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3권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
  • Ⅰ. 청동기문화
  • 1. 청동기시대
  • 3) 청동유물의 분포와 사회
  • (2) 청동유물의 지역적 특성

가. 비파형동검 시기

 지금까지 琵琶形銅劍時期에 청동유물이 종류가 가장 많고 다양하게 발견된 지역은 요하유역이다. 그 중에서도 대릉하유역을 중심으로 한 요서지방에 보다 집중되며, 요하 동쪽을 넘어 그 동쪽으로 길림·장춘지역에는 드물게 발견된다. 남쪽으로 내려가 압록강유역에서도 거의 발견되지 않다가, 대동강유역을 중심으로 한 서북한 지역에서 다소 숫자가 증가한다. 한강 이남의 한반도 남부지방에서도 최근에 발견되는 경우가 늘고 있으나, 유물의 다양함은 요하유역에 미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청동유물의 종류의 다양성과 출토량을 고려할 때, 우선 확인 되는 것은 그 문화의 중심지가 요하유역을 중심으로 한 요령지방임은 틀림이 없으며, 이러한 점에서 만주와 한반도의 다른 지역과 구분된다.

 발견되는 청동유물의 종류와 형식을 기준삼아 지역성을 검토할 때, 무엇보다도 주의하여야 할 것은 일정한 지리적 경계로 분포양상이 명확하고도 단절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특히 요령지방의 청동기문화를 살필 때 고려되어야 한다. 요하를 경계로 요서와 요동지방을 가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편의적인 것으로, 이를 기준으로 양 지역이 총체적인 문화유형이 엄격하게 구분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0072)李康承,<遼寧地方의 靑銅器文化-靑銅遺物로 본 遼寧銅劍文化와 夏家店上層文化의 比較>(≪韓國考古學報≫6, 1979), 1∼95쪽.
靳楓毅,<論中國東北地區含曲刃靑銅短劍的文化遺存>(上·下)(≪考古學報≫67·68, 中國 社會科學院 考古硏究所, 1982·1983).

 비파형동검 관계 유물군의 유형을 분류할 때, 우선 기준이 되는 것은 기하학무늬거울의 공반 여부이다. 기하학무늬거울은 기하학무늬를 장식한 뒷면에 둘 내지 세 개의 꼭지가 달린 것이다. 비파형동검과 마찬가지로 기하학무늬동경은 그 기원이 어디에 있든간에, 요령과 한반도지방에서 완성된 것으로 중국이나 시베리아·오르도스 등 북방문화권의 청동기와 구분되는 유물이라는 사실이 출토된 지리적 범위를 보아 분명하다.

 요하 서쪽의 비파형동검 관계 유물군 가운데 기하학무늬 거울을 갖는 유형은 十二臺營子遺蹟의 예로 대표된다. 이 유형이 분포한 범위는 비파형동검의 주요 분포권의 서쪽 한계인 灤河와 요하 중간에 위치하고, 아울러 비파형동검 분포권의 북쪽 경계인 요하 상류의 英金河와 渤海灣의 중간에 있다.

 그러한 위치에 있는 십이대영자유적의 출토유물에는 비파형동검과 함께, 마구로는 말재갈을 비롯하여 Y字形銅器·十字形銅器가 있다. 공구로는 동끌과 도끼 등이 있으며, 장식품으로 기하학무늬거울과 사람얼굴 모양과, 동물 모양의 장식 등이 있다. 십이대영자 청동거울은 만주와 한반도 출토품 중 가장 오래된 형식으로 평가되고 있는 연속 Z자무늬 동경이다.0073)金元龍,<十二臺營子의 靑銅短劍墓-韓國靑銅器文化의 起源問題->(≪歷史學報≫16, 1961), 109∼121쪽. 동일한 형식의 거울이 최근에 요하 동쪽에 本溪市 陽家村에서 발견되어 요하를 사이에 두고0074)박진욱, 앞의 책(1988). 문화적으로 서로 연계되어 있음을 확인시켜 준 바 있다. 기하학무늬와 달리 동물장식은 북방계 청동기의 특징으로, 십이대영자유형은 이 점에서 요서지방 유형의 속성을 갖추고 있다.

