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Ⅰ. 구석기문화
  • 3. 구석기시대의 생활
  • 1) 생업과 의식주생활
  • (3) 구석기의 도구제작

(3) 구석기의 도구제작

 보통 구석기유적에서는 여러 가지 종류의 석편이나 석괴들이 발견되고 있다. 석핵과 박편이 공존하고 있는 것은 그 지점 또는 인근 지점에서 석기제작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석기의 제작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던 지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를 석기제작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석기는 필요한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가공하면서 사용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음식채취 또는 가공 그리고 도구의 가공행위가 있는 곳에서도 석기의 제작이 이루어졌을 것이지만, 제작장이라고 할 때는 석기가 사용되는 곳과는 다른 지점에서 석기의 가공이 이루어질 경우를 말할 수 있다. 석기제작행위에 대한 판단은 석핵·석편 그리고 돌부스러기가 한 장소에서 채집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석핵이 줄어가는 과정을 복원할 수 있는 정도로 한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박편작업이 이루어진 경우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 제작장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석편이 채집된 상황과 그 지점에서 발견되지 않는 부분을 종합하여 석기제작과 사용과의 관계를 파악해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전기 구석기나 중기 구석기에서 아직 재결합될 수 있는 석편의 경우가 많지 않다. 전곡리유적의 경우에는 서너 경우가 그 지점에서 박리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그러한 석기들이 발견된 지점들의 상황으로 보아 유적이 퇴적 후에 약간의 변화를 겪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경우가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재결합의 경우는 수양개유적에서 발견된 바 있다. 수양개유적에서는 석기제작장 주위에 많은 석편이 널려져 있었고 이 석편 중 많은 양이재결합되었다.229)이융조,<단양 수양개유적 발굴조사보고>(≪충주댐수몰지구 문화유적발굴조사종합보고서≫, 충북대 박물관, 1984), 101∼86쪽.
―――,<단양 수양개유적 발굴조사보고>(≪충주댐수몰지구 문화유적발굴조사연장보고서≫, 충북대 박물관, 1985).

 석기제작을 위해서는 일단 석재를 채취하여야 하는데 전기나 중기 구석기 때는 대부분 주변지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강하고 예리한 날을 만들 수 있는 석재를 선택하는 것이 보통인데 석영과 규질암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석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석재는 대개 부근의 강바닥에 남아 있는 강돌을 반입하여 사용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후기 구석기가 되면 정교한 석기가공을 위하여 먼 지역에까지도 석재를 구하러 다니게 되었고, 그 대표적인 것이 흑요석이다. 상무룡리에서 발견된 흑요석은 이미 백두산지역에서 흘러온 것으로 알려진 바 있으며230)손보기,<상무룡리에서 발견된 흑요석의 고향에 대하여>(≪상무룡리≫, 강원대 박물관, 1989), 781∼796쪽. 다른 유적에서 나타난 흑요석들도 유적의 부근 지역에서 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석재를 구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마도 전기나 중기 구석기 때는 일단 석재를 구하면 석재원으로부터 가까운 지점에서 1차적인 가공을 하거나 알맞은 크기이면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때그때 용도에 따라 가공하여 사용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후기 구석기가 되면 이러한 석기제작에도 용도와 규모에 대한 계획을 충분히 세운 다음, 석재를 채취하여 한 장소에서 집중적인 가공을 하고 또한 사용될 양을 충분히 제작하여 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것은 석인석기의 제작과정을 참고하거나 또는 수양개에서 발견된 석기제작장의 경우를 본다면 이러한 추론이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이는 후기 구석기시대가 되면 이미 인지가 충분히 발달하여 생활에 대한 예측이나 준비가 훨씬 깊이 있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석기를 기능별로 세분하여 사냥용·부엌용 등으로 구분하려는 시도가 있는데231)손보기,<석장리의 자갈돌·찍개문화층>(≪韓國史硏究≫ 1), 1∼62쪽. 이는 당시의 생활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 것이라고 하겠으며 또한 석기에서 알 수 있는 지식의 한계를 넘어선 설명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석기의 사용방향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데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구별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 역시 주관적인 판단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며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설명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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