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총설
  • 01권 한국사의 전개
  • Ⅳ. 한국문화의 특성
  • 5. 미술
  • 3) 통일신라시대 미술의 특성

3) 통일신라시대 미술의 특성

 통일신라의 미술은 삼국시대 고신라 미술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여 고구려와 백제 미술전통을 흡수하고 중국 수·당대의 미술을 수용하여 독자적 특성과 함께 국제적 보편성을 이룩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통일기 신라의 미술은 불교를 바탕으로 발전하면서 토속성이 줄어들고 국제성이 커지게 되었는데 7세기를 거쳐 8세기에 절정기를 이루었으며 9세기부터는 쇠퇴기에 접어들게 되었다. 절정기였던 8세기의 미술 중에서도 석굴암의 건축과 조각, 불국사의 다보탑, 봉덕사의 성덕대왕신종은 특히 세계적 문화유산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들에서 통일신라 미술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하겠다.

 석굴암은 불교 교리·조각·건축 등 각기 다른 측면에서 살펴볼 여지가 많으나 여기에서 먼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본존인 여래좌상의 조각에 보이는 특성이다.573)黃壽永,≪石窟庵≫(藝耕産業社, 1989).
文明大,≪吐含山 石窟≫(한국언론자료간행회, 2000) 참조.

 통일신라 불상의 특성과 우수성은 석굴암 본존 여래의 모습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574)黃壽永, 위의 책, 圖 9∼34 참조. 가늘고 긴 내려뜬 눈, 적당한 높이의 오뚝한 코, 길게 곡선진 눈썹과 눈자위, 또렷한 입술과 인중, 부드럽고 둥근 턱, 적당히 살이 오른 볼, 복스럽고 둥그러운 얼굴, 과장되지 않은 큰 귀, 튀어 보이지 않는 육계와 나발 등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도 부드러운 가장 아름다운 용모를 갖추고 있다.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각과 득도에서 오는 그윽하고 자비롭고 여유로운 법열의 心狀이 얼굴 가득히 넘쳐나고 있다. 이처럼 고상한 얼굴은 넓고 당당하며 부드러운 어깨, 가늘어지는 허리, 안정된 결가부좌의 자세, 균형잡힌 몸매, 몸에 달라붙은 옷매무새와 아울러 더욱 돋보인다. 균형과 조화와 세련의 미, 사실과 이상의 미가 고르게 갖추어져 있다. 본존 여래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특성은 석굴암의 다른 조각들에서도 대동소이하게 간취된다.

 석굴암의 조각이 중국 당대의 조각과 깊은 연관성이 있음은 사실이나 그것을 뛰어 넘는 경지로 발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즉 국제적 보편성과 독자적 특성을 함께 보여 준다. 석굴암 조각을 통해서 보면 통일신라의 미술은 조화와 균제의 미, 세련미, 사실과 이상의 미, 국제미를 두드러지게 발전시켰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은 퇴화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9세기 이전까지는 지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점은 동시대에 조성된 불국사의 다보탑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이 탑은 세계 유일의 특수한 형태와 빼어난 조형성의 측면에서 통일신라 미술 최고 업적의 하나로 꼽지 않을 수 없다. 밑으로부터 위를 향하여 4면에 계단이 설치된 하층기단, 4개의 우주 및 중앙의 탱주와 2단의 두공과 갑석으로 짜여진 상층기단, 방형 난간과 8각 3단의 몸체, 8각의 옥개석, 상륜부(노반, 복발, 앙화, 보륜, 보개)로 이루어져 있다.575)秦弘燮,≪塔婆≫, 國寶 6(藝耕産業社, 1983), 圖 19 참조. 목조건축 양식을 재현한 이탑은 밑으로부터 4각과 8각을 선용하면서 체감법을 적절히 구사하여 완벽한 비례와 조화의 미를 이루고 있다. 또한 상층기단의 방형 갑석과 몸체의 8각 옥개석은 나를 듯한 동세를 느끼게 한다. 세련미와 이상미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마치 석굴암 조각에서 볼 수 있는 미의 세계를 건축의 어법으로 변환시켜 놓은 듯 느껴진다.

 통일신라 전성기 미술의 특성은 세계 최고의 종인 성덕대왕신종에서도 예외 없이 간취된다.576)秦弘燮,≪工藝≫, 國寶 5(藝耕産業社, 1985), 圖 34∼36 참조. 높이가 3.3m, 밑지름이 2.27m의 대형 종인 이 작품은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경덕왕이 부왕인 성덕왕을 위해 동 12만 근을 들여 주조를 시도하다가 실패하여 혜공왕이 771년에 완성시킨 것으로 한국 종의 전형을 보여 준다. 상대인 肩帶와 하대인 口緣帶, 만개된 9개 연꽃모양의 乳를 감싸고 있는 4개의 유곽, 당좌와 비천상, 용뉴와 음통 등이 고루 갖추어져 있음은 그 단적인 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되는 것은 전체와 세부의 형태 및 조형성이라 하겠다. 구경과 높이가 이루는 1:1.3 정도의 균형잡힌 비례, 완만하게 볼록한 몸체가 이루는 절묘한 곡선미, 八綾으로 된 하대(구연대)의 문양이 자아내는 변화의 미, 비천의 천의자락들과 그를 둘러싼 보상화가 빚어내는 속도감 등등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세련미를 보여 준다. 석굴암의 본존을 비롯한 조각들과 다보탑이 보여 주는 이상화된 세련미가 이 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러한 점에서도 이 종은 통일신라 미술의 특성을 대변하는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크기, 조형성, 소리의 신비성, 주조기술의 뛰어난 과학성 등 여러 가지 점에서 세계 제일의 철조 공예품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과학문화재인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미술의 특성은 이상 살펴본 대표적 불교문화재들 이외에 그 시대 토기에서도 엿보인다. 높은 잔(高林), 목이 긴 항아리(長頸壺), 키가 큰 器臺 등 폭보다 높이가 큰 그릇들이 주를 이루었던 고신라의 토기들과는 달리 통일신라에서는 키보다 폭이 넓어서 안정감을 주는 盒을 비롯한 넓고 나지막한 형태의 그릇들이 주로 만들어졌다.577)崔淳雨,≪靑磁-土器≫, 國寶 5(藝耕産業社, 1985), 圖 153∼163(통일신라), 127∼128·119∼126(고신라) 참조. 문양도 삼각형 등 기하학적 추상적 문양이 거의 사라지고 구름무늬(雲文), 印花文 등이 대신하게 되었으며 透孔도 형식적으로만 잔존하게 되었다. 이처럼 고신라의 토속성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균형과 안정감을 중시하는 경향이 대두되었던 것이다.

 이상 석굴암 조각, 다보탑, 성덕대왕신종, 토기 등 한정된 대표작들에서 살펴본 통일신라 미술의 특성은 그 밖의 수다한 전성기 작품들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일관되게 엿보인다. 균형미·비례미·세련미·이상미는 통일신라인들이 전성기에 추구하던 아름다움의 특성인 것이다.

 남쪽의 통일신라와 대치했던 북쪽의 발해도 그 막강했던 국력에 상응하는 미술문화를 형성했던 것으로 믿어지나 유존작품의 희소성, 연구의 부족, 자료 활용의 어려움 등의 제약 때문에 그 특성에 관하여 단정적인 얘기를 할 수가 없다. 다만 발해는 고구려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당나라 문화의 영향을 수용하여 독자적인 미술문화를 형성했던 사실만은 분명하게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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