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총설
  • 01권 한국사의 전개
  • Ⅲ. 한국사의 시대적 특성
  • 5. 근현대
  • 3) 해방정국과 현대사의 전개
  • (5) 민주주의 개혁과 통일운동

(5) 민주주의 개혁과 통일운동

 4·19혁명 이후 오랫동안의 민주화운동 결과, 1993년에 이어 1998년에 민간정부가 수립되었다. 오늘날의 한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애호자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민주주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금융실명제를 시험하고, 군사정권 정치세력을 숙청하고, 군부의 군사정권 잔재를 청산하고, 일제 식민지 우상이었던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부패방지위원회·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을 만들어 민주주의 개혁이 뿌리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한 개혁 분위기는 시민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협의회·평화와 통일을 위한 시민연대·환경운동연합·여성운동 연합회·청년단체협의회 등의 시민운동에 힘입은 바가 컸다.

 그러나 군사정권의 개발독재에 의한 정경 유착을 청산하지 못하고 훈련이 덜 된 정치인의 국가 운영으로 말미암아 1997년에는 경제가 파탄하여 국제금융기구(IMF)의 관리를 받아야 했고, 권력형비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정부패를 막지 못하여 사회 기강이 문란한 채 방치되어 있다. 문화농촌 건설의 소리가 높지만 그에 눈 돌릴 역량을 갖추지 못하여 인구의 도시 집중과 수도권의 이상 비대가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일본과의 어업협정의 실패로 동남 해안 어민들이 생활 터를 잃고 있는가 하면 독도문제가 새롭게 외로운 운명에 빠지게 되었다. 해마다 교과서파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군사정권 당시의 교과서체제를 완전히 벗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도덕성과 민주정치의 활동 경험이 일천하여 시행착오가 많아 국가가 표류할 때가 많다.

 그렇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으나 한국의 국제적 지위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의 의장을 맡고 노벨 평화상까지 한국에 돌아왔다. 그러한 국가 발전을 바탕으로 통일운동이 급진전하고 있다. 통일운동은 1960년대에 고조되었던 민족주의를 당시의 군사정권이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서도 외면할 수 없어 남북교류를 추진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1972년에 7·4공동선언이 발표되고 1991년에 남북화해합의서가 교환되었다. 1994년에는 김영삼·김일성의 남북 정상회담이 합의되어 그의 실현은 김일성 사망 후의 김정일과 김대중 간에 2000년에 이루어져 6·15공동선언을 보게 되었다. 통일시대의 막이 열리는 신호였다. 그를 전후하여 남북은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공식 비공식간의 무수한 교류를 진행시키고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개통을 위한 복구작업의 망치 소리가 민족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2002년 9·10월에는 부산 아시안 게임에 북한 선수와 응원단이 대거 참가하여 화해와 협력이 더욱 무르익고 있다. 금석지감이 새로울 뿐이다.

 여기서 역사의 교훈을 하나 되새겨 둔다. 2002년의 태풍으로 삼남일대가 쑥밭으로 황폐해졌는데 그것을 온 국민의 정성으로 복구하고 있다. 수재의연금이 1천2백억 원에 달할 정도로 국민역량은 아직도 감퇴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자만하고 있을 수 없다. 역사의 퇴보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제도의 우상화와 자기 자신의 우상 즉, 자만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 초기의≪經國大典≫(1469)이 많은 허물에도 불구하고 그때 세계적으로 보면, 우수한 제도를 정비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조선조말≪大典會通≫(1865)에 이르기까지, 4백년에 걸쳐 사회 변화에 부응하여 개혁하지 못한 것처럼, 제도의 우상이 나라와 역사를 그르쳤다. 고을마다 향교를 두고 서원·서당을 설립하고 마을마다 글방을 두고 집집이 조상의 문집을 만들며 글과 도덕을 숭상한 그런 조선시대 사람과 같은 도덕주의 인간상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었다. 그런데 그 글과 도덕이 사회변천에 따라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우상화하다가 그 글과 도덕이 무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우상의 고집으로 말미암아 자주적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제국주의의 침략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런 역사의 교훈을 생각하면서 세계화를 촉진하고 비판에 비판을 거듭하며 자성해야 한다. 21세기에는 우상을 버리고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491)趙東杰,<21세기 韓國史學의 方向>(≪韓國史論 30≫국사편찬위원회, 2000):
≪韓國近現代史의 이상과 形象≫(푸른역사, 2001), 508쪽.

<趙東杰>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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