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총설
  • 01권 한국사의 전개
  • Ⅰ. 자연환경
  • 3. 인류학적 특성
  • 5) 도시인의 주거지역과 생태적 특성
  • (1) 중간층의 서민 주거지역

(1) 중간층의 서민 주거지역

 해방 전부터 서울에 살아온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몰려있는 안정된 서민 주거지역에서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보수적인 환경에 적응해오면서 오랫동안 이웃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있는 것 같다. 서정주의 시 구절에도 萬里洞에 피어나는 아지랑이는 만리동에 사는 이의 사랑의 모습, 孔德洞에 피어나는 아지랑이는 공덕동에 사는 이의 사랑의 모습을 나타내준다고 하였듯이, 오래된 서민 주거지역에서는 그 나름대로의 공동체의식과 정다운 인간미를 풍겨주고 있다. 주거지역내의 서비스 시설에 있어서도 잡화상ㆍ세탁소ㆍ양장점ㆍ음식점ㆍ술집 기타 여러 가지 상점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고, 두부장수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지나가며, 떡이나 과실을 이고 다니며 파는 아주머니들이 집집마다 들린다. 골목에서는 아이들이 숨바꼭질을 하거나 구슬치기를 하며, 어린아이들은 동전 하나 손에 쥐고 구멍가게에 가서 사탕과 과자를 사먹는다. 그 아이들이 서로 누구네 집 아이라는 것을 알며 어른들도 단골 상점을 정해놓고 외상거래를 하는 것이 예사다. 그래서 이웃 사이에 더욱 친밀한 관계가 유지된다.

 서울시 중간계층의 2개 주거지역(하나의 아파트주거지역과 또 하나의 일반주거지역)을 조사 분석한 연구보고서037)李效再ㆍ金周淑,≪都市 家族問題 및 地域的 協同에 관한 硏究≫(梨花女子大學校 女性資源開發硏究所, 硏究叢書 第3號, 1972).에 따르면, 조사 대상 주부들의 96% 가량이 그들의 이웃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서로 알고 지내는 친분관계란 애매한 표현이지만, 더 구체적으로 떡이나 별식을 이웃과 나누어 먹는 경우도 꽤 많다는 것이다. 이웃과 음식을 나누어 먹은 경험이 전혀 없다고 대답한 주부들은 응답자 중에서 7% 미만이었고, 30%는 보통 3∼4집의 이웃과 음식을 나누어 먹었으며, 33%는 5집 이상의 가까운 이웃과 별식을 나누어 먹었다고 대답하였다.

 이웃간에 돈을 꾸고 꾸어주는 것도 친밀한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것이다. 같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중에 60% 가량이 이웃과 서로 돈을 꾸고 꾸어주는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웃에 더 오래 산 사람일수록 서로간의 왕래가 더 잦으며, 이웃간에 서로 돕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예컨대 응답자의 51%가 김장을 담글 때 이웃끼리 서로 도와주고, 22%는 집이 비었을 때 지켜주며, 8%가 이웃 어린애를 돌보아주고, 22%는 혼상사에 도우며, 16%는 이웃 중에서 누가 아플 때 도움을 준다고 대답하였다.

 특히 70년대에 매월 열렸던 반상회를 통하여 이웃 부녀자들이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 것 같다. 반상회에는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많이 모이며, 그 모임에서 행정지시가 전달되고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시설과 공동사업들이 논의됨으로써 이웃간의 칱밀한 관계가 더욱 공고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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