 요서지방의 비파형동검 관계 유물군으로 십이대영자유형에 비견되는 것으로는 寧城縣 南山根 101호 무덤으로 대표되는 南山根類型이 있다.0075)中國科學院考古硏究所 內蒙古工作隊,<寧城南山根遺蹟發掘報告>(≪考古學報≫42, 1975). 이 유형은 서쪽으로 난하, 북쪽으로 요하 상류의 영금하, 동쪽으로 대릉하에 걸치는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남산근유형의 가장 큰 특징은 비파형동검과 함께 북방계의 오르도스식동검이 공반된다는 점이다. 이 동검은 비파형동검과 달리 검몸과 검자루를 함께 붙여 만들고 검몸이 휘이거나 검자루에 동물장식을 한 것이 특징적이다.

 그리고 이 유형에는 북방 시베리아에 많이 보이는 짐승을 형상한 장식의 청동기가 많다. 한편으로 中原系 靑銅器도 공반되기도 하는데, 중국식꺾창과 饕餮무늬 용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요서지방의 북서부에 치우쳐 분포한 남산근유형은 요동지방의 청동유물군과 달리, 인접지역의 북방계와 중원계의 청동기가 공반되는 지역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요하 중상류지역에서 발견되는 십이대영자나 남산근유형과 달리, 요서지방 중 발해만 연안에서 출토되는 청동유물군으로 烏金塘類型이 있다. 오금당유적에서는 무기류로 비파형동검과 방패·투구 외에 중국식꺾창이 함께 출토한다. 차마구로 수레굴대끝 마구리가 있으며, 공구로는 도끼가 있다. 방패와 도끼에는 기하학무늬가 장식되어 있다.0076)錦州市博物館,<遼寧錦西烏金塘東周墓調査記>(≪考古≫1960-5). 이를 보면 오금당유형에는 북방계 요소는 보이지 않는 반면 중국계 요소와 함께 요동지방의 요소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계로서 周末 春秋時代의 제의용 용기와 무기로서 꺾창, 북방계 유물로서는 오르도스식 단검과 투구 그리고 동물장식이 있는데, 이들 유물은 요하동쪽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요하유역 중에서 요서지역은 중국 은주청동기 문화권은 물론 북방 오르도스청동기 문화권과의 접촉지대이다. 어떠한 경로와 이유로 나타났든지 이 지역에서는 중국과 북방계 청동기가 요하 동쪽 지역보다 다양하고도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앞서 본 것처럼 요하 서쪽지방에는 십이대영자·남산근·오금당유형이 있는데 대해서 요하 동쪽과 한반도에는 쌍방·강상·정가와자·송국리유형이 있다. 쌍방유형에는 二道河子와 쌍방, 臥龍泉, 그리고 한반도의 선암리와 대아리, 금곡동 등의 유적 출토례가 있는데 대체로 요동지방에서부터 한반도에 이르는 대부분의 유물군이 이에 속한다. 이 유형은 동검과 함께 도끼·끌 정도의 공구만이 한무덤에서 출토하는 단순한 갖춤새가 특징이다. 강상유형에 속하는 유적으로 강상무덤, 누상무덤 등의 예가 있다. 이 유형은 집단묘로서 각 무덤에서 출토한 부장유물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나, 대체로 풍부한 장신구와 공구류가 부장되었으므로, 앞서 단순한 갖춤새의 쌍방유형과는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정가와자유형을 대표하는 沈陽市 鄭家窪子 6512호 무덤유적에서는 번개모양 장식의 칼집이 딸린 3점의 비파형동검과 함께, 4마리분에 해당하는 청동말자갈을 비롯하여 나팔모양 청동기 등 각종 말치레거리가 부장되었다.0077)金元龍, 앞의 글(1976), 1∼21쪽. 청동거울의 번개무늬는 십이대영자의 것보다 거친 편이다. 정가와자무덤에서는 십이대영자에서 출토한 동물장식의 청동기가 보이지 않는데, 이는 요하 동쪽과 한반도 출토 청동유물군의 보편적인 특징이다.

 한편 쌍방유형과 청동기 갖춤새가 유사하지만 분포권을 달리하고, 따로 분류될 수 있는 송국리유형이 있다. 그것은 비파형동검과 함께 마제석검을 공반하는데 마제석검은 한반도 중에서도 청천강 이남에 주로 분포한다. 이렇게 되면 단검을 부장하는 유형을 살펴서 비파형동검과 함께 북방식동검을 부장한 요서지방의 유형, 마제석검을 부장하는 남한유형, 그리고 비파형동검만 부장하는 요서-요동-서북한지방의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비파형동검 청동유물군의 유형을 기하학무늬동경의 공반 여부로 크게 2대분류한 것처럼, 비파형동검-기하학무늬동경의 유물군은 다시 마제석검을 공반하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으로 나누어 살필 수 있으며, 지역적으로 보면 대체로 요하-서북한지방과 남한지방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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