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총설
  • 01권 한국사의 전개
  • Ⅰ. 자연환경
  • 3. 인류학적 특성
  • 2) 자연환경과 지역성

2) 자연환경과 지역성

 한반도 전체의 자연환경을 이루는 육지ㆍ해양ㆍ기후ㆍ식생 등의 특성은 한반도 내부에 행정구역을 비롯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여러 차원에서 지역을 구분하여 각 지역의 특성을 갖도록 하였다. 육지의 산맥과 하천 및 해양의 바다와 섬을 연결하는 교통의 편리함과 불편함 등이 지역구분의 기준이 된 경우가 많다.023)朝倉敏夫,<韓國社會の地域性>(杉山晃一ㆍ櫻丼哲男 編,≪韓國社會の文化人類學≫, 東京:弘文堂, 1990), 2∼22쪽. 예를 들면 우리 나라의 최상급 지방행정구역인 道의 명칭을 처음 사용했던 고려 초기의 10개 도 중에서 嶺南道(현 경상북도 일부)ㆍ山南道(현 경상남도 일부)는 재나 산을, 江南道(현 전라북도)ㆍ河南道(현 충청남도)ㆍ浿西道(현 평안남북도)는 강이나 하천을, 海陽道(현 전라남도)는 바다를 경계로 하여 구획된 행정구역의 명칭이다. 이처럼 산맥이나 水界 또는 바다와 섬은 도뿐만 아니라 시ㆍ군ㆍ읍ㆍ면ㆍ동ㆍ리의 행정구역 명칭에도 흔히 적용되었다. 그밖에도 자연환경이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인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하여 우리 나라 전국 8도의 도민 기질을 다음과 같이 나타내기도 하였다.024)≪開闢≫(開闢社), 1925년 7월호 참조. 함경도민은 泥田鬪狗, 평안도민은 猛虎出林, 황해도민은 石田耕牛, 강원도민은 嚴下石佛, 경기도민은 鏡中美人, 충청도민은 淸風明月, 경상도민은 泰山喬岳, 전라도민은 細柳春風에 비유하여 도민의 인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행정구역을 떠나서 한반도를 몇 개의 지역으로 구분하는 데에도 재ㆍ산맥ㆍ호수 등의 지형지세가 경계의 기준이 되었다. 원산에서 인천에 이르는 추가령지구대를 경계로 하여 북쪽을 北鮮이라 하고 남쪽을 南鮮이라고 구분하는 것이라든지, 한반도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려온 낭림산맥과 태백산맥을 경계로 하여 서쪽을 表朝鮮이라 하고 동쪽을 裏朝鮮이라고 구분한 것은 그런 예이다.025)崔南善,≪朝鮮常識問答≫(東明社, 1946), 18쪽. 낭림산맥을 경계로 동북부의 함경도 지역을 關北지방, 서북부의 평안도 지역을 關西지방, 태백산맥을 둘러싼 강원도 지역을 關東지방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관동지방인 강원도를 다시 태백산맥의 분수령을 경계로 동쪽을 嶺東지방, 서쪽을 嶺西지방, 그리고 새재〔鳥嶺〕의 남쪽 경상북도 지역을 嶺南지방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또 한반도의 서쪽 중앙부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ㆍ황해도의 남부ㆍ충청남도의 북부를 포함한 지역을 畿湖지방, 충청남북도 지역을 湖西지방, 전라남북도 지역을 湖南지방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역구분은 우리 나라 말의 方言圈과도 거의 일치한다. 한국어의 방언구획을 관북(동북ㆍ함경도)ㆍ관서(서북ㆍ평안도)ㆍ중부(경기도ㆍ충청도ㆍ황해도ㆍ강원도)ㆍ호남(서남ㆍ전라도)ㆍ영남(동남ㆍ경상도)ㆍ탐라(제주도)의 6개 방언권으로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026)박병채,<한국의 언어와 문자>(≪한국 민속의 세계≫1,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1), 220∼224쪽. 이들 지역방언은 험준한 산맥이나 큰 강, 넓은 삼림, 늪지대, 바다 등의 지리적 장애로 각 지역간에 내왕이 불편할 때 가장 많이 생긴다. 이렇게 나누어진 큰 지역방언은 다시 작은 지역방언으로 갈라지기도 한다. 가령 중부방언권에 속하는 강원도방언권은 다시 태백산맥의 분수령을 경계로 영동방언권과 영서방언권으로 갈라지고, 영동방언권은 또 북부 영동방언권, 남부 영동방언권, 강릉방언권, 삼척방언권으로 나누어지기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해양생태계와 육지생태계에 따른 주민들의 생업이 다름에 따라서 강원도 동해안의 농촌과 어촌 사이에 방언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한다.027)李翊燮,≪嶺東 嶺西의 言語分化:江原道의 言語地理學≫(서울大學校 出版部, 1981), 71∼79ㆍ126∼133쪽.

 지형ㆍ지질ㆍ기후ㆍ식생 등의 자연환경과 관련된 농업의 특성에 따라 민속문화에 차이가 생기고, 그러한 차이들이 서로 다른 문화권을 형성한다는 가설도 있다.028)金宅圭,≪韓國農耕歲時의 硏究:農耕儀禮의 文化人類學的 考察≫(嶺南大學校 出版部, 1985), 449∼457쪽. 이 가설은 우선 잡곡을 주로 재배하는 산간의 밭농사지역과 논벼를 주로 재배하는 평야의 논농사지역, 그리고 이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논밭복합농사지역으로 구분한다. 이들 3개 지역에서 관행되는 세시풍속ㆍ의식주생활ㆍ민간신앙ㆍ민속예능ㆍ발굴문화재 등의 문화요소들을 분류해 보면, 밭농사지역의 端午圈, 논농사지역의 秋夕圈, 논밭복합농사지역의 추석ㆍ단오복합권이라는 농경세시의례의 문화권이 설정된다는 것이다. 지리적으로는 소백산맥과 남한강 유역을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연결되는 경계선을 축으로 하여 북부가 단오권이고, 남서부가 추석권이며, 동남부가 추석ㆍ단오복합권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농민의 육지생태계와 어민의 해양생태계가 다름에 따라 농민과 어민의 자원 소유형태와 이용방법, 자본의 투자방식, 생산양식, 분배와 교환체계, 주거형태, 협동관행, 사회구조 등의 면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 산촌 주민과 落島 주민의 생태적 특성이 다르고, 도시인들 중에서도 사회계층에 의한 주거지역이 다름에 따라 생태적 특성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