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Ⅱ. 신석기문화
  • 3. 신석기시대의 생업과 사회
  • 2) 사회
  • (3) 의식·신앙 및 예술

가. 의식과 신앙

 신석기인들은 자연환경의 변화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연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산이나 바위 등 자연물에까지도 영혼이 있다는 이들의 믿음은 천재지변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와 식생활의 풍요를 기원하려는 생각에서 자연물에 주술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신석기시대에는 아직 기술문화가 발달하지 못하여 일상생활에 미치는 자연의 힘을 매우 강대하게 느꼈기 때문에 신석기인들의 사고방식은 기본적으로 종교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714)李基白·李基東, 앞의 글, 20쪽. 신석기인들은 산·바다·나무와 같은 자연물을 포함한 우주의 만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Animism의 신앙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영혼은 멸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한편 인간도 영혼을 가지고 있으며 비록 육체는 죽더라도 영혼은 멸하지 않고 살아 있다고 믿었으므로, 죽은 사람의 시체를 매장할 때 머리는 해가 뜨는 동쪽으로 두고 얼굴은 위로 향하게 한 후 몸을 똑바로 눕혀 묻는 東枕伸展仰臥葬法이 성행하였다. 또한 시체의 주위에 돌을 돌려서 의도적으로 이를 보호하고자 하였으며 혹은 살았을 때 즐겨 사용하거나 아끼던 물건을 함께 묻어 주었다고 생각되는데,715)梅原末治,≪朝鮮古代の墓制≫(1946), 14∼16쪽.
金正基, 앞의 글(1973b).
신석기시대의 유적에서 출토되는 인골의 손목이나 발목에 조가비나 짐승의 이빨 또는 옥 등으로 만들어진 꾸미개들이 출토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신석기시대에는 자연물을 신격화하거나 다신적인 신앙의 성격을 띠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비중이 컸던 것으로는 태양신으로서, 태양은 빛과 영을 발생하여 천지를 밝혀 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을 보호·소생·번식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으므로 일상생활의 실제적 필요성에서 태양숭배사상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716)崔根泳,<韓國 先史·古代人의 太陽崇拜思想의 一側面>(≪千寬宇先生還曆紀念 韓國史學論叢≫, 正音文化社, 1985), 23∼24쪽. 이러한 태양숭배사상은 농경사회에서 더욱 중요시된 듯하다.

 따라서 신석기인들의 경우, 태양신은 선신으로서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만 암흑의 鬼類들은 악신으로서 인간에게 불행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선신을 맞이하고 악신을 물리치기 위한 목적으로 제의라는 행사를 행하였으며, 이 행사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주술사를 필요로 하였는데 현재까지 그 전통이 남아 있는 것으로서 무당을 들 수 있다.717)李基白·李基東, 앞의 글, 21∼22쪽. 한편 제의를 행할 때 주술사는 여러 가지 儀器를 사용하였을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부산 동삼동유적에서 출토된 조가비가면을 악귀를 쫓는데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그림 1>).718)李基白·李基東, 위의 글,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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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조가비가면
<그림 1>조가비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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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신석기시대의 유적 가운데 신앙적 성격을 띠는 유물인 호신부가 출토된 유적으로는 서포항 2·3·5기층719)김용간·서국태,<서포항 원시유적 발굴보고>(≪고고민속론문집≫ 4, 1972).·동삼동720)金元龍, 앞의 글(1973b), 138∼144쪽.·농포동721)고고학연구실,<청진 농포리 원시유적 발굴보고>(≪문화유산≫ 1957-4).·문호리유적722)文化財管理局,≪八堂·昭陽댐水沒地區 遺蹟發掘綜合調査報告≫(1974). 등을 들 수 있다(<그림 2>). 이러한 호신부는 그 사용의 목적 자체가 자신의 보호나 종족의 수호 및 종족의 상징 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신앙을 위한 주술적 목적으로 패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723)黃龍渾,<藝術과 信仰>(≪韓國史論≫ 12, 國史編纂委員會, 1983), 6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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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호신부
<그림 2>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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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포항유적에서는 뼈나 뿔로 만든 여러 가지 호신부로 생각되는 유물이 다량 출토되었는데, 종류로는 사슴뿔로 만들어진 망아지의 형상과 패도, 멧돼지 이빨로 조각한 뱀, 짐승뼈로 만들어진 두 쌍의 인물상이 있다. 이 중 망아지의 형상의 경우 곰으로 보는 견해724)金廷鶴, 앞의 글(1990).가 있는데 곰은 시베리아 및 북방아시아에서 곰신으로 숭배되고 있다. 한편 뱀숭배사상은 거의 세계적으로 퍼져 있던 원시신앙의 하나였다.

 농포동유적에서 출토된 흙으로 만들어진 인형과 개머리조각, 납석으로 된 새모양 등도 주술신앙적인 요소가 내포되어 있는 유물로 생각되며, 동삼동유적에서도 뼈로 만들어진 조각품이 있는데 이것을 호신부로 착용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725)黃龍渾, 앞의 글. 또한 문호리유적에서는 자갈돌에 물고기가 선각되어 있는 것이 출토되었다(<그림 3>). 이 유물은 고기잡이의 풍성을 기원하기 위해 강물에 넣고자 만들어졌던 것으로서 주술신앙적인 요소가 내포되어 있는 유물로 보고하고 있다.726)文化財管理局,≪八堂·昭陽댐水沒地區 遺蹟發掘綜合調査報告≫(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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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돌에 새겨진 물고기그림
<그림 3>돌에 새겨진 물고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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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신부 중에는 사슴뿔로 만들어진 것이 가장 많이 출토되고 있다. 이것은 북방아시아에서 사슴 자체가 성스러운 동물로 숭배되었던 것을 보아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사슴은 당시의 중요한 식량공급원으로서 풍요한 생산을 상징하는 태양과 함께 영적인 존재로 신성시되는 신앙적 동물로서 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727)加藤九祚 譯,≪黃金のトナカィ≫(東京, 1968).

 이외에도 짐승뼈나 이빨로 만든 치레걸이 가운데 양면이 오목하게 보조개(圈點文)가 새겨져 있는 것이 있는데, 사슴·소·말 등의 뿔·어깨뼈·팔뼈 등에 어떠한 자국을 낸 후 불에 구워 길흉을 점치는 풍속이 시베리아를 비롯한 북방아시아의 여러 민족 사이에서 널리 행해졌던 것728)Kroeber, A. L., Anthropology, new edition(revised), 1948, p. 447.을 미루어 이 유물도 점치는 뼈(卜骨)로 추정하고 있다(<그림 4>). 이러한 보조개가 새겨진 것 또한 주술적 의미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보조개가 새겨져 있는 치레걸이는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주력이 있다고 믿고 호신부로 해석하고 있다.729)金廷鶴, 앞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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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점치는 뼈
<그림 4>점치는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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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에서 신석기시대의 신앙을 대개 巫覡信仰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무격신앙과 같은 성격의 원시종교를 Shamanism이라고 일컬어 왔는데, 이는 원시종교가 동북아시아 일대에 널리 행해졌으며 당시 이 지역에서는 주술사를 Shaman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머니즘과 같은 신앙은 세계 어디서나 흔히 발견되고 있으므로 동북아시아에서 세계의 다른 곳에서와 구별되는 특이한 원시종교가 있었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으로 해석하고 있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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