기적이라고 일컬어진다. 지리적 위치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력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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