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Ⅱ. 신석기문화
  • 4. 주변지역 신석기문화와의 비교
  • 1) 한반도 신석기문화의 영역구분과 지역성

1) 한반도 신석기문화의 영역구분과 지역성

 한반도 신석기시대의 문화는 사냥과 채집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동생활의 구석기시대와는 달리 정주생활과 토기의 제작·사용에 그 특징이 있다. 이러한 문화는 일부 학자들에 의해 한반도 안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주장되기도 하나 대체로 주변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는 가운데 성립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한반도 신석기문화의 해명은 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시베리아·극동지방·일본 등 동아시아의 한 지역문화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견해가 최근의 고고학계의 연구동향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변의 지역지역마다와 따로따로 비교할 수도 있겠으나 동아시아 내에서의 한반도 신석기문화의 위치와 흐름을 파악해 봄으로써 보다 폭넓게 한반도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와 같은 작업을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 신석기문화의 특성을 파악하여 같은 시기 주변지역 문화와의 상사성과 상이성을 인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져야 할 것이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주변지역 문화와의 실상이 비교·검토될 때 두 지역간 문화의 상관관계가 보다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우리 신석기학계에는 이와 같은 주제로 쓰여진 여러 편의 글이 있다. 그 글들은 과거에는 대부분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우리 나라의 남해안과 일본 규슈(九州) 지방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최근에는 아무르강과 송화강유역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동북지방과 아무르중·하류역까지 연구의 폭이 넓어지고 있으며 여기에 일본 혼슈(本州)의 신석기문화상도 언급되고 있어 그야말로 한반도 신석기문화를 동아시아 속에서 정립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784)李東注,≪韓國先史時代 南海岸 有文土器硏究≫(東亞大 博士學位論文, 1996).
李相均,≪新石器時代における韓國南海岸と九州地方の文化交流≫(東京大 博士學位論文, 1994).
任孝宰,<한·중 신석기문화 관련성에 대하여>(≪東아시아 韓國新石器文化의 諸問題≫-제9회 한국고대학회 학술발표요지-, 1996).
韓永熙,<新石器時代 中·西部地方 土器文化의 再認識>(≪韓國의 農耕文化≫5, 京畿大 博物館, 1996), 129∼147쪽.

 여기서는 시베리아·한국·일본지역의 신석기문화가 하나의 커다란 흐름 속에 놓여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세 지역을 하나로 묶고 이에 더해 중국 동북지방과 한반도 서북지방의 지역문화상을 언급하여 한반도 신석기문화의 전반적인 양상을 아울러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신석기시대의 연구상은 아직 이들 지역과의 비교연구가 충분하지 못하며 그나마 중국 동북지방과 시베리아지방의 광활한 지역의 문화상을 살필 수 있을 만큼 그 지역의 고고학적 발굴조사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실정으로 서로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에는 시기상조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큰 줄기를 잡는데 그치게 될 우려가 없지 않다.

 한반도의 신석기문화와 주변지역의 신석기문화를 비교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한반도 신석기문화의 영역구분과 편년 그리고 토기·석기·골각기 등 유물의 종류와 형태에 대해 살펴보는 일이다. 한반도의 신석기문화는 동북지방, 서북지방, 중·서부지방, 중부 동해지방, 남해안지방 등 크게 5개의 영역으로 구분된다.785)종래 한반도 신석기시대의 영역은 넷으로 구분하는 견해가 일반적이었다. 이번에 여기에 중부 동해안지방을 추가한 것은 이 지역이 동해의 중간쯤 그리고 한강 상류의 끝쪽에 위치하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하여 각 영역의 문화가 혼합된 모습을 보이는 외에도 문화의 지역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점에 그 바탕을 두었다. 각 문화영역은 중심되는 지역의 위치와 그에 따른 자연환경의 차이에 따라 경제형태가 다름을 알 수 있는데, 이로 인하여 토기의 기형과 문양이 다르고 도구의 종류와 제작방법이 달라 각각의 영역에 따른 문화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각 영역은 해로와 육로를 이용하여 주변지역과 활발한 문화교류를 하게 되는데 청천강 이북·압록강 하류역의 서북지방과 두만강유역의 동북지방 등 북쪽으로 대륙과 이어져 있는 지역은 육로에 의한 문화교류가, 대동강·한강·재령강유역의 중·서부지방과 남해안 일대의 남부지방 등 바다에 면해 있는 지역은 육로보다는 해류의 흐름에 따른 해로에 의한 교류가 활발하였다. 한편 강릉·양양·속초 등 중부 동해지방은 지리적 특성에 따라 육로는 물론 해로로도 문화교류가 활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전파 및 접촉에 의한 지역간 교류에 따라 서북지방은 遼河유역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동북지방과, 동북지방은 아무르·송화강·목단강·연해주지역의 신석기문화와, 중·서부지방은 내몽골·몽골·바이칼호 주변지역의 문화, 남해안지방은 한반도의 동북지방·연해주지역·아무르중류역을 비롯한 松嫩평원지역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중부 동해지방은 해로를 통하여 한반도의 동북·남부지방 및 아무르중류역과, 그리고 육로를 통해서는 한강유역의 중·서부지방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믿어진다.

 그런데 좁은 한반도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대체로 낙엽광엽수림대가 넓게 분포되어 있으나, 동북지방은 여기에 부분적으로 침엽수림대가 형성되어 있고, 남해안지방은 사계절 푸르름을 유지하는 조엽수림대에 해당되어 자연환경상의 차이점이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786)佐佐木高明,<東アジア農耕文化の類型と展開>(≪日本人の起源≫, 小學館, 1986), 89쪽. 또한 북쪽에 위치하는 동·서·중부지방은 북방으로부터 전래된 잡곡농경이 신석기시대의 이른 시기부터 시작되나, 중부 동해지방과 남해안지방은 해안가에 위치하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어로와 조개채취에 큰 비중이 두어지는 생활을 영위해 도구의 종류에 있어서 많은 차이점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차이점은 일단 외부로부터의 문화유입에 의해 생성된 지역문화가 어느 지역에 정착하게 되면 그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라 지역특성에 알맞는 문화로 변형·발전되어 나아가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주변지역의 문화와의 비교를 시도할 때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어느 한 시기에 유사한 내용의 문화를 두 지역에서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시기가 경과하면서 문화의 기본적 상사성은 점차로 옅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비교대상이 되는 두 지역의 문화가 같은 뿌리에서 연유된 문화라고 하더라도 지역성이라는 틀, 그리고 여러 사고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다양성에 의해 나름대로의 변화가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세밀히 상사점과 상이점을 분석하는 것은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며 오히려 문제의 핵심을 찾아 나가는데 장애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신석기문화를 비교할 때는 유물 외적으로 각 지역의 인문·지리적 환경 그리고 그것에 따른 식생대와 경제생활의 양태가 고려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정리될 때 유물상에 보이는 문화의 전파와 유입 그리고 생성과 변화의 양상이 보다 분명히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韓永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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